2011년 국내에 도입된 국제회계기준(IFRS)은 규정 중심이 아닌 원칙 중심의 회계처리로 상세한 규정 대신 일정한 범위의 원칙에서 기업에 회계처리의 재량권을 주는 것이다.
삼바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2015년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한 것을 회계처리기준의 자의적 변경이라고 보고 4조5000억원 규모의 회계부정을 저질렀다고 판단한 것이다.
종속회사일 때는 장부가액으로 반영돼 2900억원에 불과했던 바이오에피스의 자산가치가 미래가치를 반영하는 관계회사로 바뀌면서 4조8000억원으로 수직상승했고 이것이 회계기준의 자의적 해석 적용에 의한 회계부정이라는 것이다.
당사자인 삼바는 "2015년 자회사인 에피스를 관계회사로 전환한 것이 IFRS회계기준 상 타당한 것인지에 대한 판단의 문제"라며 자신들은 "보수적이고 투명하게 회계를 처리했다"고 증선위의 결정을 반박했다. 삼바는 이어 지난 27일 금융위원회와 증선위의 처분에 대한 행정소송과 집행정지신청을 법원에 제기하면서 본격적인 반격에 나섰다.
자유한국당 김선동 의원은 "증선위의 결정은 국제회계기준이 지향하는 원칙 중심의 회계기준 처리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거들었다. "국제회계기준은 세세하게 모든 회계처리를 정해진 규정대로 처리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본원칙만 정하고 기업 자신들이 경제적 실질을 잘 반영할 수 있는 회계정책을 결정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계명대학교 손혁 교수는 "국제회계기준은 원칙 중심의 회계처리로 기업의 실질을 보고할 수 있는 회계처리를 경영자의 재량권 내에서 허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 교수는 그러면서 "이 때 중요한 것은 용인될 수준의 재량권이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경영자가 의도를 가지고 국제회계기준에서 부여한 재량권을 마음대로 남용하라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손 교수는 따라서 "삼바 사건도 기업이 의도를 갖지 않고 과정을 공개하고 올바르고 투명한 회계처리를 했다면 금감원이나 증선위의 조치는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스위스 국제개뱔경영연구원(IMD)이 평가한 회계투명성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2016년 61개국 중 61위, 2017년 63개국 중 63위였다. 국제회계기준을 도입한 뒤 회계투명성이 오히려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국제회계기준이 남용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홍순탁 회계사는 "국제회계기준이 원칙 중심의 회계라고 하지만 그보다 더 상위의 원칙이 있다"며 "국제회계기준이 회사에 준 재량권은 경제적 실질을 충실히 반영하기 위해 부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국제회계기준을 문제 삼는 것 자체가 삼바의 의도라는 시각도 있다. 중요한 것은 삼바의 분식회계인데 엉뚱하게 국제회계기준이 쟁점으로 부상하면서 본질을 흐릴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