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2심 시작…檢 "1심 제대로 판단 못해"

安측 "1심이 피해자 진술을 배척한건 타당해"…安은 불출석
시민단체, "무죄 선고한 1심 항소심이 바로잡아야"

안희정 전 충남지사. 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비서 성폭행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항소심 재판이 시작됐다.

서울고법 형사12부(홍동기 부장판사)는 29일 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안 전 지사의 항소심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안 전 지사는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공판과는 달리 피고인이 반드시 출석해야 할 의무는 없다.

이날 검찰과 변호인은 쟁점을 정리하면서 입장차이를 거듭 확인했다.

검찰은 "1심이 위력에 의한 간음 등 혐의에 대해 대법원에서 제공하는 일관적인 기준에 어긋나도록 협소하게 해석했다"며 "피해자나 참고인의 진술 등 여러 증거들을 간과하거나 제대로 판단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여러 증거가 객관적으로 판단되지 않아 법적 절차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며 "이로 인해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가 야기됐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공소사실을 뒷받침할 새로운 증거를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또 1심에서 증인으로 부른 3명을 포함해 총 5명을 증인으로 신청하고 안 전 지사에 대해 피고인 신문을 진행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안 전 지사 측은 "검찰이 1심 판결 취지의 일부분만 들어 반박하고 있다"며 "'위력' 이 유형적으로든 무형적으로든 행사가 돼야한다는 인과관계를 요구하는 건 당연하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누구의 진술이 맞는지는 가해자가 지위에 따라 결정되거나 피해자로 누가 지정됐는지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원심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여부를 배척하는 건 객관적인 증거에 근거한 것으로 모두 적법하다"고 주장했다.

또 "안 전 지사는 도덕적, 정치적 비난을 감수하고 있지만 실정법에 따른 형사처벌 대상으로 보는지는 다른 얘기"라고 강조했다.

안 전 지사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김씨에게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4회, 강제추행 5회 등을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초 항소심은 21일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앞서 사건을 배당받은 재판부 측과 안 전 지사 측 변호인 간의 연고관계가 확인돼 사건이 재배당되면서 기일이 늦춰졌다.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다음달 7일 오후 2시 30분으로 예정됐다. 재판부는 이날 준비기일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오후 서울 서초동 고등법원 앞에서는 시민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안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재판부를 규탄했다.

'안희정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 위원회'는 '보통의 김지은들이 만드는 보통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30여명의 여성들은 검은색 옷을 입고 재판부에 경고의 뜻을 전하는 '옐로카드'를 손에 쥔 채 "안 전 지사에게 유죄가 선고되지 않으면 수많은 여성들이 사법부에 죄를 물을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1심 판결은 성적자기결정권과 위력에 대한 몰이해로 점철된 결과"라며 "피해자의 진술 신빙성을 따질 것이 아니라 가해자측 주장이 믿을만한 것인지 물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투운동을 통해 자신의 피해경험을 용기내 말하고 있는 여성들에게 재판부는 사법정의 실현으로 응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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