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갈긴 그림 속 폭발하는 에너지, 33살 스타 아티스트 '오스카 무리조'

국제갤러리에서 첫 개인전 개최
"에너지 물리적으로 그림에 쏟아내고 파"
대형 드로잉과 함께 '검은 천' 작업도 선보여

사진=조은정 기자
"제 육신은 결국 썩겠지만, 제 내면의 에너지를 물리적으로 그림에 쏟아내고 싶습니다. 앞으로 계속 작업을 통해서 에너지를 표출할거에요"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젊은 아티스트인 오스카 무리조는 1986년생, 우리나이로 33살이다. 콜롬비아 태생인 그는 1997년 가족과 함께 영국으로 이주한 뒤 2012년부터 런던에서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해왔다.

그가 국제갤러리 주최로 한국에서 첫 개인전을 개최한다.

무리조는 대형 캠버스에 맹렬히 에너지를 쏟아내는 낙서를 한 듯한 작품들로 유명하다.

주로 붉은 색이 쓰이는 그의 작품에는 불안, 분노, 자기고뇌 등의 여러 감정이 읽힌다.

이번 전시에는 새로운 시도들도 선보인다. 검은 물감을 여러번 덧댄 캔버스 천을 빨래를 널듯이 스튜디오에 널거나 돌멩이와 함께 바닥에 펼쳐놓기도 했다.

흡사 짐승의 피부나 거죽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 검은 캔버스 천은 2015년에 첫 선을 보인 뒤에 전 세계를 순회하며 전시됐다.

세월의 흔적에 따라 묻은 손때와 자국들도 작가가 의도해서 그대로 남겨뒀다. 우리 나라에서도 2016년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에서 전시된 적이 있다.

비행을 할 때는 반드시 무의식적으로 드로잉을 한다는 무리조는 비행기 안에서 작업한 연작을 함께 선보인다. 언뜻 무질서한 낙서인듯 보이지만 하늘을 가르면서 떠오른 연쇄적인 생각이 펜 끝에 힘있게 담겨 있다. 그는 29일 기자간담회에서 이 작품에 쓰인 여러 숫자와 단어들을 읊조리는 즉석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콜롬비아 이민자 출신인 그는 어느 문화에도 고착되지 않는 '경계인'의 정체성을 내비쳤다. 무리조는 "정치나 문화와 상관없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공간을 '수평성'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특정한 문화적인 정체성에 귀속되지 않는 자유로움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2014년 뉴욕전시에서 남미의 유명한 과자공장을 전시장에 그대로 재현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캔디가 아트가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신자유주의를 영리하게 비꼰 그는 명성까지 얻었다.

무엇보다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강렬한 회화 작품들이다. 대형 캠버스 위에 자유롭게 펼쳐지는 그의 작품은 30대 초반의 젊은 아티스트의 열정과 에너지를 느끼게 한다.

전시는 서울 삼청동 국제갤러리 2관, 3관에서 내년 1월 6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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