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은 이번 인사를 통해 신규임원 134명을 발탁해 미래성장을 이끌어갈 인재풀을 확대했다고 풀이했다.
실제로 이번 상무승진인사는 GS의 계열분리 이후 최대규모이고 올해 94명이나 지난해 100명과 비교해도 30% 이상 증가한 것이다.
특히 이번에 발탁된 신규임원들은 미래 사업가를 키우고 CEO후보군의 풀을 넓히기 위한 것이라고 LG는 주석을 달았다.
이들이 전무와 부사장, 사장으로 커나가면서 향후 구광모 회장의 친위부대로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구 회장은 또 글로벌 혁신기업인 3M 신학철 부회장을 LG화학 역사상 처음으로 CEO 부회장으로 영입한데 이어 그룹의 지주회사인 (주)LG에는 베인&컴퍼니 시절 성장전략과 인수합병 등에서 다수 프로젝트를 진행한 경험이 있는 홍범식 대표를 영입해 사업포트폴리오 전략을 담당하는 경영전략팀 사장으로 선임했다.
기아차와 르노삼성차를 거쳐 한국타이어 글로벌 구매부문장과 연구개발본부장을 역임한 김형남 부사장은 (주)LG 자동차 팀장으로 영입하고 이베이코리아 김이경 인사부문장을 인재육성 담당 상무로 수혈받았다.
이런 참모부서의 혁신과는 달리 조성진 LG전자 부회장과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등 주요 계열사 CEO들은 모두 유임됐다.
권영수 전 LG유플러스 부회장이 구광모 회장 취임과 함께 지주회사로 가면서 하현회 부회장이 LG유플러스 부회장에 취임하는 등 맞바꾸기 인사를 단행한지 겨우 6개월 이기 때문에 이 두사람의 변화가능성은 처음부터 거의 없어 보였다.
따라서 신학철 3M 수석부회장이 LG화학 부회장으로 영입된 것을 제외하면 LG그룹 주요 계열사 CEO 부회장들은 모두 자리를 지킨 셈이다.
구광모 회장이 적어도 CEO부문에서는 ‘안정’에 방점을 찍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번 인사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지주회사인 (주)LG의 강화이다.
구 회장은 외부에서 수혈한 홍범식 사장을 경영전략팀장으로 임명했다. 지금까지 (주)LG에는 전무급의 기획팀장이 있었을 뿐인데 이 자리가 사장급으로 확대된 것이다.
홍사장과 함께 영입되는 김형남 부사장은 자동차 부품팀장으로 LG전자와 LG이노텍 등에서 하는 전장부품 사업을 조율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구 회장은 이번 인사에서 이방수 LG디스플레이 부사장을 CSR팀장으로 데려갔다.
이 부사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대관-대외 전문가로 막대한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LG유플러스에서 지주사로 옮긴 이재웅 전무는 오랜 법무통으로 그룹 법무팀장을 맡게 되고 함께 가는 경영기획과 전략통으로 알려진 이재원 상무는 통신서비스팀장을 맡아 유플러스를 살피도록 돼 있다.
LG전자에서 자리를 옮기는 정연채 전무는 경영기획과 관리를 맡았고 정도경영을 담당하는 등 전자업무 전반에 정통한 인물로 전자팀장을 맡게 됐다.
강창범 LG화학 상무는 LG화학의 사업과 경영전략을 담당한데 이어 그룹 지주회사에서 화학팀장을 할 예정이며 LG상사에서 소속을 지주회사로 바꾸는 김기수 상무는 오랜 기간 동안 인사업무를 맡아온 인물로 인사팀 인사담당을 맡게 됐다.
또 외부영입 케이스인 김이경 상무는 인사팀 인재육성 담당을 맡게 되고 원래 (주)LG 출신으로 승진한 이남준 상무는 재경팀에서 잔뼈가 굵은데 이어 지주회사 재경팀 재경담당으로 그룹의 금고를 지키게 됐다.
함께 승진한 최호진 상무는 비서팀장으로 구광모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할 것으로 보인다.
지주회사에 그룹 계열사의 업무를 담당하는 팀장들을 두고 경영전략, 대외대관, 인사를 아우르는 ‘특공대’를 구성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CEO스코어 박주근 대표는 CBS노컷뉴스에 “LG그룹은 지금까지는 사실상 컨트롤 타워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화학과 전자를 중심으로 느슨하게 운영돼 온 것이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이번 지주회사 인사를 보면 강력한 컨트롤타워를 통한 친정체제 구축의지로 읽힌다“고 밝혔다.
마흔살 구광모 회장이 강력한 컨트롤타워를 통해 그룹 계열사 업무 전체에 대한 강한 그립을 잡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