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설립 반대하는 한국잡월드 비정규직들, 왜?

한국잡월드 비정규직 9일째 청와대 앞 단식농성
"처우 개선·위험의 외주화 방지 위해서라도 직접고용 필요"
"비정규직 많은 기관일수록 자회사 선호…관리 편의만을 위한 결정 의심스러워"

문재인 대통령의 제1호 명령이었던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오히려 노동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비정규직 비중이 높은 곳을 중심으로 자회사 간접고용 방식이 추진되면서 오히려 노동자들의 처우만 악화시킨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민주노총은 28일 청와대 앞에서 집회를 열고 고용노동부 산하에 있는 청소년 취업 교육기관인 '한국잡월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직접고용을 촉구했다.

이후 노조 조합원들은 청와대에 관련 서류를 전달하겠다며 행진을 벌이다 경찰과 충돌하기도 했다.

이미 한국잡월드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직접고용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9일째 무기한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다.

한국잡월드 직원 약 400명 가운데 정규직은 행정직 50여명 뿐, 나머지 약 340명은 용역업체에 고용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특히 청소년들을 상대로 직업 체험프로그램 등 실제 취업 교육을 맡는 직업체험관 강사 275명부터 간접고용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문재인 정부 집권 이후 한국잡월드 역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해왔다. 이를 위해 지난해 8월 노사전문가협의회를 구성해 정규직 전환 방법을 논의한 결과 지난 4월 자회사를 세우기로 결정했다.

사측은 예산 부담 등을 이유로 자회사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원과 예산의 한계 속에 50여명만 직접고용하던 사업장에서 갑작스레 400여명 규모로 인원을 늘리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 곳 비정규직 노동자들 생각은 다르다. 우선 20명으로 구성된 협의회에 비정규직 대표는 겨우 3명뿐이었고, 논의 과정도 사측과 기존 정규직이 일방적으로 몰아붙여 제대로 의견을 내지 못했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게다가 최저임금을 받으며 해마다 계약 갱신을 눈치봐야 했던 열악한 노동조건을 정상화하기에도 자회사는 정답이 아니라고 말한다.

자회사로 전환하면 당연히 회사 설립이나 사무실 관리 등 기분 운영비용이나 관리자 인건비 등 직접고용에는 필요없는 각종 비용이 소요된다.


한국잡월드의 경우 기존 용역사업비 8억여원 가운데 다시 5억여원이 자회사 운영에 소모될 것으로 추산되는데,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차라리 이를 노동자 처우개선 등에 사용하는 편이 합리적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청소년을 인솔하는 안전 업무 특성을 고려하면 자회사를 통한 '위험의 외주화'보다 직접고용 방식이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공성식 정책기획국장은 "하루에만 3천여명의 학생들이 한국잡월드를 이용하는데, 정규직 관리자와 비정규직 강사 간에 불법파견 시비를 피하기 위해 업무에 필요한 소통도 잘 이뤄지지 않는다"며 "이용객과 시설 안전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직접고용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불꽃 튀던 노사 갈등에 기름을 부은 것은 기존 비정규직의 채용방식이다. 사측은 기존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을 그대로 승계하는 대신 다음 달 1일 공개채용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는 전환채용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데도 공개채용을 추진하는 속내를 두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번 정규직 전환 과정에 직접 나서서 목소리를 냈던 노조원 140여명을 해고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자회사를 통한 비정규직 전환 방식에 대한 갈등은 한국잡월드만의 일이 아니다. 한국도로공사나 강원랜드 등도 자회사 설립을 통한 전환 방식으로 노사 갈등을 겪었다.

지난 10월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의 발표에 따르면 정규직 전환이 결정된 중앙부처 산하 전체 공공기관의 파견·용역 노동자 5만 9470명 가운데 54.7%에 달하는 3만 2514명이 자회사를 통해 고용됐거나, 고용될 예정이다.

특이한 점은 기관별로 살펴보면 전체 334개소 가운데 33개소만이 자회사 설립을 선택해 10%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처럼 자회사 전환 인원 수에 비해 기관 수가 훨씬 적은 이유는 간단하다. 자회사를 추진하는 기관들은 인천공항이나 코레일, 한전 등 비정규직 인원이 많고 비중이 높은 곳들이 대부분이어서다.

노동계는 이처럼 비정규직이 많은 기관이 자회사를 선호하는 현상 속에 자회사 방식을 선택한 '진짜 이유'가 숨어있다고 설명한다.

공 국장은 "한국잡월드를 포함해 비정규직이 정규직에 비해 수가 많은 기형적 기관을 중심으로 합리적 근거 없이 자회사 전환을 고집하고 있다"며 "관리의 용이성 문제가 크다. 그동안 열악한 처우에 시달렸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갑자기 늘어나느니 자회사가 더 편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자회사 관리자 자리에 모회사 퇴직자 등 낙하산 인사가 가능하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라며 "결국 상당수 공공기관들이 추진하는 자회사를 통한 전환 방식은 국민도, 비정규직도 아닌 소수 정규직의 관리·편의만을 위한 결정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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