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나누는 자리에서, 혹은 술자리에서 한두 번 쯤은 화제로 올랐을 만한 일상적인 주제다. 최소한 남녀 사이에 친구가 가능한지는 아마 수많은 사람이 나름의 논리와 경험으로 무장해 주장을 펼치지 않았을까?
하지만 이게 '토론 배틀'의 주제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뭐 이런 걸 '토론'씩이나 하냐는 물음이 가장 먼저 나오는 반응일 것이다. 그런데 그 쇼를 이끌어가는 게 어벙함과 백치미의 아이콘인 김종민이란다. 무슨 생각이 드는가?
히스토리 채널이 지난 7월 처음으로 선보인 무근본 1대1 토론 배틀 웹 예능 '김종민의 뇌피셜'은 '왜 못해?'라는 간단한 질문에서 출발했다. 수많은 예능에서 활약했지만 단독 MC는 맡아본 적 없던 김종민은 무논리를 앞세운 토론으로 웃음을 유발했고, 10개 영상으로 조회수 1천만 회를 넘기는 성과를 냈다. 덕분에 새 시즌이 시작됐고, '뇌피셜' 유튜브 채널도 따로 생겼다.
지난 22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스탠포드 호텔 나폴리 홀에서 '뇌피셜' MC 김종민과 김주형-고동완 PD 라운드 인터뷰가 열렸다. 시작은 무모했을지 모르나, 매주 목요일 오후 5시에 공개되는 '뇌피셜'만의 신선한 재미를 경험한 시청자는 점차 늘고 있다. 독립 채널로 새롭게 단장한 '뇌피셜'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 인사말.
김주형 PD : 히스토리 채널에 공개된 10개 에피소드가 통합 천만 뷰를 돌파했다. 유튜브 콘텐츠로서도 잘 된 편이어서 호기롭게 단독 채널을 오픈했다. 차태현 씨 편을 시작으로 오늘(11월 21일) 데프콘 씨 편이 올라가고, '김종민의 누구세요'라는 서브 콘텐츠까지 좀 더 다양한 콘텐츠를 비정기적으로 올릴 예정이다. 단독으로 '뇌피셜' 채널을 오픈한 만큼, 새로운 시청자들이 '뇌피셜'을 보고 즐겼으면 좋겠다.
김종민 : 춥고 쌀쌀한데 먼 길 와 주셔서 감사하다. 오늘 단독 MC다. (웃음) 크게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하다.
고동완 PD : 연출 맡은 PD고, 시즌 1에 힘입어 화려한 게스트와 화려한 입담의 김종민 씨와 (새 시즌을) 준비 중이니까 많이 기대해주시기 바란다.
▶ '뇌피셜'로 처음 단독 MC를 맡았는데 이젠 좀 익숙해졌나.
김종민 : 이렇게 잘해도 되나? 그럼 재미없지 않나 하고 생각한다. (웃음) 전 한 명하고만 얘기하는데, 여러 명하고 하는 MC들에게 존경심이 들곤 한다. 재밌게 하고, 하나하나 배우고 있다.
▶ 혹시 참고하는 MC가 있다면.
김종민 : 참고가 안 된다. (웃음) 참고를 하고 싶은데… 사실 MC라고 하면 유창하게 해야 하는데 (제가 그런 능력이)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게스트 보고 MC 하라고 한다. 제가 게스트인 거다. (웃음) MC가 바뀐 형태를 최초로 시도해 보고 있다.
김종민 : 제 생각을 얘기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본다. 생각이 다르면 서로 막 헐뜯고 그럴 때가 있지 않나. 어디서든 제 생각을 얘기 못 할 때가 많다. 여기만큼은 제 생각을 얘기할 뿐이다. (제가 말함으로써 타인의) 변화를 원하는 게 아니니까. 평생 살아온 자기만의 지식이 있으니까 제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하자는 생각이다.
▶ 그동안 여러 가지 주제로 얘기했는데 해 보고 싶은 주제는.
김종민 : 즉흥에서 생각해 본 건데, 복싱이 세냐 태권도가 세냐 이런 것도 해 보고 싶다. 남자들은 이런 얘기를 평소에 해서. 좀 유치하지만 해 보고 싶다.
고동완 PD : 방금 말씀하신 주제를 준비하고 있었다.
김종민 : 아, 진짜? (웃음)
고동완 PD : 아직 정확한 게 나온 건 아니고 생각만 하고 있었다. 히스토리 채널이 남자분들이 많이 보는 채널이기도 해서. 근데 ('뇌피셜'은) 여자분들 시청도 적지 않아서, 남자들에게 국한되는 것보다는 20~30대를 타깃층으로 해 궁금해하고 공감하는 걸 기획하고 준비하고 있다.
▶ 토론 주제는 어떤 굿토커(Good Talker, 초대 손님)가 나오느냐에 따라 좌우되는 편인가.
고동완 PD : 섭외가 먼저 됐다면 그분과 인터뷰한다. 요즘 관심사가 뭔지 물어본다. 그걸 들어보고 맞춰서 주제를 선정한다.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할 수도 있고. 김종민 씨는 얕지만 다 알고 있다. (일동 폭소) 단, 의견이 달라야 한다. 두 분(김종민과 초대 손님) 다 한쪽을 찬성한다고 하면 대화가 안 되기 때문에 반대 의견이 확실히 나오는 걸 한다.
▶ 지금까지 굿토커로 나온 분들이 김종민 씨와 친분과 인연이 있는 경우가 많았다. 김종민 씨가 섭외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하다.
김주형 PD : 그 주제를 잘 얘기할 수 있는지를 본다. 배틀 그라운드를 잘 말할 수 있으니까 홍진영 씨가 나온 거다. 잘 모르는 사이에서는 서로의 주장만 얘기하는 게 애매할 수 있어서 친분을 고려하기도 한다. 아무래도 편안하게 얘기할 수 있고, 서로의 에피소드도 고려하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주제에 대해서 각자 자기 생각을 잘 얘기할 수 있는가 하는 거다. 공교롭게도 친분 있는 분들이 많이 나왔다.
▶ 지금까지 들은 것 중 가장 기분 좋은 반응은.
김종민 : 기분 좋은 댓글은, '이건 김종민 거다!' 하는 거다. '아, 이건 내 거구나 하는' 확신이 생긴다. 계속 그런 댓글이 나와서 (MC) 대체가 안 됐으면 좋겠다. (일동 폭소) 너무 불안하다. 갑자기 차태현의 '뇌피셜'로 바뀔까 봐. (웃음)
▶ 차태현을 경쟁자로 생각하는 건가.
김종민 : 아니다. 차태현 씨는 바빠서 안 할 거다. (일동 폭소) '하하의 뇌피셜' 불안하다.
▶ '뇌피셜'은 김종민에게 어떤 의미인가.
(웃음) 내 거. 확실히 내 거. 다른 건 다른 MC의 것인데 이건 내 거. (웃음)
김종민 : 논리엔 무논리가 상대가 된다고 생각한다. 이기고 지고 그걸 떠나서 (작가님) 얘기를 들어보고 싶다. 하지만 저도 제 생각이 있으니까 서로 좀 논쟁을 펴봤으면 한다. 아, 논쟁이라고 할 건 없는데 제 얘기를 들려드리고 싶다. 재미있을 것 같다. 주제는 스포츠 등 작가님이 잘 모르는 분야로 해 보고 싶다. (웃음) MMA(이종격투기의 한 종류)에서 누가 제일 센가, 이런 것 있지 않나.
▶ '뇌피셜'을 위해 노력하거나 준비하는 부분이 있는지.
김종민 : 지식을 많이 쌓으려고 한다. 주제가 정해지면 그때부터 공부를 약간 한다. 쉽게 밀리면 안 되니까. 책은 잘 안 읽는다. 읽으면 진짜 잠이 오고 난독증도 심해서 주로 오디오 콘텐츠를 듣는다. 전략도 많이 짠다. (상대방을) 흥분시켜서 멘붕이 오게. (일동 폭소) 그런 전략도 짜야 한다. 논리로만 가면 제가 질 수도 있다. (일동 폭소)
▶ '무논리 토론 배틀'로 시작했는데, 스스로 공부도 하고 본인이 너무 논리적으로 변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은 없나.
김종민 : 그런 걱정 많이 안 하셔도 되는 게 용량이 있기 때문에 하나 들어가면 하나 나온다. (일동 폭소) 너무 크게 걱정 안 하셔도 된다. (머릿속에도) 기가(Gigabyte, 용량 단위)가 있지 않나. 그게 정해져 있기 때문에… (웃음)
▶ '뇌피셜'을 하면서 달라진 게 있는지 궁금하다.
김종민 : 변화를 확 느낀 건 없다. 시즌 1하고 나서는 말에 힘이 좀 실린 것 같다. 자연스럽게 하려고 한다.
▶ 그동안 토론 상대 중 제일 강했던 사람은 누구인가.
김종민 : 태현이 형 때 제가 많이 흔들렸다. 데프콘 형도 (제 전략에) 안 흔들려서 강하게 가려고 한다. 좀 더 세게 하려고 한다.
▶ 기억에 남는 굿토커가 있다면.
김종민 : 전화 통화한 조인성 씨가 많이 기억에 남는다. 태현이 형이 고맙게 나와주셔서. (웃음) 오늘 또 데프콘 형하고 붙었는데 좀 많이 밀렸다, 말싸움에서. 형이 말을 잘하기 때문에 자존심이 상해 있다. 너무 잘한다. 구구단 세정이도 나와서 너무너무 잘한 것 같아서 기억에 남는다. 양세찬도 기억에 남는다. 제일 조금 나왔다, 조회수가. (일동 폭소) 다신 안 봤으면 좋겠다. 상처로 남아 있다. (일동 폭소)
▶ 본인보다 더 무논리로 나온 상대가 있나.
김종민 : 하하는 정말 논리가 없다. (일동 웃음) 대화가 단절됐다. 자기 할 말만 해서. 그래도 다시 한번 붙고 싶다.
김주형 PD : 하나하나 깨물면 안 아픈 손가락 없듯이 다 좋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할 것들을 말씀드리면 좋을 것 같다. 데프콘 씨도 본인이 운영하는 데프콘 TV가 있기에 그거에 대한 말씀 많이 하시기도 했다. 구운 게 맛있냐, 날 게 맛있냐 이게 주제인데, 취향에 대한 우기기에 불과할 수 있지만 두 분이 논리 보강하려고 하고 인류 역사까지 얘기하면서 서로 설득하는 과정이 굉장히 재밌었다. 프로그램 취지에도 잘 맞고. 데프콘 씨가 굉장히 달변이었고. 다음 주는 구구단 세정이 포함해서 종민이와 3대1로 겨루는데 자기만의 논리가 있더라. 걸그룹으로 바쁜 와중에 연예 활동만 했을 수도 있는데 본인 생각이 확실하니 지켜보는 입장에서 배틀이 재밌었다.
▶ 또, 제작진이 원하는 굿토커가 있다면.
고동완 PD : 시즌 1부터 하고 싶었던 분이 있었다. 이번에 섭외가 됐다. 혀 메시라고 불리는 지상렬 씨다. '뇌피셜'이라는 콘셉트에 가장 잘 맞는 분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녹화 준비 중이다.
김종민 : 아 그 형 힘들다. 너무 막말하는 분이라. (웃음) 철저하게 방어하기 위해 준비해 놓겠다.
김주형 PD : 유해진 씨. 아시는 것도 굉장히 많아서, 지식을 한 번 겨뤄주시면 좋지 않을까.
김종민 : 그 형은 진짜 진지한 형이다. 약 올려서 화 한 번 나게 하고 싶다. (일동 웃음)
▶ 처음에 '뇌피셜'을 기획했을 때와 같이 프로그램 방향이 가고 있다고 보나.
김주형 PD : (현실은) 기대에는 항상 부족하겠지만 생각한 것과 맞아떨어지는 게 있다. "이거는 김종민 거네" 라는 것. 토론 형태를 김종민이 끌고 갈 수 있냐고 했을 때, '왜 못해?' 하는 게 저희 생각이었다. 재미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건, 어느 정도 성취됐다고 본다. 김종민이라는 사람과 기상천외한 토론 배틀을 해서 각자 생각을 좀 더 들어볼 수 있게, 여러분들을 모실 수 있지 않을까. 더 많은 분이 나올 수 있게 구독자가 더 많아지면 좋을 것 같다. <계속>
(노컷 인터뷰 ② 김종민, '베스트 댓글' 보려고 노력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