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널 : 표준 FM 98.1 (07:00~07:30)
■ 진행 : 임미현 앵커
■ 코너 : 조은정 기자 <조은정의 '뉴라밸'>
◇ 임미현 > 문화 트랜드를 읽는 '뉴스 라이프 밸런스', 조은정의 '뉴라밸' 시간입니다. 문화부 조은정 기자 스튜디오에 나와있습니다.
◆ 조은정 > 네. 반갑습니다. 조은정입니다.
◇ 임미현 > 오늘은 어떤 이야기 가져오셨어요.
◆ 조은정 > 오랜만에 소설에서 밀리언셀러가 나왔습니다. 바로 <82년생 김지영>인데요. 출간된지 2년하고 한 달만에 100만부 판매라는 대기록을 세웠습니다.
◇ 임미현 > 정말 화제의 책이었죠. 밀리언셀러 얼마만이죠?
◆ 조은정 > 소설 분야에서는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가 2009년에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이후 9년만입니다. 앞서 김훈의 <칼의 노래>가 11년 전에 밀리언셀러를 기록했었구요. 김훈, 신경숙 그리고 조남주 작가로 이어집니다. 이 책을 쓴 조남주 작가는 시사 프로그램을 주로 하던 방송작가 출신으로 소설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대중적 인지도가 없는 신인 작가가 쓴 소설이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것도 이변이죠.
◇ 임미현 > 82년 김지영. 참 사회 분위기와 시기가 잘 맞았던 것 같애요.
◆ 조은정 > 네. 정말 시대 분위기가 이 책을 선택했다고 말하고 싶구요. 82년생 김지영은 그 자체로 사회 현상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문단에서는 소설 기법에 대해선 혹평도 있는데요. 시대 분위기와 맞물리면서 소설이 이슈의 중심에 섰던 것은 확실합니다.
소설 내용은 사실 간단하고 분량도 두세시간이면 넉넉히 읽을 정도인데요. 이름만큼 정말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인물이 '경단녀'가 되고 독박육아를 하면서 겪는 심리적인 좌절을 그린 겁니다. 제목을 너무 잘지었단 생각이 들어요. 평범 그 자체인 여성이 어린시절부터 여자로서 겪은 차별과 아픔이 쌓이는 과정을 보여주는데요. 방송작가 출신인 만큼 단어도 쉽고 잘 읽혔던 것 같애요.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은 어떤 부분 공감했는지 한번 들어보시죠.
"나이대가 딱 공감하는 나이대인 것 같애요. 아이를 낳아 키우고 육아와 직장을 하면서 혼자 감당하기 힘든 마음을 잘 표현해서 그런 것 같애요. 저는 79년생인데 딱 그때가 아이 연령대도 그렇고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애요" (유미애 40살 경기도 파주시)
"페미니스트적 느낌이 약간 있기는 하지만 저는 상당부분 공감이 됐어요. 여성적인 부분에서 쓴 것인데, 제가 살아보니까 상당 부분 공감도 가고 이해도 가고, 몰랐던 것도 깨닫고, 그 책을 통해서 많은 것을 느꼈어요" (이모씨 58살 서울 양천구)
◇ 임미현 > 네. 저도 전 세대지만 읽으면서 공감되고 마음이 많이 아팠거든요. 저는 소설이라기보다는 다큐같다는 느낌도 들었어요. 책이 이렇게까지 화제가 될지 작가도 모르지 않았을까 싶어요.
◆ 조은정 > 올해 초에 미투 열풍이 불었잖아요. 사실 미투 열풍이 불기 전에도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이 늘었는데 이 책이 페미니즘 교과서라고 불리면서 많이 팔렸습니다. 사실 책을 알린 것은 정치인 역할도 컸습니다.
◇ 임미현 > 정치인들이요?
◇ 임미현 > 그렇네요. 화제가 됐던 만큼 이 책이 안티들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김성수 문화평론가의 말을 한번 들어보시죠.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제목에서부터 보편성을 담고 있어요. 모든 여자가 다 이렇게 고통받고 있다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서 남자들이 굉장히 불편한것이죠. 그래서 이 소설에 대한 저주를 할 수밖에 없고 소설을 하나의 심벌(상징)로 삼는 것이죠. 일종의 낙인처럼 소설을 활용하게 됐고 그래서 더 유명해지고 궁금해지고 더 많이 팔리게 하는 효과를 거뒀어요. 저는 이 소설을 팔리게한 마케팅 사원이랄까. 일베도 큰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 임미현 > 안티로 책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진거네요. 페미니즘 주제는 서점가에 하나의 트랜드로 자리잡는 것 같애요.
◆ 조은정 > 사실 작년, 재작년보다는 출판계에서는 좀 시들한데요. 그래도 꾸준히 페미니즘 관련 책들이 출간이 되고 많이 팔리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눈에 띄는게, 여성들의 삶 뿐 아니라 한국 남성들의 삶을 진지하게 분석하고 조망하는 책들도 눈에 띄거든요. 최근에 출간된 <한국, 남자>라는 책은 한국 남성들의 심리를 사회학적으로 분석해서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최근 사회 분위기가 좀 우려스러운 부분이 많은데요. 이수역 폭행사건에서 단적으로 드러났듯이 여혐, 남혐의 성대결로 번지고 있거든요.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방식이 아니라 '혐오'하는 방식으로 흘러가는 가는건 우려스럽습니다. 82년생 김지영을 이해하는 마음을 갖는게 혐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닐 겁니다. 이 시대를 읽는 거울로 소설이 넓게 이해되고 해석됐으면 하고 바래봅니다.
◇ 임미현 >네 지금까지 조은정 기자와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