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저 물고 있느라 이에 금간듯…" 코오롱 이웅열 회장, 퇴임

23년 코오롱 이끈 이 회장, 내년부터 모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이 회장 "나 스스로 나가야 회사에 진정한 변화" … 혁신 부탁
"금수저로 태어나 가진 특권과 책임감 내려놓는다"고 말하기도

23년간 코오롱을 이끈 이웅렬 회장이 2019년부터 모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23년간 코오롱그룹을 이끌어 온 이웅열 회장이 모든 직을 내려놓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

코오롱그룹은 28일, 그룹 경영을 이끌어온 이 회장이 2019년 1월 1일부터 그룹 회장직을 비롯해 지주회사 ㈜코오롱과 코오롱인더스트리㈜ 등 계열사의 모든 직책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별도의 퇴임식은 마련하지 않았고 간단한 퇴임사로 대체했다. 이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강서구 코오롱원앤온리(One & Only) 타워에서 "그동안 몸담았던 회사를 떠난다"며 "앞으로 그룹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임직원들에게 보낸 서신을 통해 "이제 저는 청년 이웅열로 돌아가 새롭게 창업의 길을 가겠다"며 "그동안 쌓은 경험과 지식을 코오롱 밖에서 펼쳐보겠다"고 창업의사를 내비쳤다.

이 회장은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덕분에 다른 사람들보다 특별하게 살아왔지만 그만큼 책임감의 무게도 느꼈다"며 "그동안 금수저를 물고 있느라 이가 다 금이 간듯한데 이제 그 특권도, 책임감도 내려놓는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회장은 자신의 퇴임이 회사에 혁신적인 변화로 이어지기를 당부했다.

이 회장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산업 생태계 변화의 물결에 올라타지 못하면 도태된다"며 "새로운 시대, 그룹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그 도약을 끌어낼 변화를 위해 회사를 떠난다"며 혁신의 속도를 더 높여 달라고 부탁했다.

끝으로 이 회장은 "나 스스로 비켜야 진정으로 변화가 일어나겠다고 생각했다"며 자신의 퇴임이 그룹 변화와 혁신의 모멘텀으로 이어지기를 고대했다.

이 회장의 퇴임 선언으로 코오롱 그룹은 조직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코오롱그룹은 "지주회사의 컨트롤타워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지주회사를 중심으로 각 계열사의 책임 경영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요 계열사 사장단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인 '원앤온리(One & Only)위원회'를 둬 그룹의 아이덴티티와 장기 경영방향, 대규모 투자 등 주요 경영 현안을 조율한다.
신임 대표이사 사장에 임명된 유석진 (주)코오롱 대표이사 부사장

(주)코오롱의 유석진 대표이사 부사장(54)이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돼 지주회사 (주)코오롱을 이끌도록 했다. 유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2013년 ㈜코오롱 전무로 영입돼 전략기획 업무를 맡아오다 지난해 대표이사 부사장에 발탁됐다.

이 회장의 아들 이규호 ㈜코오롱 전략기획담당 상무(35)는 전무로 승진해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최고운영책임자(COO)에 임명됐다.

그룹 관계자는 "이 회장이 이 전무에게 바로 그룹 경영권을 물려주는 대신 그룹의 핵심 사업부문을 총괄 운영하도록 해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토록 한 것"이라며 "경영 경험과 능력을 충실하게 쌓아가는 과정을 중시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인사는 여성 임원 4명이 한꺼번에 승진하는 등 여성인력에 대한 파격적 발탁도 이뤄졌다.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에서 '래;코드', '시리즈' 등 캐주얼 브랜드 본부장을 맡아온 한경애 상무가 전무로 승진했고 ㈜코오롱 경영관리실 이수진 부장이 상무보로 발탁돼 그룹 역사상 처음으로 재무분야 여성 임원이 나왔다.

세계최초 골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인 '인보사' 등 바이오 신약 연구개발을 총괄하는 코오롱생명과학 바이오신약연구소장 김수정 상무보와 코오롱인더스트리 화장품사업TF장 강소영 상무보도 각각 상무로 승진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