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서대문구 충정로에서 김밥가게를 운영 중인 하원형(70)씨는 "가게 매출 대부분이 전화 주문을 통해 생겨나는데, 전화가 안 되니 타격이 크다"고 토로했다.
전화와 함께 연일 먹통인 카드 계산기는 전날 부랴부랴 다른 통신사의 것으로 빌려왔지만, 체감 매출액은 이미 3분의 1가량 뚝 떨어진 상태라고 한다.
근처 횟집에서 일하는 백인기(57)씨는 "단골손님마저 '카드 결제가 안 된다'고 하니 자리를 뜨더라"며 한숨을 쉬었다.
화재 당일 결재가 안돼 전화번호만 적어두고 외상을 달아 둔 손님은 아직 연락이 없다.
북아현동에서 가구점을 운영하는 정모(69)씨 역시 먹통이 된 전화와 카드 계산기를 앞에 두고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가구에 문제가 생겨 들어오는 AS 신청 전화를 모르고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불안함 때문이다.
정씨는 "제가 만약 고객이라도 이상하게 생각할 것 같다"며 "가게 문을 닫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지, 쌓은 신뢰에 지장이 생길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들어왔다 나간 손님, 받지 못한 주문, 잃어버린 신뢰 등 입증하기 어려운 손해까지 더해져있지만, 실제 배상이 어느 정도까지 될지 미지수다.
상인들조차도 "전화 요금 한 달 치를 감면해준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그래봤자 그게 얼마나 되겠냐", "이런 눈에 보이지 않는 피해들은 증명해내기 어려운 만큼, 보상까지 받아내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한다.
고객의 가구 배송 연기 전화를 받지 못해 왕복 용달료를 날렸다는 또다른 가구점 주인 김모(68)씨도 "이런 상황을 증명할 서류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참 난감하다"고 했다.
이어 "KT는 이번 사태를 엄중하게 책임지고 실질적인 피해 조사와 진정성 있는 보상에 나서야 한다"며 "연합회는 피해 내용을 접수받아 공동 대응에 나설 것이며 특히, KT가 미온적으로 대응할 경우 회선 해지 등 '불매운동'에 나설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KT 황창규 회장은 사고 다음 날인 25일 화재 현장을 찾아 "사고로 인해 불편을 겪으신 개인 고객, 특히 자영업자분들에 대한 보상 문제는 관계기관과 협의해 신속하게 대책을 만들어 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역시 지난 26일 열린 '통신3사 CEO 긴급 대책 회의'에서 KT에 대해 "(통신망) 복구와 피해보상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만 KT 관계자는 "당장 '현재진행형'인 피해들을 막는 데 집중하고 있는 만큼, 보상 문제는 아직 구체적으로 발표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법적으로 특별 손해에 해당하는 영업 피해의 경우, 피해를 입힌 쪽에서 피해 가능성을 미리 알았거나 알 수 있어야 배상이 가능하다. KT가 어떤 보상책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