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수사에는 한껏 몸 낮춘 이재명…비판여론 의식?

이 지사 "검찰 일상적 수사활동·충실히 협조" 등 배려성 발언
경찰 동일건 수사에 "권력을 택했다" 등 강한 비판과 대조
정치평론가 등 "당내 갈등·분열 프레임 불리하다고 판단했을 것"
"검찰이 압수수색으로 가져갈게 없다는 걸 알기에 반발 이유없어"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이른바 '혜경궁김씨(@08__hkkim)'와 관련한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경찰과는 달리 한껏 몸을 낮췄다.

이같은 이 지사의 행보에 대해 정치 평론가들은 집권세력과 대립하는 최근의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사진=자료사진)
◇ 검찰 수사에 예상과 달리 비난 전혀 없어

'@08__hkkim' 트위터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이 지사의 부인 김혜경씨의 과거 휴대전화기 등을 확보키 위해 27일 오전 9시부터 이 지사 자택과 경기도청 집무실을 압수수색 했다.

이날 반차를 내고 오전 11시 30분께 출근한 이 지사는 경기도청에서 "검찰이 일상적으로 하는 수사활동이니까 충실히 협조해서 끝내고, 업무에 지장이 없도록 하겠다. 이 과정(압수수색)을 통해 사건의 실체가 빨리 드러나서 아내가 자유롭게 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같은 발언은 동일한 사건인 트위터(@08__hkkim) 계정주 의혹과 관련해 경찰의 수사에 대해 내놓은 얼마전 입장과 비교할 때 180도 바뀐 것에 해당한다.

경찰 수사과정에서 연일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던 이 지사가 비난 강도를 낮추는 등 수위조절을 할 것으로는 어느정도 예상 됐으나, '일상적 수사활동', '충실히 협조' 등 듣기에 따라서는 검찰을 배려한 것으로도 느껴지는 문구까지 동원해 입장을 밝힌 것은 예상을 벗어난 행보로 볼 수 있다.

'친형 강제입원'과 '여배우 스캔들' 등 의혹의 중심에 선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달 29일 오전 피고발인 신분으로 경기도 분당경찰서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자료사진/이한형기자)
◇ 경찰 수사에는 "네티즌 수사대보다 판단력 떨어진다" 등 강도높게 비난


이 지사는 지난 19일 도청에서 경찰의 트위터 계정주 의혹 수사에 대해 입장을 밝힌바 있다.

당시 그는 “경찰의 수사내용을 보면 네티즌 수사대보다 판단력이 떨어진다. 경찰이 진실보다 권력을 선택했다. 국가권력의 행사는 공정함이 생명인데 허위사실을 공표한 김영환에게는 그렇게 관대한 경찰이 이재명 부부에 대해서는 왜 이렇게 가혹한가” 라고 밝히는 등 경찰수사를 강도높게 비난했다.

앞선 17일에는 '@08__hkkim이 김혜경이라는 (경찰의) 스모킹건? 허접하다'는 제목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경찰은 누군가 고발하고 신고한 그 수많은 악성 트위터글이나 댓글은 조사착수도 없이 각하하지 않았나. 국민이 맡긴 권력을 사익을 위해 불공정하게 행사하는 것이야말로 청산해야 할 적폐행위" 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사진 오른쪽)와 더불어민주당 포스터.(사진=자료사진)
◇ 정치평론가들 "당과 진보진영 고려·한발 더 나가면 출당요구 거세질 것도 감안"

이 지사가 검찰 수사에 대해 경찰에 대응하던 것과 다른 양상을 보이는 것에 대해 정치 전문가들은 당내 갈등 등 최근 상황을 고려한 처신으로 풀이했다. 또 이날 검찰이 압수수색에도 불구, 가져갈 것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굳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를 못 느꼈을 것이란 의견도 제기됐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정치평론가)는 "(이 지사는) 현재 너무 경찰과 각을 세우고 현 집권세력과 대립하는 모양새로 자꾸 비춰 지고 있다. 이런 분열 프레임이 여권은 물론 이 지사에게도 유리할게 없다고 봤을 것이다. 법원의 판단까지는 시간이 꽤 걸리기 때문에 처음부터 대립각을 세우는 것처럼 비춰지는 것이 자신에게 유리하지 않다고 판단해 몸을 낮춘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검찰과 대립하는 등의 행위가) 민주당도 그렇고 진보진영에게도 바람직 하지 않다고도 판단했을 것이다. 민주당이나 청와대가 지지율이 하락하는 등 개혁동력이 자꾸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지사가 자꾸 각을 세우면 야당은 이것을 이용해 틈새를 벌리려 할 것이다. 비난의 화살이 청와대나 여당보다 자신에게 갈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을 고려한 입장 변화로 보여진다"고 덧붙였다.

김성완 정치평론가는 "(이 지사가) 당내 갈등 유발 등의 비판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을 대놓고 공격한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들도 나왔기 때문에 좀 몸을 낮춰야 하는 상황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본인이 한발 더 나가게 되면 당에서 진짜 출당요구가 거세게 나올 가능성 등도 고려했을 것이다. '순망치한' 이라고 당적을 가지고 있는게 재판 과정에서 더 유리하지 않겠나. 그것을 놓치면 진짜 낙동강 오리알이 되는 것" 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이 (이날 압수수색으로) 가져갈게 없다는 걸 이 지사가 너무 잘알기 때문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을 것이다. 압수수색은 지난 4월에 했어야 했다. 이 지사 입장에서는 내줄 것이 업고, 검찰 입장에서는 가져갈 것이 없는 통상적인 절차가 진행된 것이다. 검찰이 기소의견을 밝힌다고 가정할 때 '스모킹건' 이라 얘기하는 휴대전화기 조차 찾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하면 절차상 문제로 비판을 받을 수 있으니 검찰 입장에서는 큰 소득을 기대하지 않고 압수수색을 했을 것 같다. 그런면에 있어 이 지사가 굳이 반발할 이유가 없었을 것" 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압수수색에 나선 수원지검 공안부는 이 지사의 자택과 집무실에서 휴대전화기를 발견하지 못했다. 검찰수사는 다음달 13일 공소시효 만료까지 16일이 남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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