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차 첫 주전’ 김시훈의 눈물 나는 ‘인생경기’

2009~2010시즌 데뷔 후 KB손해보험전서 최고 활약

우리카드 센터 김시훈은 2009~2010시즌 데뷔 후 10번째 시즌 만에 처음 주전 자리를 꿰찰 정도로 뛰어난 활약을 하고 있다.(사진=한국배구연맹)
2009~2010시즌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4순위로 V-리그 남자부에 데뷔한 김태진이라는 선수가 있었다. 당시 김태진은 강영준, 김현수, 김광국과 함께 우리캐피탈에 우선지명돼 프로 무대를 밟았다.

하지만 김태진은 프로 데뷔 후 되는 일이 없었다. 이미 팀에는 신영석(현대캐피탈)과 박상하(삼성화재)라는 확실한 주전이 버틴 데다 상무 시절에는 허리 부상에 시달렸고 승부조작까지 터져 마음고생이 심했다. 그러다 보니 주변에서 이름을 바꿔보라고 조언했다.

축구의 이동국(전북)과 야구의 손아섭(롯데) 등 이미 많은 운동선수가 이름을 바꿔 성공했던 만큼 김태진은 과감하게 김시훈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름을 바꾸고도 한동안 마음고생은 계속됐다. 코트에 나서는 것보다 웜업존에서 몸을 푸는 시간이 많은 것은 바뀌지 않았다.


김시훈의 배구 인생이 바뀐 것은 2018~2019시즌을 앞두고 신영철 감독이 부임하고 나서다. 시즌 중 경험 많은 베테랑 윤봉우까지 가세했지만 김지훈은 당당히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았다. 프로 데뷔 후 10년의 시간 동안 군대도 다녀왔고,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된 김시훈은 처음으로 주전이 됐다.

26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KB손해보험과 경기는 말 그대로 김시훈의 ‘인생경기’였다. 데뷔 후 가장 많은 5개의 블로킹을 잡는 등 프로 통산 최다인 11득점을 기록하며 당당히 우리카드 승리의 주역으로 우뚝 섰다.

경기 후 밝은 얼굴로 만난 김시훈은 “프로 와서 처음 (경기 후) 인터뷰를 해본다”며 “3년 동안 코트에 제대로 들어가지도 못했는데 감독님께서 좋은 기회를 주셔서 행복하다. 팀에 더 보탬이 되는 선수가 돼서 올 시즌에는 봄 배구 할 수 있도록 더 준비하고 노력하겠다”고 활짝 웃었다.

예전부터 우리카드는 ‘높이’가 약점으로 지적됐다. 하지만 김시훈은 “감독님이 오시고 센터들에게 자신감을 많이 심어주셨다. 연습할 때도 세세하게 꼬집어 주셔서 이렇게까지 할 수 있었다”고 신영철 감독에게 공을 돌렸다.

무엇보다 김시훈을 코트 위에서 맹활약하게 하는 힘은 데뷔 후 처음으로 주전이 되었다는 자신감이었다. “코트에 들어와 보니 나가기 싫었다”는 김시훈은 “무언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눈가가 촉촉하게 젖었다.

자신의 ‘인생경기’를 마친 김시훈이지만 그는 “감독님께서 공 하나에 최선을 다하고 최대한 블로킹에 참여하면 하나라도 더 잡을 수 있다고 말씀하신다. 매사에 항상 준비 잘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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