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직업병 피해자 11년 간의 갈등 종지부…하지만 숙제도

[반올림 황상기 대표 인터뷰]
"삼성반도체 공장과 LCD 공장 말고도 삼성 계열사에서 일하다 병에 걸린 노동자들도 상당히 많아…이들에 대한 보상안도 마련하길"
"전자산업 직업병 문제 해결만이 끝 아냐…삼성으로부터 부당한 일 당한 사람들과 대화로 문제 풀어야 더 큰 비난 피할 수 있을 것"

■ 방송 : 강원CBS<시사포커스 박윤경입니다>(최원순PD 13:30~14:00)
■ 진행 : 박윤경 ANN
■ 정리 : 홍수경 작가
■ 대담 : 반올림 황상기 대표

삼성전자 기흥공장에서 근무하던 한 노동자가 백혈병으로 숨지면서 시작된 분쟁. 11년만에 삼성전자가 공식적으로 사과하면서 삼성전자와 백혈병 피해자 간의 갈등이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지난 시간, 피해자 보상과 재발방지를 위해힘써왔던 반올림 황상기 대표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박윤경>황 대표님, 안녕하세요?

◆황상기>네, 안녕하세요? 반올림의 황상기입니다.

◇박윤경>11년간 계속돼 왔던 갈등이 마무리됐습니다. 지난 금요일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사과문을 발표했는데요. 마음이 어떠셨어요?

◆황상기>23일 삼성전자가 공식 사과를 하고 보상중재위원회와 합의를 했습니다. 보상중재위원회 합의는 삼성반도체 공장과 LCD 공장에서 일하다 병에 걸린 노동자들에 대한 합의인 것입니다.

2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반올림 중재판정 이행합의 협약식(사진=황상기 대표 제공)
그런데 삼성반도체 공장과 LCD 공장 말고도 다른 삼성 계열사에서 일하다 병에 걸린 노동자들도 상당히 많은데 이들에 대한 보상내용이 빠져있어 상당히 마음이 무겁습니다. 다른 사업장 내역을 보면 삼성반도체 공장 외에서 일한 하청업체, 협력업체도 있고요.

삼성SDS, SDI, 삼성디스플레이 등의 사업장에서 일하다 암에 걸린 사람들도 반올림에 제보가 상당히 들어왔는데요. 삼성은 이 분들과의 보상도 논의를 빠른 시일내에 해서 보상안을 마련해 주시기 바랍니다.

◇박윤경>지난 1일, 조정위원회가 중재안을 마련했고,삼성전자와 피해자들이 이를 이행하기로 합의한 자리에서 있었던 사과였는데. 이 역시 중재안에 담긴 내용이었죠?

◆황상기>처음부터 폭넓게 보상하라고 했거든요. 화학약품에 의해 병에 걸린 사람들은 상당히 규명하기 어렵고 까다롭습니다. 그래서 반올림은 여태까지 삼성과의 싸움에서 약 10여종의 병을 가지고 근로복지공단과 법원으로부터 산업재해라고 인정받은바 있습니다.


아직도 인정받지 못한 직업병이 있는데, 의심은 가지만 의학적으로 규명하지 못한 병명이거든요. 그런 사람들을 포함해 50여종의 병명을 가진 사람들에게 보상안을 마련했습니다. 보상 금액은 백혈병은 최대 1억5천만원부터 희귀병, 난치병, 유산, 불임까지 보상을 하게 돼 이런 부분은 상당히 반가운 부분입니다.

삼성전자-반올림 중재 판정 이행 협의 협약식(사진=황상기 대표 제공)
◇박윤경>삼성전자 사과문을 통해서 약속한 내용은요?

◆황상기>삼성에서 500억원을 출연해 산업안전관리보건공단에 기탁해 공익 법인을 만들어 전자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건강을 연구하는데 쓰기로 했습니다.

그 약속을 한 것이고, 만약 이렇게 하게 되면 삼성은 적극 협조를 해야 합니다. 연구원들이 연구를 하려면 공장에 가서 조사를 해야하고 어떤 약품을 쓰는지도 보고 자료도 요청해야 할텐데 삼성이 협조를 안하고 돈만 내놓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박윤경>2028년까지 보상을 하겠다는 내용도 있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세요?

◆황상기>2028년까지 완료가 아니고요. 지금 보상안으로 2028년까지 보상을 한다는 겁니다. 왜 2028년이냐면, 병에 걸린 사람들이 지금 당장은 산업재해로 인정받지 못한 의심 환자들이 상당히 있습니다.

화학약품에 의해 병에 걸린 사람들은 당장 밝혀지는 게 아니고 시간이 지나면서 문제가 밝혀지는 거거든요. 10년 후면 지금의 의심 환자들도 확정 환자가 될 가능성이 있고요. 그러면 보상금액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2028년에 가서는 다시 설정을 해야한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는 겁니다. 그 때 다시 밝혀진 것과 공장 밖에서 일한 협력업체, 하청업체, 삼성계열사 업체 등의 문제까지 두루 살펴서 다시 보상안을 만들어야 하는 겁니다.

◇박윤경>지난 11년의 과정, 쉽지 않은 시간이었을 텐데요. 황 대표께서 따님을 위해 힘겨운 싸움을 시작하면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어떤 과정들이 있었나요?

◆황상기>이루 다 말할 수 없고요. 한 두건만 소개한다면 유미가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신청서를 냈는데, 유미가 죽은 후 제가 조서를 받으러 갔습니다. 삼성에서 근로복지공단에 유미의 경력서를 올렸는데요. 유미는 삼성반도체 공장 3라인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21달정도 일을 했는데, 반도체를 화학약품에 담갔다 뺐다하는 작업을 2인1조로 하다 둘 다 사망했습니다. 그런데 삼성에서는 근로복지공단에다 유미가 다른데서 스티커 붙이는 작업을 하다가 3라인에서 석달만 일을 했다고 거짓서류를 꾸며 올렸습니다.

그 이유는 화약약품을 가지고 일한 기간이 3달밖에 안되기 때문에 이로 인해 백혈병에 걸렸을 가능성이 낮고 개인적인 질병이라고 말을 둘러대기 위해서 서류를 거짓으로 꾸며 제출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박윤경>그동안 반도체와 첨단 전자산업으로 인해 질병을 얻은 피해자들의 규모는 얼마나 되는지요?

◆황상기>반올림에 삼성계열사에서 일하다 암에 걸렸다고 제보가 들어온 사람만 3백4~50건 되는데 이번 보상안은 삼성반도체 공장이 84년 5월부터 가동됐는데요. 그때부터 일하다 1년이상 일하고 퇴사한 후에 15년 이내, 또 어떤 병은 5년 이내 병이 걸린 사람들을 보상해주는 거기 때문에 실질적 피해자는 삼성도 모르고 우리도 모릅니다. 제보를 받아봐야 대충 그 윤곽이 나올 것 같습니다.

◇박윤경>보상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는 것일텐데요. 이를 위해서 어떤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황상기>현장에서 일한 사람들이 가장 잘 알고 느낄 거라고 생각합니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개인과의 대화는 어려울 것 같고요. 노동조합을 인정해 이런 문제를 대화로 풀어간다면 지금보다는 좀 더 안전해질 거라 판단은 됩니다.

저는 이것 말고도 다른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삼성 본관 앞에서는 지금도 농성을 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 사람들을 보면 삼성에서 노동조합을 만들어달라고 하다가 해고된 사람들, 과천에서 상가를 강제 철거당한 사람들, 삼성 협력업체 사장들이 계약해지를 당해 농성하는 사람들 등이 많은데요.

반올림 황상기 대표(사진=황상기 대표 제공)
이들 역시 삼성에서 대화를 해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삼성에 대한 비난은 이번 반올림 직업병 문제가 해결했다고 된 것이 아니고, 국민들로부터 많은 비판이 뻔해 보이기 때문에 말씀 드립니다.

◇박윤경>모쪼록 말씀하신 문제들, 잘 해결됐으면 하는 바람이고요. 더 이상 근로자들이 위험한 환경에 노출되지 않도록 예방대책에 철저히 세워지길 바랍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황상기>네, 감사합니다.

◇박윤경>지금까지 반올림 황상기 대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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