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1년에 한 번씩 실시되는 당내 선거에서 박빙 승부가 펼쳐져 왔기 때문에 9표의 향배는 승패를 좌우할 수 있는 수준이다. 때문에 김병준 비대위는 '게임의 룰(rule)' 격으로 작용할 수 있는 문제를 경선 뒤로 미루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결정권은 차기 원내대표에게 넘어간다. 내년 3월초 전당대회로 임기가 끝나는 김 위원장보다 새롭게 선출된 원내대표에게 힘이 실리는 현상 때문이다. 당원권이 정지된 의원 대부분이 친박계여서 어떤 계파가 경선에서 승리하는지에 따라 해제 여부가 판가름 나고, 전대 룰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 非朴 내일까지 단일화…계파 대신 '잔류파 VS 복당파' 구도
김성태 현 원내대표 이후 다시 한 번 원내사령탑의 점령을 노리는 비박계는 후보 간 교통정리에 들어갔다. 좌장 격인 김무성(6선) 의원이 중재자로 나서 지난주 몇 차례 회동을 했다.
김 의원이 비박계의 후보가 될 경우 경선은 '친박계 대(對) 비박계'의 전통적인 구도 대신 '잔류파 대 복당파'의 경쟁이 될 전망이다. 강 의원은 비박계이면서 잔류파에 해당하지만, 김 의원은 바른정당 탈당 전력이 있으면서 동시에 김무성 의원의 옛 새누리당 당 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한 강성 비박계이다.
반면 친박계의 지지 후보들은 나경원, 유기준(4선) 의원으로 엇갈리고 있다. 나 의원은 비박계이지만 잔류파인 반면, 유 의원은 박근혜 정부 시절 해수부 장관을 역임한 친박계 인사다. 이밖에 비박계에서 김영우(3선), 친박계에서 류재중(3선) 의원이 출마 의사를 갖고 있다. 한때 출마를 저울질했던 심재철(5선) 의원은 전당대회 출마로 방향을 틀었다.
후보들이 난립한 상태지만, 교통정리가 되면 결국 양자 내지 3자 간 대결구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1~2표로도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당헌‧당규 개정에 따른 당원권 정지 해제 여부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지난해 김성태 원내대표는 108명 의원이 표결에 임한 가운데 55표(홍문종 35표, 한선교 17표)를 받았다. 1표만 모자랐어도 결선을 치러야 했고, 각각 친박계‧중립 성향이었던 홍‧한 의원이 막판 단일화 효과를 받게 될 경우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현재 당원권이 정지돼 투표권이 없는 의원은 권성동‧김재원‧엄용수‧염동렬‧원유철‧이우현‧이현재‧최경환‧홍문종 의원 등 9명이다. 친박계가 대다수다. 반면 이군현‧황영철‧홍일표 등 비박계 의원들은 바른정당 시절 기소됐지만, 복당 후 규정을 적용받지 않았다.
때문에 친박계에선 공정성 시비를 걸고 있다. 유기준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재 당원권 정지된 의원들을 사면하거나 복당으로 예외가 적용된 의원들을 똑같이 정지해야 한다"며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법적인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주장했다. 비박계 김영우 의원도 "득표의 유‧불리를 떠나서 모든 의원들이 투표에 참여하게 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김학용, 나경원 의원은 유보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김 의원은 "선거 전 개정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한 반면, 나 의원은 "공정성 시비가 나올 수 있지만 룰을 변경하는 문제는 또 다른 논란을 나을 수 있기에 비대위의 고육지책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원내대표 선거 전 '기소와 동시에 당원권 정지' 조항을 삭제하기 어렵다면 경선 이후 해당 규칙의 수정 여부가 엇갈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병준 비대위는 일단 당헌·당규 개정위원회부터 12월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친박계의 지원을 받은 의원들은 규정을 수정해 대다수 의원의 당원권을 복원해줄 가능성이 큰 반면, 비박계로선 당권을 노리고 현 규정을 고수하게 된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 선출(1인 1표 행사)하는 현 단일성 지도체제와 동시 선출(1인 2표)하는 집단지도체제 중 무엇을 전당대회 경선 룰로 할지도 차기 원내대표가 영향력을 행사할 사안이다. 당 대표 당선 가능성이 큰 유력 후보들은 강한 당권의 현 체제를 선호하는 반면, 당내 중진 의원들은 집단지도체제로의 회귀를 주장하고 있다.
김병준 비대위는 현 체제를 유지할 경우 당 대표 사당화를 막기 위해 '협의'로 돼 있는 최고위의 집행 대상들을 '의결'로 바꾸는 반면, 체제를 바꿔 당권을 제한할 경우 의결 사안을 협의 방식으로 대표에게 재량권을 넓혀주는 '타협안'을 모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