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로 '보복 원정' 조폭들 일망타진 못한 경찰

광주로 원정온 수도권 조폭 30여 명 중 12명만 현장에서 검거
신속한 대처로 집단 난투극 막은 것이 성과라면 성과
경찰 "작전 알고 미리 현장 떠난 조직원 있다" 진술 확보

광주 북부경찰서(사진=광주CBS 박요진 기자)
지난 24일 낮 12시 30분쯤 광주지역 경찰 몇 명의 휴대전화가 잇따라 울렸다. 전화 발신자는 평소 경찰이 조직폭력배들의 대규모 폭행 사건에 대비하기 위해 관리하던 조직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화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인천 등 수도권에서 활동하는 조폭 30여 명이 전날 밤 발생한 폭행 사건에 보복하기 위해 광주로 원정와 광주시 북구 각화동 한 모텔에 머물고 있다는 것.

실제로 지난 23일 밤 광주시 서구 상무지구 한 식당에서는 다음날 치러질 광주지역 조폭 S파의 A(25)씨 가족의 결혼식을 앞두고 축하 자리가 열렸다. 그런데 축하 자리에서 직접적인 친분 관계가 없었던 광주지역 조폭 S파 조직원들과 인천지역 조폭 조직원들 사이에 나이를 두고 실랑이가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인천에서 내려온 조폭 B(25)씨가 한두 살 어린 광주지역 조폭들에게 폭행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 인천 조폭 B씨가 광주지역 조폭들에게 당했다며 복수해야 한다고 인천 등 수도권 조폭들에게 호소했다. B씨의 SOS를 받은 인천 등의 수도권 조폭 30여 명은 24일 새벽 2시쯤 광주로 집결했다. 날이 샌 후 중재에 나선 광주 S 파 조직원 A씨를 수도권 조폭들이 자신들이 묵던 모텔에 감금하고 폭행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사태는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번질 뻔 했다.

첩보를 접수한 광주 북부경찰서는 경찰서장과 형사과장을 포함한 경찰 55명, 기동타격대 5명을 현장에 출동시켰다. 또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방범순찰대 2개 소대 역시 모텔 인근에 배치시켰다. 조폭 검거에 동원된 경찰은 100여 명에 달했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당시 모텔에 머물던 C(23)씨 등 조폭 12명을 현장에서 검거했다.

실제 이들이 있던 모텔에서 야구방망이와 3단봉 등이 발견됐다는 점을 고려할 때 경찰의 신속한 조치가 없었다면 대규모 난투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컸던 사건이었다. 이들은 완전 범죄를 위해 모텔에 설치됐던 CCTV 서버를 구입한다는 명목으로 제거해 사건 관련 영상이 남아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경찰의 발빠른 조치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현장에 도착하기 전 이미 절반 이상의 수도권 조폭들이 현장에서 벗어났다는 데 있다. 전날 발생한 폭행사건을 사과하고 중재하기 위해 모텔을 찾았다가 감금·폭행 당한 A씨 역시 경찰이 도착했을 때는 현장에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근무자가 상대적으로 적어 인력수급이 힘든 토요일 오후 첩보가 접수된 지 약 1시간 20분 만에 신속한 검거 작전이 이뤄졌지만 경찰 작전 일부가 조폭 측에 새나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해당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 관계자는 "경찰이 현장에 출동하기 전 이를 알고 조직원 몇몇이 현장을 떠났다는 진술을 확보했다"며 "정확한 경로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광주지역 조폭 등을 통해 경찰의 작전 계획 일부가 알려진 것으로 의심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서 검거된 조폭들에 대한 통화 이력 등을 통해 도주한 조폭들이 누군지 특정하고 있다"며 "이들이 경찰 출동 소식을 어떻게 알게 됐는지도 파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지난 25일 모텔에서 검거된 C씨 등 12명에 대해 A씨를 감금·폭행하고 보복 폭행을 가하려 한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며 이르면 26일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