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신잡' 나영석 PD가 밝힌 전영광 작가 사진 도용 경위

공식 페이스북에 긴 사과문 올려
외국인이 나오는 해외 사진이라 저작권 없는 사진으로 착각
나영석 PD "콘텐츠 만드는 사람으로서 뼈저리게 반성"
전 작가 "몇 가지 오해 겹쳐, 이제 당사자 간 문제 해결할 것"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3'의 나영석 PD가 24일 전영광 작가 사진 도용에 관해 해명하고 사과했다. (사진=tvN 제공, 박종민 기자/자료사진)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잡학사전 3'(이하 '알쓸신잡3')의 나영석 PD가 전영광 작가의 사진을 도용한 것에 관해 재차 해명하고 사과했다.

나 PD는 24일 저녁, '알쓸신잡' 공식 페이스북에 긴 사과문을 올렸다. 전 작가가 찍은 파리의 공동묘지 페르 라셰즈 사진 5장을 도용하게 된 자세한 경위와, 전 작가의 문제제기(10월 17일) 후 제작진이 전 작가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메일 등의 캡처를 함께 공개했다.

나 PD가 공개한 메일(10월 19일자)을 보면 전 작가의 사진이 무단 도용된 계기가 나타나 있다. '영국인 묘지'(10월 12일 방송) 편에서 MC가 돌발적으로 해외의 추천할 만한 묘지에 관해 물었고, 페르 라셰즈 사진은 직접 촬영할 수 없어 구글링을 통해 자료를 구했는데 이때 저작권 확인 과정 없이 그대로 편집에 사용했다는 것이었다.

나 PD에 따르면 편집 PD는 '해외 사진'이고 '사진 속 등장인물이 외국인'이라는 점으로 미루어 저작권이 없는 사진이라고 착각했고, CG팀에서 설명자막과 디자인 작업을 하다가 전 작가 사이트명이 적힌 워터마크가 잘려나갔다.

나 PD는 이 메일에서 "이 모든 과정에 책임이 있는 저 역시 방송 전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지 못한 점을 통렬히 반성하고 또 반성한다. 추후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저를 포함한 모든 PD와 제작진에게 다시 한번 저작권에 대한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하고, 또 제작에 임하도록 근본적인 부분부터 다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알쓸신잡3' 재방송과 VOD 서비스 등에서 해당 부분은 삭제됐고 다시 방송되는 일이 없도록 조처했다고 덧붙였다.


이승환 편집 PD는 이틀 앞선 지난달 17일 전 작가에게 문자와 카톡으로 사진 도용 경위를 밝혔다. 이 PD는 "사진의 퀄리티가 좋아 차마 개인 블로그에 올라온 사진이라 생각지 못하고 일을 진행했다. 페르 라셰즈 홈페이지 같은 곳에서 제공하는 사진이라 생각했는데, 이는 물론 다 저의 오인이며 불찰"이라고 전했다.

출처를 알 수 있는 워터마크 삭제 건을 두고는 "워터마크가 좌하단에 있다는 것을 보지 못했으며, 이를 고의로 잘라낸 것이 아니라 방송용으로 '디자인 편집'하는 과정에서 '크기 조정', '테두리 블러 처리' 등의 작업이 진행되는 바람에 출처를 누락하게 됐다. 많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12일 방송에 출처 표시 없이 나간 전 작가의 사진 일부 (사진='알쓸신잡3' 캡처)
금전적 보상보다는 방송을 통해 자신과 시청자에게 사과의 뜻을 밝혀야 한다는 전 작가의 요구에 관해 나 PD는 지난 5일 메일에서 '알쓸신잡3' 마지막 회에 사과와 재발 방지 다짐을 하겠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더 구체적인 부분 설명을 요구했으나 답을 듣지 못했다는 게 전 작가의 입장이었다.

이 지점에서 의사소통에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양측의 입장을 비교한 결과, 나 PD는 내달 14일 마지막 방송에서 사과하기 위해 작업 중이었으나, 전 작가는 마지막 회 방송이 언제인지 알지 못했다고 설명했기 때문이다.

나 PD는 "마지막 회는 12월 14일로 예정돼 있으며, 제작진은 해당 방송에 사과 자막 및 재편집본 방송을 준비하고 있었다"면서, 전 작가가 최종적인 합의안을 요구한 것에 관해, "사과방송과 보상의 의지를 이미 작가님께 밝힌 제 입장으로서는 그 외 어떤 부분을 원하시는지 파악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나 PD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이번 무단도용 건은 100% 저희의 잘못이며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뼈저리게 반성하고 있다. 다시 한번 전영광 작가님께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는 말로 사과문을 끝맺었다.

나 PD의 입장 표명 이후 전 작가는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올려 "저는 '알쓸신잡' 마지막 회가 언제인지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시즌 1, 시즌 2의 회차(9회, 10회)로 미루어 봤을 때 10회가 되는 지난 23일이 마지막 방송이라고 생각해 빠른 답을 원했으나, 답이 없어 10회차가 방송된 이날 사진 도용 건이 마무리되지 않았다고 글을 올렸다는 설명이었다.

전 작가는 "저와 나 PD님 모두 이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 노력을 다해 온 것이 사실이다. 다만 몇 가지 오해들이 겹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이전투구의 사태를 만들게 되어 무척 유감이다. 지난번 글을 적고 난 이후 나 PD님께 메일이 왔다. 이제 당사자 간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도록 하겠다. 이번 일을 지켜보시는 분들에게도 감사한 마음과 죄송한 마음을 함께 전한다"고 썼다.

앞서 tvN '알쓸신잡3'는 지난달 12일 방송에서 파리의 공동묘지 페르 라셰즈를 소개하며 전영광 작가의 사진 5장을 도용했다. 전 작가는 '이니그마'라는 별명으로도 잘 알려진 프리랜서 여행 사진작가다.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 포토그래퍼, 한국관광공사 스마트 트래블러 편집장 등을 맡았고 여행 사진 외에도 다양한 사진을 찍어 왔다.

나 PD는 24일 공식 페이스북에 사과문과 함께 전 작가에게 사진 도용 경위를 설명한 메일 내용을 올렸다. (사진='알쓸신잡' 공식 페이스북)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