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아현지사-3번째 맨홀 차단벽 작동했을까

KT "아현지사 지하에 방화문…3번째 맨홀서 차단벽 작동"
케이블은 불연재 소재인데 화재 원인도 의문
스프링클러 사각지대로, 소화기만 놓여
경찰, 국과수 오늘 2차 합동감식…진화 과정도 분석해 재발 방지책 나와야

24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 아현빌딩 지하 통신구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맨홀을 열면 통신 케이블이 다니는 길이 있다. 이 가운데 서울 서대문구·중구 등 일대의 KT 케이블들은 아현지사 지하로 연결된다.

KT 아현지사는 통신 설비가 밀집된 집중 국사다. 케이블 부설을 위해 설치한 지하도인 통신구에는 16만8천 전화회선과 220조 광케이블이 깔려있다.

26일 소방과 KT 관계자 등의 말을 종합해보면, 전날 발생한 불은 인근 어디선가 발생해 아현지사로 이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 서대문구 KT 아현지사의 지하에도 맨홀 같은 동그란 구멍이 있다.

불이 난 뒤 아현지사 지하 이곳에서 차폐막인 방화문이 작동해 KT 건물 안으로는 불길이 올라오지 못했다. 대신 연기가 올라오자 IoT 자동 센서가 연기를 감지했다.

케이블의 반대쪽으로 번지던 불길은 아현지사로부터 세 번째 맨홀쯤에서 차단됐다. 약 150m 거리다.

전날 1차 합동감식 결과 소실된 케이블은 지하 1층 통신구에 약 79m정도였다

자칫 지하에서 더 번질 뻔했던 불길이 그 사이에 갇힌 건 아현지사 건물에 있던 방화문과 함께 관로에서 3번째 맨홀 인근에서 셧다운 장치가 작동했기 때문이라고 KT 측은 밝혔다.


일정 간격에 셧다운 장치가 있어 화재 등에 있어 차단이 가능하다는 게 KT 측 설명이다.

KT 관계자는 "아현지사에서 다른 지사까지 연결되는 중간 부분 지하구에서 차단벽으로 막아 불이 번지지 않도록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당시 연기 배출과 복구 작업을 위해 굴착기를 동원해 공구 주변을 파면서 불길을 끊었다는 말도 있다.

한 소방 관계자는 공식 답변이 아니라는 전제로 "현장에 출동했던 직원이 맨홀 쪽에서 화재를 차단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고 한다"며 "포클레인으로 땅을 파서 막은 걸로 안다"고 전했다.

통신 케이블은 일부러 불을 붙여도 잘 붙지 않을 정도의 불연재를 사용하고 있어 화재 원인을 둘러싼 의문도 커지고 있다.

당시 케이블에 불이 붙으면서 많은 연기가 발생해 지하 통신실을 가득 메웠고, 광케이블이 매설된 구역 안으로 접근도 어려워 진화에 어려움이 컸다.

이에 대해 KT 측은 오래된 케이블의 경우, 화재에 취약한 소재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장감식을 통한 확인이 필요한 대목이다.

결국 KT 아현지사 화재로 대규모 통신 마비 사태가 발생하면서 통신망 화재 예방과 방재 설비를 위한 규제와 관리가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KT 아현지사에는 소화기만 비치돼있었다. 현행법상 전력이나 통신사업용 지하구가 500m 이상인 경우에만 스프링클러 등 연소방지설비와 자동화재탐지기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아현지사 지하구는 500m 미만이라 연소방지시설 의무설치 대상이 아니었다.

전문가들은 국가기간 통신사업자인 KT와 같은 주요시설의 경우, 의무적으로 일정 소방시설과 연소방지설비를 갖추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당국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국립과학수사연구원까지 참여하는 2차 합동감식을 벌여 정확한 화재 원인 규명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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