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판알만 튕기는 선거제도...與 '변심'에 개혁 후퇴 우려

민주당, 비례성 강화하는 '연동형'에서 발빼기..야3당 공세
한국당, 의석수 확대에 반대 기류...선거제보단 권력개편에 관심


역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탓일까.

민심을 최대한 반영해 거대 정당에 의석수가 쏠리지 않도록 선거제도를 손질하자는 국회 논의가 겉돌고 있다.

기본적으로 비례성을 위해선 의석수를 늘려야 하는데 정치권은 이부분에 대해선 국민을 설득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는 더불어민주당의 변심과 기필코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자유한국당의 '뚝심'이 가장 큰 장애요소다.

국민적 동의를 얻어야하는 선거제도 개편 과정에서 정치권이 민낯을 드러내면서 되레 정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는 실정이다.

◇민주당의 변심...너무 손해가 크다?

민주당은 사실상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당론으로 채택해 왔다. 이는 바른미래당.평화민주당.정의당 등 야3당이 주장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처럼 득표율에 비례해 의석수(비례대표 포함)를 얻는 것이다.

다만,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전국 단위 정당 득표율을 기초로 한 것이고, 권역별 정당명부제는 전국 대신 권역별로 나눈다는 데 차이가 있다. 둘다 득표율과 의석수가 비례한다는 점에서 '연동형'으로 불린다.

하지만 민주당은 슬그머니 '연동형'에서 발을 빼고 있다. 이해찬 대표는 최근 "(현행 선거제도에서) 비례성이 약화되는 것을 보정하는 방안으로 어느정도 양보할수 있다는 거지 100% 비례로 몰아준다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당보조금 배분 방식처럼 교섭단체 정당에서 우선적으로 일정 수준의 비례대표 숫자를 보장하는 방식을 하나의 안으로 거론했다.

민주당에선 "아직 당론으로 정해진 것을 없다"는 입장이지만, 연동형은 받기 어렵다는 기류가 강하다.

지금의 제도에서는 득표율보다 많은 의석수를 차지 할수 있지만 연동형 비례대표를 할 경우 득표율만큼만 의석수를 얻어 손해가 많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는 다음 총선에서 민주당이 과반이상을 차지할수 있다는 희망섞인 전망과 무관치 않다.

이 대표는 25일 당원토론회(중구난방)에서 "우리당이 아니고선 집권해서 이 개혁진영의 중심을 잡아나갈 역량이 어디에도 없다고 보고, 우리가 유일한 책임정당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 대표는 20년 장기 집권 플랜을 구상 중이다.

연동형 비례제가 되면 여당의 의석수가 줄고 군소정당은 상대적으로 늘어난다. 이는 사실상 다당제와 연결될수 밖에 없고 그럴경우 정책 추진과정에서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민주당의 판단이다.

◇한국당의 뚝심?...절대손해볼수 없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행렬에서 민주당이 일탈하고 있는 것과 달리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선거제도 개편 자체에 소극적이다.

우선 연동형 비례대표를 위해선 어느정도 의석수를 늘려야 하는데 국민정서를 언급하며 이에 반대하고 있다. 한국당 내부에서는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를 거론하지만, 이 역시 지금의 의석수를 최대한 지키기 위한 방안이다.


세계적으로 중대선거구제를 채택한 나라는 거의 없다.

한국당은 선거구제에 앞서 대통령 권한을 크게 줄이는 권력구조 개편이 선행되야한다는 얘기를 한다.

정개특위 간사인 정유섭 의원은 "비례성이 강화된 선거제도는 내각책임제 국가에 적합하므로 개헌과 연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제도를 지키려는 경향은 한국당이 제일 강하다.

◇"'선관위'의 권력별 정당명부제 토대로 논의해야"

정치권이 정개특위를 구성해 논의를 하고 있지만 이처럼 입장이 갈리면서 한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서로의 입장에서 제도를 바라보다보니 합리적인 논의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때문에 차라리 고양이들(각 정당)은 빠지고 객관적인 외부기관에서 제로를 마련해야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여당 중진 의원은 "정치권에서 선거제도를 논의해봤자 이해관계가 걸려 않는다"면서 "차라리 외부에서 논의하고 이를 정치권이 수용하겠다고 의결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미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관련해 독립기관인 선관위가 내놓은 안을 토대로 논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선관위는 지난 2015년 전국을 6개 지역으로 나눈 권력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권고했다. 현행 의석수를 유지하되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을 2:1로 조정해 비례성을 높이는 것이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선관위가 선거제도 관련해선 가장 전문적인 기구"라며 "오랜 기간 연구끝에 내놓은 안인만큼 이를 놓고 논의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민주당이 연동형에서 손해를 보는 것만은 아니"라며 "20대는 정당지지율보다 더 많이 지역구 의석수를 획득했지만 18대, 19대를 보면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민주당도 상황에 따라 연동형비례대표제의 '혜택'을 볼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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