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STILL LOVE YOU!'…프레디 머큐리 되살린 '팬심'

'프로떼창러'부터 슬로건 배부까지…'보헤미안 랩소디' 진풍경
세대 넘어 통하는 '퀸'의 음악…"팬들과 함께 '떼창'하는데 의미"

24일 서울 양천구 메가박스 목동에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속 프레디 머큐리의 트레이드 마크인 콧수염으로 코스프레를 한 관객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프레디 머큐리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노래하고 싶어요."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기일인 24일. 서울 양천구 메가박스 목동점에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메모리얼 상영회 관람을 위해 관객들이 집결했다. 메가박스는 전설적 밴드 퀸의 보컬리스트 프레디 머큐리 사망 27주기를 맞이해 이 같은 상영회를 기획했다.

CGV가 스크린X관으로 체험적인 비주얼을 구현했다면 메가박스는 사운드 특별관 MX관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60개가 넘는 스피커가 투입된 MX관은 콘서트 현장 못지 않게 현장감 넘치는 사운드를 자랑한다. 어느 자리에 앉든지 생생한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

예매가 열리자마자 1분 만에 매진된 상영회답게 영화관 곳곳은 특전 포스터를 품에 안은 '보헤미안 랩소디' 관객들로 북적였다. 예상과 달리 가족 관객이나 '퀸 세대'보다 20~30대 관객 비율이 압도적이었다. 콧수염을 붙여 프레디 머큐리를 코스프레 한 팬들이 있는가 하면 메가박스가 직접 엄선한 '프로떼창러'들도 합세했다.

12.8 대 1의 경쟁률을 뚫은 '프로떼창러'는 모두 20대였다. 이들은 '보헤미안 랩소디' 프로떼창러로 선발되기 위해 글짓기·포스터 제작 등 각자 독창적인 능력을 발휘했다.

'프로떼창러' 최란(26·구로구) 씨는 오늘이 벌써 3회차 관람이고 이후에도 5회차까지 예매를 마쳤다. 싱어롱 상영 관람은 처음이지만 이미 N차 관람을 한 베테랑 관객이다.

최 씨는 "메모리얼 상영회는 딱 한 번 뿐인 거니까 꼭 예매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프로떼창러 이벤트가 있길래 도전해서 뽑혔다. 제가 쓴 글에서처럼 내가 그 자리에 있고 싶다고 생각했다"면서 "2회차 관람에서 노래를 따라 부르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었다. 자유롭게 노래를 부르고 싶은 마음에 신청하게 됐다"라고 '프로떼창러'에 지원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싱어롱 상영 열풍에 대해서는 "물론 좋아하는 연예인을 보러 콘서트를 가지만 그 마음을 똑같이 가진 사람들이 함께 즐기는 것도 신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영화관에서도 그런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서 인기가 높은 게 아닐까"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프로떼창러 임경훈(23·강서구) 씨는 싱어롱 상영은 물론이고 '보헤미안 랩소디' 관람 자체가 처음이다. 가족들과 함께 싱어롱의 흥겨움을 즐겨보고자 영화관을 방문했다.

임 씨는 "퀸의 노래를 콘서트장처럼 부를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해서 신청했다. 노래를 들으면서 연습도 했다"면서 "사실 몇 달 전에 라이브에이드 공연이 열린 웸블리 스타디움을 갔었다. 거기에서 열린 전설적인 콘서트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고 하니까 궁금증이 생겼다. 다양한 세대들이 퀸을 통해 하나 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라고 '보헤미안 랩소디'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를 전했다.

24일 서울 양천구 메가박스 목동에서 열린 '보헤미안 랩소디' 프레디 머큐리 메모리얼 상영회에서 '떼창'하는 관객들. (사진=유원정 기자/자료사진)
◇ '퀸 세대' 아니어도 N차 관람…"우린 음악으로 뭉쳤다"

사실 퀸은 1970년대 전성기를 맞은 밴드다. '퀸 세대'가 아닌 이들이 '보헤미안 랩소디'에 열광하는 이유를 묻자 프로떼창러를 비롯한 관객들은 모두 '퀸' 음악의 익숙함을 이유로 꼽았다.

최 씨는 "첫 관람을 어머니와 함께 했는데 내게 '이 노래 알지?'라고 묻는 순간 어릴 때부터 예능프로그램이나 광고에서 너무 익숙하게 들었던 노래라는 게 기억이 났다. 우리가 그렇게 노래로 공감할 수 있다는 게 좋았다"라고 말했다.

3회차 관람인 이하연(20·강서구) 씨는 "사실 퀸의 팬도 아니고 이전까지 퀸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다. 그런데 노래가 익숙하고 그 노래가 지금 젊은 세대에게도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1970년대 전설적인 밴드의 모습을 보는 게 흥미롭기도 하다"라고 '퀸' 노래가 가진 힘을 강조했다.

김현희(인천시) 씨는 중학교 시절 퀸에 '입덕'해 이제 30대 후반이 됐다. 퀸에 대한 넘치는 애정으로 메모리얼 상영까지 '보헤미안 랩소디'만 15회 차를 관람했다. 싱어롱 상영은 관객 구성에 따라 분위기가 판이하기 때문에 팬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이번 상영회를 누구보다 기다려왔다.

김 씨는 "조조 시간대에 싱어롱 상영을 본 적이 있는데 이게 싱어롱 상영이라는 걸 모르는 관객들이 많아서 아무도 노래를 하지 않더라. 메모리얼 상영회는 팬들이 많이 모이는 자리라서 더 재미있을 것 같다"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라디오를 들으며 팬이 된 그는 영화와 함께 다시금 퀸의 노래가 주목받는 것에 뿌듯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김 씨는 "아웃사이더였던 팀이 성공을 향해 달려가는 드라마 흐름 자체가 한국 관객들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이긴 하다. 중간에 라이브 장면이 많이 들어가서 공연을 보는 것처럼 신나는 것도 흥행 이유일 것 같다"면서 "시대가 많이 흐른 상황에서 퀸의 음악이 새롭게 조명받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영화에 분명히 허구적인 부분도 있지만 대중이 다시 한 번 퀸의 노래에 열광하는 것 자체가 고무적"이라고 기뻐했다.

24일 서울 양천구 메가박스 목동에서 열린 '보헤미안 랩소디' 프레디 머큐리 메모리얼 상영회에서 한 관객이 나눠준 슬로건. (사진=메가박스 제공)
싱어롱 상영의 하이라이트는 '보헤미안 랩소디'의 마지막 20분이다. 1985년 7월 13일 퀸이 전설로 남긴 라이브에이드 공연이 눈 앞에 펼쳐지는 것.

실제 이날 상영회에서 관객들은 라이브에이드 공연과 함께 본격적으로 기립해 퀸 대표곡들을 '떼창'하기 시작했다. 한 직장인 관객이 좌석수만큼 준비한 'WE STILL LOVE YOU!'라는 보라색 슬로건이 곳곳에서 뜨겁게 흔들렸다. 이 관객은 슬로건을 나눠주며 '프레디가 우리 곁을 떠난 지 27년 되는 날이다. 퀸과 프레디를 좋아하기에 오늘을 기억하고 기념하고 싶다'라는 글귀로 즐거운 '떼창'을 독려했다.

메가박스 관계자는 "이전까지 음악 영화들은 많았지만 '보헤미안 랩소디'처럼 아예 말미 20분을 라이브 공연 장면으로 채운 영화는 없었다. 만약 그 장면이 없었다면 싱어롱 상영은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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