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아이폰XS, 애플 말대로 맥주·커피 쏟아도 멀쩡할까?

애플, 키노트서 "소금물·주스·차·와인·맥주 등 다양한 액체에 넣어 실험"
직접 해보니, 당장은 괜찮았지만 일주일만에 '먹통'
'IP68' 생활 방수, 압력 등 다른 조건 제한한 실험…액체 유입 가능성은 항상 있어

애플은 지난 9월 아이폰 신제품 3종을 선보이던 키노트에서 "염소수 소금물, 오렌지 주스, 차, 와인 맥주 등 다양한 액체에 넣어 실험했다"면서 아이폰으로 하는 가장 재밌고 진지한 실험이었다"고 소개했다. (애플 키노트 화면 캡처)
애플은 지난 9월 신제품 아이폰 3종을 선보이던 키노트 당시, 내구성에 대해 호언장담했다. 애플의 마케팅 담당 수석 부사장인 필립 쉴러는 "방진과 방수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전작인 아이폰X보다 한 차원 더 높은 IP68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국제전기표준회의(IEC) 및 일본공업규격(JIS)이 정한 방수·방진 규격이다. 'IP68'에서 '6'은 "먼지의 침입에서 완전히 보호되고 있다'는 방진 기능을 뜻하고, 뒤의 숫자 '8'은 수심 2m에서 30분간 사용해도 물이 스며들지 않는다'는 걸 의미한다.

애플은 당시 키노트에서 "염소수 소금물, 오렌지 주스, 차, 와인 맥주 등 다양한 액체에 넣어 실험했다"면서 아이폰으로 하는 가장 재밌고 진지한 실험이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과연 그럴까. 놀거나 수영하기 바쁜 수심 2m 수영장에 일부러 스마트폰을 들고 들어가는 경우는 잘 없다. 그러나 아이폰을 식탁에 올려둔 채 커피를 마시다가, 치맥을 먹다가, 실수로 액체를 엎지르는 경우는 더러 있다.


궁금했다. 애플의 넘치는 자신감을 근거로, 직접 실험해보기로 했다. 일상에서 흔히 마시는 커피, 우유, 맥주, 콜라, 따뜻한 차, 주스 등을 준비했다.

모델은 아이폰Xs맥스 골드 256GB. 실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을 법한 상황을 가정해 디스플레이와 카메라가 달린 뒷면 모두에 6가지 음료를 쏟았다.

쏟은 뒤에는 애플이 제안한대로 깨끗한 물에 씻어내고, 물기를 닦아낸 뒤 잠시 그대로 뒀다. 물론 충전도 하지 않았다.

각각의 음료를 쏟은 뒤, 아이폰XS맥스의 페이스 아이디(face ID) 버튼, 터치스크린, 사진·비디오 촬영, 동영상 재생, 게임, 스피커 등을 구동해봤다. 6가지 액체 모두 조금의 문제나 버벅댐 없이 구동됐다. 전화, 메신저도 물론이다. 네 번째 실험에서 스피커에서 약간 음이 튀는 듯했지만 물기를 좀 더 털어내고 다시 재생하니 이내 괜찮아졌다.

애플이 "재밌었던 실험"이라면서 강한 내구성을 자랑하는 데에는 근거가 다 있구나 싶었다. 그래도 혹시 몰라, 다음 날까지 충전도 하지 않고 전원을 끈 채 바람이 잘 통하는 햇볕에 말렸다. 24시간이 지나고 켰을 때도 문제없었고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아무런 말썽 없었다.

그렇게 괜찮은 줄 알았다. 이상한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던 건 이로부터 닷새 뒤였다. 배터리가 평소보다 빨리 닳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시간을 정확히 잰 것도 아니었는 데다, 한창 국내외에서 아이폰XS 충전 불량 기사가 나오던 터라, 그런 경우인가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루가 더 지나자 스크린 터치가 잘 되다, 안 되다 했다. 그러나 터치가 한 번 되기 시작하면 크게 문제 없었다. 페이스 아이디나 게임, 유튜브 재생, 사진·동영상 촬영도 원활했다. 지난해 아이폰X도 영하로 떨어지면 먹통이 되는 그런 이슈가 있었던 탓에 날씨가 추워져서 그렇겠거니 했다.

그 다음 날 6.5인치 아이폰XS맥스 골드는 '먹통'이 됐다. 페이스 아이디는 물론 아예 터치가 되지 않았다. 재부팅 하려면 볼륨 버튼과 전원 버튼을 함께 누른 뒤 밀어서 전원을 꺼야 하는데, 터치가 소용없으니 전원조차 끌 수 없었다.

액체 실험 때문일까. 애플이 그렇게 호언장담을 했는데? 애플코리아 홈페이지에도 "아이폰XS, 아이폰XS맥스 및 아이폰 XR은 탄산음료, 맥주, 커피, 차 및 주스 등의 일반적인 액체를 실수로 엎질렀을 때 방수된다. 엎지른 경우 해당 부분을 수돗물로 헹군 다음 아이폰을 닦아 내고 말리면 된다"고 분명히 적혀있다.

또 앞서 IT기기 분해 전문 사이트인 아이핏스잇(iFixit)도 라이브 생방송을 통해 아이폰Xs맥스를 2m 깊이의 맥주통 안에 넣고 얼마나 견디는지 알아보는 방수 테스트를 했다. 시간을 재기 위해 아이폰XS맥스의 스톱워치가 이용됐다. 실험은 약 5시간 동안 계속됐으나 아이폰XS맥스는 문제없이 작동했다.

무엇보다 필자는 지난해 아이폰XS맥스보다 한 단계 방수 등급이 낮은 아이폰X(IP67)으로 물속에서 페이스아이디 실행, 애니모지 만들기, 수중 동영상 촬영 등의 실험을 했다. 물론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무런 문제없이 잘 쓰고 있다.

결국 먹통이 된 큼직한 아이폰XS맥스를 들고 애플스토어를 찾았다. 지니어스 바 직원은 유심 트레이를 열고 빛을 비춰보더니 "좀 조심하시지 그러셨어요"라고 말했다. 이곳에는 액체 접촉 표시기가 있는데, 여기서 빨간색이 보이면 100% 액체에 의한 손상이다. 애플은 액체로 인한 손상에 대해서는 보증하지 않는다. 사유야 어찌 됐든 결국, 모두 소비자 과실로 치부된다는 뜻이다.

애플 지니어스는 3주 만에 먹통이 된 아이폰Xs맥스를 보고 안타까워하면서도 "완전 방수 개념인 워터프루프(waterproof)와 생활 방수 개념인 워터 레지스트 레지스트(water resist)는 달리 봐야 한다"고 했다. "워터프루프는 물에 대한 완전 방수, 말 그대로 수영할 때 껴도 해도 괜찮은 것과 워터레지스트는 물에 대한 어느 정도 저항력을 갖추고 있다뿐이지 물이 유입될 가능성은 항상 열려있다"는 것이다.

아이폰XS 등이 어느 정도의 '생활 방수 테스트'를 통과했다지만 그 테스트는 일상에서 벌어질 수 있는 다른 조건을 제한한 그야말로 '테스트 환경'에서 진행된 것이라 설명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에 물을 엎지르거나 어디서 빠뜨렸는지, 또 어떤 종류의 액체인지 등에 따라 압력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아무리 잠깐 엎지르더라도 스마트폰 틈새로 액체가 밀려들어 올 수 있다는 것.

즉, 애플 등의 제조사가 강조하는 생활 방수 테스트는 제품에 아무런 영향력을 미치지 않는 이온수, 증류수 같은 것으로 실험하거나 압력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심히 넣었다, 일정 시간이 지난 뒤 물이 들어왔다 보는 건데 모두 제한적인 환경일 뿐이라는 것이다.

액체가 들어가더라도 즉각적으론 문제가 없고, 일주일이나 지나서야 먹통이 되는 이유는 "천천히 안에 있는 부품들이 삭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아이폰XS맥스 구매 뒤 케이스를 곧바로 씌우고 단 한 번도 떨어뜨리지 않아 유격도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악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아이폰 디스플레이 외 다른 부품 손상 등의 기타 손상 수리비는 아이폰Xs가 69만 5000원, 아이폰Xs맥스는 무려 75만 9000원이다. 웬만한 보급형 스마트폰 한 대를 살 수 있는 금액이다. 그나마, 제품 구매 한 달 안에 이런 손상이 생기면 리퍼폰이 아닌 새 아이폰으로 교체해준다는 것에 위로를 삼아야 했다.
애플코리아 홈페이지 화면 캡처

다양한 액체실험을 통과했고 'IP68 등급'이라는 말만 믿고, 수영이나 샤워할 때도 들고 들어간다든지, 쏟아지는 폭우를 맞게 둔다든지, 또 친구들과 장난삼아 일부러 빠뜨려보는 행위는 금물이다. 직접 실험하는 것 역시 절대 추천하지 않는다.

아이폰X을 수영장에 들고 들어갔더라도 1년이 지난 지금까지 문제가 없는 건 '운이 좋은 것'이고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생활 방수 실험에 아이폰XS맥스가 일주일 만에 수명을 다한 건 '운이 없는 것'일 뿐이다.

이불 속에 아이폰이 있는 줄 모르고 세탁기에 돌렸는데도 괜찮았다는 사람도 있지만 이 역시 운이 좋을 뿐이다. 사람은 매번 운이 좋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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