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과 한국GM은 본사의 핵심 임원들을 신설법인에 앉힌 것을 두고 한국GM의 미래경쟁력을 강화한 조치로 설명하며 다시 한번 '한국 철수설'을 일축했지만 노조와 산업은행은 여전히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 신설법인 이사회 꾸렸다… 법인분리 D-5
GM과 한국GM이 지난 7월 발표한 법인분리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노조와 산업은행이 발표 당시부터 지금까지 거세게 반발하고 있지만 GM의 법인분리 계획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GM은 지난 10월 19일, 노조의 농성 속 산업은행이 불참한 가운데 주주총회를 열고 법인분리안을 통과시켰다. 노조는 "'혼밥'도 '혼술'도 아닌 '혼주총(혼자 진행한 주주총회)'을 열었다"며 맹비난했다.
제2대 주주인 산은도 이사회 결정에 대해 비토권을 주장했지만 GM은 비토권 대상이 아니라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어 같은 달 22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GM의 일방적인 법인분리 추진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지만 GM의 계획에는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했다. 오히려 산은의 안일한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GM은 신설법인의 이름을 '테크니컬센터코리아'로 정했다. 현행 하나의 법인인 한국GM에서 디자인과 연구개발 부문을 떼어내 독립법인으로 구성된다.
GM은 한국GM과 테크니컬센터코리아의 분할비율을 1 대 0.0001804로 정했다. 분할 후 한국GM의 자본금은 2,167억 7,550만 원, 테크니컬센터코리아는 3,911만 원의 자본금을 가진다.
GM은 최근에는 신설법인 테크니컬센터코리아의 이사진도 꾸리는 등 법인분리 막바지 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이사회에는 GM 본사 핵심 임원 6명이 대거 투입됐다. GM 수석 엔지니어이자 대표이사인 로베르토 렘펠과 GM 글로벌 디자인 부사장 마이클 심코, GM 글로벌 포트폴리오 플래닝 부사장 샘 바질 등 본사에서 6명이 합류했다. 나머지 이사회 임원은 산업은행에서 3명, 상하이자동차에서 1명을 선출한다.
◇ GM은 믿어달라지만… 사그라지지 않는 '철수논란'
법인분리 논란에 한국에서는 또다시 'GM 철수설'이 터져 나왔다. 군산공장 폐쇄와 구조조정 등 아픔을 겪은 지 채 1년도 안 돼 다시 철수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GM은 강력하게 부인하고 나섰다. 철수설을 일축하기 위해 한국GM 카허 카젬 사장은 물론 GM 본사의 메리 바라 회장까지 나섰다.
메리 바라 회장은 직접 한국GM 노조 임한택 지부장에게 편지를 보내 "GM의 장기계획과 관련해 저희는 견고하고 독자생존 가능하며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한국GM을 만들고자 한다"며 "이러한 조치들은 저희의 희망과 의향이 장기적으로 (한국에) 남는 것이라는 것을 명확히 해줄 것이라 믿는다"고 철수설을 일축했다.
물론 지난 4월, 한국GM과 산은이 맺은 경영정상화 기본계약에도 GM은 '한국에서 10년 간 생산계약과 설비투자를 이어간다'고 약속해 사실상 철수가 이뤄질 가능성은 작다.
산은 이동걸 회장도 "법인이 3개, 10개, 100개로 분할되더라도 기존 기본계약이 유지된다면 향후 10년간 설비 투자 및 생산 계획이 집행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노조와 산은은 GM의 일방적인 법인분리 발표는 물론 산은이 불참한 채 그대로 열린 주주총회, 법인분리에 대한 제한적인 정보제공, 최근 삼자협의 거부 등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한 노조관계자는 "군산공장 폐쇄가 이뤄진지 얼마되지 않은 지금 상황에서 굳이 왜 이렇게 무리수를 두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GM이 지난해 인도와 남아공, 호주에서 철수했고 올해 한국GM 군산공장도 폐쇄한 데 이어 최근엔 북미 지역 근로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하는 등 글로벌GM이 강력한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 것도 불안을 더하고 있다.
GM의 독주를 견제하지 못한 산은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당초 경영정상화를 위해 GM에 주기로 약속한 금액 8400억 원 중 나머지 4200억 원을 지급할지 말지를 두고 장고에 빠졌다.
GM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돌아선 상황이지만 약속한 돈을 주지 않을 경우 기본계약도 파기돼 GM에게 철수의 빌미를 주게된다. 여기에다 GM이 국책은행인 산은의 계약파기를 이유로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어 산은이 지원금을 취소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