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따라 철도 연결을 위한 착공식도 남북한 정상이 합의한 대로 연내에 실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 첫발 떼는 남북 철도 연결
남북은 당초 지난 8월 말에 경의선 북측 구간부터 공동조사를 진행하려 했지만 유엔군사령부가 군사분계선 통행을 승인하지 않아 무산됐다.
이어 9월 평양정상회담에서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 연내 개최에 합의한 뒤 10월 고위급회담에서 11월 말~12월 초로 일정을 구체화했다. 무산됐던 철도 공동조사도 10월 하순에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미국을 설득하는 작업이 쉽지 않았다. 통일부는 당초 철도 공동조사가 제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었다.
반입되는 정밀 계측 장비와 발전차, 유류 등을 북한에 제공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 조사단이 사용한 뒤 전량 회수해 복귀하는 것이라며 미국측의 이해를 구했다.
오랜 논의 끝에 지난달에 미국측과 어느정도 접점을 찾았지만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 일정과 맞물리면서 미국이 다시 제동을 걸었고, 결국 10월 하순 조사 일정도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자산 점검을 위한 방북이라는 목적이 미국측에 제대로 설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진되는 바람에 미국이 '공단 재개를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올스톱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정부 내부에서는 남북간에 추진되는 여러 교류협력 사업에 대해 미국에 자세한 내용을 설명하고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한 협의채널 구축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한미 워킹그룹이 신설된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도 대미 설명자료 제공 창구를 일원화하고, 외교부를 통해 이에 대한 미국측의 반응을 반드시 확인하도록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과정을 거쳐 워킹그룹에 통일부 교류협력 담당자까지 참여해 철도 조사에 대한 상세한 내용을 설명하면서 제재 실무를 담당하는 미 재무부측의 양해를 구했고,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미국과 안보리 제재위원회에 사전 면제를 신청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던 것으로 보인다.
유엔 안보리의 면제 승인으로 수차례 연기됐던 철도 공동조사는 다음주에 시작될 전망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측과 일정이나 조사 방법 등에 대한 협의를 거친 뒤 다음주에 현지 조사를 시작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본격적인 혹한기가 오기전에 조사를 마무리지어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12월 중순까지는 경의선에 이어 동해선까지 점검이 끝나야 연내 착공식 일정에 맞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동조사는 경의선부터 시작된다. 북측 기관차에 남측 객차를 연결해 북한의 주요 철도 구간을 직접 달리면서 점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우리 조사단이 장비와 유류, 숙식에 필요한 생필품 등을 적재한 5~6량의 열차를 타고 방북한 뒤 남측 기관차는 다시 귀환한다.
남북 공동조사단은 약 일주일에 걸쳐 개성~신의주 구간을 직접 운행하면서 침목과 레일 상태, 역 시설물, 통신 및 전력시스템, 교량, 터널 등을 정밀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 철도의 경우 곳곳에 레일 침목이 빠져있거나 터널 벽에 누수가 생기는 등 제반 사정이 매우 열악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세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교통연구원 지재훈 전략혁신기획단장은 '경의선 철도 연결과 한반도 평화·번영 국제 세미나'에서 "현재 북한의 철도는 만성적인 전력난에다 시설 낙후 때문에 정상적인 운행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지재훈 단장에 따르면 평양~혜산·라진 등 장거리 구간은 1주일 이상 걸릴때가 많고 경의선과 평라선 등 주요 구간도 수송 한계에 도달했다. 특히 경의선 평양~안주 구간은 수용 용량을 초과한 상태라고 한다.
북한 철도 조사 경험이 있는 한국교통연구원 안병민 박사는 "올해 안에 착공식을 하기 위해서는 조사가 빨리 이뤄져야 한다"며 "정밀한 조사를 위해 레일 및 침목, 터널·교량 전문가 뿐 아니라 토목 전문가 등 20~30명"의 전문가들이 참여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경의선 북측 구간에 대한 조사가 끝나면 금강산에서 두만강까지 이어지는 동해선 철도에 대한 조사가 바로 이어질 예정이다.
정부는 남북 철도 공동조사가 시작되면 남북협력이 한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24일 "남북철도연결공동조사가 유엔제재 면제를 받았다"며 "이 사업이 미국과 국제사회로부터 인정과 지지를 받았다는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김 대변인은 특히 "남과 북의 전문가들이 오랜 기간 기차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북한 철도의 전 구간을 누비게 된다는 점에서 남북협력이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게 된다"며 "오래 기다려온 일인만큼 앞으로 조국산천의 혈맥이 빠르게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