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제39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열렸다. '미쓰백'의 한지민, '1987'의 김윤석이 각각 여우주연상, 남우주연상을 받고 '1987'이 최우수작품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하지만 올해 청룡영화상은 유난히 실수가 잦았다. 후보에 오른 배우 VCR 화면이 잘못 나왔는데도 이에 대한 정정이 없었고, 무대에 오른 대리 수상자 이름이 잘못 나가는가 하면, 틀린 내용이 담긴 대본 때문에 인터뷰가 꼬였다.
시청자가 직접 참여했다는 데 지나치게 의의를 부여한 나머지, 영화제 분위기에 전혀 맞지 않은 '최고의 세수상', '최고의 두상', '최고의 (담배)연기상' 등을 주는 장면은 헛웃음을 유발했다.
우선, 영화 시상식임에도 시상자나 진행자에게 주어지는 대본이 배우의 연기나 최근 활동 작품 이야기보다 개인사에 치중해 있었다.
신인남우상을 시상하러 온 김소현에게 운전면허 취득을 축하한다고 하거나, 신인여우상을 시상하러 온 최희서에게 이준호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시상 파트너를 묻는다거나 하는 식이었다.
그중에서도 청정원 인기스타상을 받은 진서연 인터뷰를 빼놓을 수 없다. MC 유연석은 "출산 후 열흘밖에 안 지나셨는데 이렇게 참석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며 "딸이 누굴 닮았느냐?"고 질문했고, 이에 진서연은 "좀 잘못된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출산 열흘째 아니고 4주차다. 딸 아니고 아들"이라고 답해 장내에서 웃음이 나왔다.
시상식을 빛내기 위해 참석한 배우들에게 무례한 경우는 또 있었다. 2부 첫 코너였던 '이 특별한 상상상'은 관객이 배우에게 주고 싶어 하는 '나만의 상'을 소개하는 코너였으나, 재미도 의미도 찾기 어려웠다.
MC 이특은 '솔로멘탈털렸상'을 탄 '너의 결혼식'의 박보영-김영광에게 머리 위로 하트, 손 하트 포즈를 반복하도록 했고, '암수살인' 속 삭발로 '최고의 두상'을 받은 주지훈에게는 머리의 앞, 옆, 뒤, 정수리를 자랑해 달라고 부탁했다.
"정말로 많은 배우들이 받고 싶은 상일 것 같다"며 '최고의 연기상'에 한지민이 선정됐다고 했으나, 알고 보니 극중 '담배 연기'의 '연기'였다. 이특은 "연기상이… 아이구야 담배 연기상이었다. 흡연 연기까지도 완벽히 소화한 한지민 씨에게 이 상을 드린다"고 말했다.
'신과함께'에서 수홍 역을 맡은 김동욱에게는 저승에 있을 때와 아닐 때의 피부 차이를 들어 '베스트 세수상'을 주었고, 김동욱은 평소 세수하는 모습을 재연해야 했다.
한지민은 청룡을 제외하고도 '미쓰백'으로 이미 여우주연상 2관왕을 탄 상태였고, 김동욱 역시 '신과함께'에서 관객의 마음을 울리는 연기로 큰 사랑을 받았다. 아무리 관객에게 공모받은 결과라지만 영화제 전체적인 분위기와는 동떨어져 있어 아쉬움이 컸다.
여우조연상 후보였던 '미쓰백'의 권소현을 소개하는 장면에서 아역 김시아의 VCR이 나가는 실수가 일어났다. 하지만 이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 '공작'으로 미술상을 탄 박일현 씨를 대신해 올라온 사나이픽처스의 한재덕 대표는 처음에 김태균 감독이라고 잘못 소개됐다.
39년이라는 오랜 역사와, 영화제를 대표하는 MC 김혜수의 존재감, '믿고 본다'는 신뢰를 갖춘 시상식으로 정평이 나 있는 청룡영화상. 잦은 실수로 다소 어수선했던 올해와 달리 내년에는 좀 더 마음 편히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