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구단 관계자의 말이다. 올해 FA(자유계약선수) 최대어로 꼽히는 양의지(31)지만 깜짝 놀랄 만한 대박 계약은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이다.
양의지는 KBO 리그 최고의 포수로 꼽힌다. 노련한 투수 리드에 300이닝 이상을 소화한 포수 중 도루 저지율 1위(37.8%)의 수비력이다. 공격력도 빼어나다. 리그 타율 2위(3할5푼8리)에 23홈런 77타점을 올렸다. 공수 모두 톱클래스 포수다.
경험도 풍부하다. 양의지는 2015년부터 4년 연속 두산의 한국시리즈(KS) 진출을 이끌었다. 2번의 우승을 일궜고, 2016년에는 KS MVP에도 올랐다. 영입하는 즉시 전력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는 선수다.
하지만 최근 변화의 바람이 부는 리그 상황에 예전 같은 FA 초대박은 쉽지 않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FA 몸값에 각 구단들이 자제하기로 뜻을 모으고 있다. FA보다는 육성에 초점을 맞추는 기조로 돌아선 구단들도 적잖다.
최근 수년 동안 FA 시장의 큰 손이었던 롯데, 한화 등이 양의지 영입에 관심을 두지 않는 모양새다. 롯데 관계자는 "양의지 영입보다는 내부 자원 육성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고, 한화도 최재훈, 지성준 등으로 내년 시즌을 치를 전망이다. LG, KIA도 비슷한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손아섭(롯데)의 98억 원, 차우찬(LG)의 95억 원, 황재균(kt)의 88억 원 등 총액 100억 원에 가까운 계약도 드물지 않았다. 이제는 하향세에 접어든 것으로 평가받는 포수 강민호(삼성)의 몸값이 지난 시즌 뒤 4년 80억 원이었다. 전성기였던 4년 전 75억 원보다 더 뛰었다.
하지만 올 시즌 FA 거품을 걷으려는 구단들의 움직임이 감지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4년 총액 80억 원 FA 상한제 도입을 추진했다. 비록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의 반발로 무산됐지만 무분별한 투자는 자제하자는 공감대가 구단들 사이에 형성됐다.
모기업 사정이 크게 좋지 않은 두산은 합리적인 제안을 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총액 100억 원 이상은 훌쩍 넘길 수 있었겠지만 올해는 장담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양의지가 돈복이 없는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주전 김태군이 후반기에나 합류하는 NC로서는 양의지의 합류는 수비는 물론 공격에서도 천군만마와도 같다. 이밖에도 의지를 접은 것으로 보이는 구단들 중에서 '갑툭튀'가 나올 수도 있다. 지난해 강민호의 삼성행도 깜짝 이적이었다.
양의지의 의지도 중요하다. 입단 이후 13년을 서울팀 두산에서 뛴 양의지에게 지방 구단 이적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롯데에서 FA로 풀린 장원준의 두산 이적 역시 서울 연고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던 터. 고향팀 광주 연고의 KIA와 롯데(부산)는 그나마 광역시라지만 NC의 연고지 경남 창원은 더욱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올해 FA 최대어로 평가받으면서도 달라진 시장 상황에 직면한 양의지. 과연 리그 최고 포수에게 돈복이 따라올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