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차로에 끼어들었다며 100km가 넘는 속도로 추격한 뒤 급정거를 하는 등 '보복운전'을 가한 택시기사가 1심에서 무죄를 받았다가 항소심에서 특수협박이 유죄로 인정돼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부(이성복 부장판사)는 특수협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법인택시 기사 유모씨에 대해 무죄가 선고된 1심을 뒤집고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법원 등에 따르면 유씨는 지난해 5월 택시로 서울 관악구 남부순환로 편도 5차로를 운전하던 중 이모(36)씨가 운전하는 차량이 갑자기 끼어들었다는 이유로 보복운전을 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유씨는 최고시속 108km로 이씨 차량을 추격해 앞에서 급정거를 한 뒤 이씨에게 큰 소리로 욕설을 하며 문을 열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겁에 질려 차 안에서 떨고 있다가 경찰이 도착하자 하차한 것으로 드러났다.
법정에서 유씨 측은 "협박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적이 없고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끼어들기 과정에 유씨 차량이 급정거를 하면서 택시승객이 앞좌석에 코를 부딪혔는데, 이에 대한 손해배상을 받기 위한 정당한 행위였다고도 주장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유씨의 행위가 협박죄에 해당하지 않고 협박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추격 및 차량을 가로막는 행위는 상대 운전자에게 불안감과 공포심을 안길 수 있다"며 "그뿐 아니라 상대 운전자가 평정심을 잃어 전방주시 등을 소홀히 하게 돼 더 큰 공포를 느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승객이 코를 부딪혔으므로 손해배상청구권 내지 구상권이 성립할 여지가 없지는 않다"면서도 "이씨의 차량 번호가 택시 운전석에서 선명하게 보였고 블랙박스에도 녹화된 상태여서 바로 추격해야만 하는 상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