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신용 규모가 지난 3분기말 기준 1514조 4000억원으로 사상 처음 1500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일부에서 실제 가계부채 규모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이 매 분기 발표하는 가계신용에는 가계대출과 경계가 모호한 자영업자대출이 제외돼 있기 때문이다.
가계신용은 금융권 가계대출과 미결제 카드사용금액(판매신용)을 합한 금액이다. 은행,보험사,저축은행,대부업체 등 각종 금융기관에서 빌린 가계대출이 1427조7000억원으로 90%이상을 차지한다.
통상 가계부채 또는 가계빚으로 불리는 가계신용에 자영업자대출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은 당국의 규제로 가계부채 증가세는 둔화된 반면 자영업자대출은 최근 2~3년간 풍선효과와 경기부진 등이 맞물려 급증하면서 새로운 리스크 요인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실제 전년동기 대비 가계부채 증가율은 2016년 4분기 11.6%까지 오른 뒤 7분기 연속 둔화세를 이어가고 있고, 지난 3분기에는 6.7%로 15분기만에 6%대로 떨어졌다.
그러나 자영업자대출은 2015년 이후 두자릿수의 증가율을 보이면서 증가폭도 확대되고 있다.
1인당 대출규모도 2014년말 3억원에서 지난 2분기말 3억5000만원으로 늘어났다.
자영업자대출은 개인사업자대출에 이들 차주가 보유한 가계대출을 포함한 개념으로 이 중 개인사업자대출은 중소기업대출로 분류되기 때문에 한은의 가계신용에는 잡히지 않는다.
영세 자영업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개인사업자대출은 사업용도와 생활용도를 구분할 수 없고 특히 경기침체 상황에 취약하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가계부채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은이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집계한 결과 2분기말 기준 개인사업자대출 잔액은 379조9000억원, 이들 차주의 가계대출 잔액은 210조8000억원이었다.
개인사업자대출 중 은행은 304조4000억원, 비은행금융기관은 75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따라서 가계가 금융기관에 진 가계부채 규모는 사실상 가계신용에 개인사업자대출을 합한 1807조6000억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다만 개인사업자대출은 2분기말 기준으로,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는 점에 비춰 3분기 말에는 2000조원에 육박했을 것으로 보인다.
개인사업자대출은 특히 비은행권에서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은이 바른미래당 김성식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비은행금융기관의 개인사업자대출 잔액은 2014년말 30조1000억원에서 2015년말 33조3000억원, 2016년말 46조3000억원, 2017년말 67조2000억원 등으로 급증 추세다.
최근 금융위원회 자료를 보면 개인사업자대출은 지난 2분기말 기준으로 은행이 전년 동기대비 10.8% 증가한데 반해 상호금융은 45.7%, 저축은행은 41.3%나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관련,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개인사업자 대출이 한국 은행권의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사무처장도 최근 열린 전 금융권 가계부채관리점검회의에서 "개인사업자대출이 부실화할 경우 가계대출로 리스크가 전이될 수 있다"며 유의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가계부채 개념에 개인사업자대출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한국은행 관계자는 "가계신용 통계는 가계만 보는 것이고 시계열을 갖춰야 하는 통계를 임의로 바꿀 수는 없다"며 "가계부채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는 당국이 별도로 자영업자대출 등을 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