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훅!뉴스] 대체복무를 교도소에서? "직접 체험해보니…"

감시, 돌발상황 대응, 민원 접수, 투약 관리까지 교도관 업무
과중 업무에 대체복무자 투입? "수형자 관리 맡길 수 있나?
청소, 취사 등 과거 병역거부 수형자 정역 일부 맡길 수도
"36개월 합숙하며 같은 일? 징벌적 성격 받아들일 수 없어"
고심중인 정부, 올해 대체복무 방안 확정…내후년 시행 예정

■ 생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수도권 FM 98.1)
■ SNS 참여 : 페이스북, 유튜브

◇ 김현정> 김현정의 뉴스쇼 금요일의 코너입니다. 뉴스 속으로 훅 파고드는 시간, 훅!뉴스. 오늘도 김정훈 기자 나와 있습니다. 오늘 어떤 사건 속으로 훅 들어가 볼까요?

◆ 김정훈> 오늘 이야기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말을 듣는 것부터 시작해보죠.

[녹취: 김명수 대법원장]
"이들에게 집총과 군사 훈련을 수반하는 병역 의무의 이행을 강제하고, 불이행에 대하여 형사 처벌을 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되거나 본질적 내용에 대한 위협이 된다고 봐야 합니다."

◇ 김현정> 이른바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 이것을 형사처벌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결 이 부분이에요.

◆ 김정훈> 네, 그렇게 판결이 내려진 거죠. 지난 1일 대법원은 '양심적 병역 거부'를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다만 병역 의무가 없다는 건 아니죠. 이와 관련해서는 앞서 헌법재판소가 내년 안에 양심적 병역 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를 마련하라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군대 안 가는 건 좋다, 이러이러한 사람들은 군에 안가는 것 허용한다. 다만 이 사람들도 무슨 일을 해야하니 대체복무안을 만들어라' 그겁니다. 뭐가 적당할까 이게 문제인데, 교정시설 안에서 현역병의 두 배인 36개월 정도를 합숙 근무하도록 하는 안이 상당히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다면서요?

◆ 김정훈> 그건 사실입니다. 정부에서 그 안을 가장 유력하게 보고 있는 건 사실이고요. 그런데 이것을 두고도 계속 논란이 이어지는 까닭은, 그 안에서 대체 어떤 일을 하게 되는 것이고 업무 강도가 어떤지를 우리가 잘 모르기 때문이죠.

◇ 김현정> 이 정도면 정말 괜찮은 거야? 교정시설 안에서 무슨 일을 하는데? 무슨 일을 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 아니야? 이런 얘기가 나오고 있는 거죠.

◆ 김정훈> 일반인들은 교도소 안의 업무가 뭔지 잘 모르니까요. 그래서 제가 교도소를 직접 가서 생활을 해봤습니다. 그 생생한 체험기를 오늘 훅뉴스 시간에 들려드릴 텐데, 이걸 듣고 청취자 여러분들도 교도소 내 대체복무의 현실성, 그리고 그 적합성을 한번 판단을 해보시면 좋겠습니다.

◇ 김현정> 김정훈 기자가 직접 교도소에 갔다 왔는데, 잠깐 쓱 취재한 게 아니라 아예 숙박을 하고 왔어요.

◆ 김정훈> 네. 법무부 등의 협조를 얻어서 안양교도소에서 1박 2일 동안 교도관으로 일을 해봤는데요, 그 신고 장면부터 한 번 들어 보실까요?

김정훈 기자의 '교도관 체험' 신고 장면
[녹취: 교도관 체험 신고]
"지금부터 2018년 11월 20일부로 교도관 1일 체험 신고가 있겠습니다. 소장님께 대하여 경례."
"신고합니다. 교도 김정훈은 2018년 11월 20일부로 안양교도소 교도관 체험을 명 받았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쉬엇. 열중쉬어."

◇ 김현정> 씩씩하게 신고 잘 했네요, 김정훈 기자. 제복도 똑같이 입었네요.

◆ 김정훈> 그렇습니다. 제가 1박 2일간 근무한 곳이 경기도 안양교도소 인데요, 예전 전두환 전 대통령이 수감됐던 곳으로 유명하죠. 지금은 어금니 아빠 이영학 씨를 비롯해서 형이 확정되거나 확정 판결을 기다리는 재소자 1,800여명이 머물고 있습니다.

◇ 김현정> 수형자가 아니라 교도관 체험입니다. 어떠셨어요?

◆ 김정훈> 교도소를 들어가는데, 체험이긴 해도 예전 군 입대 당시 훈련소를 들어가는 느낌이더라고요. 교도관 제복을 입었지만 각종 범죄를 저지른 수형자들의 눈빛을 마주하기도 쉽지는 않았습니다. 낯선 환경이 아예 다른 세상처럼 느껴졌는데, 그곳의 하루는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 김현정> 안양 교도소의 아침!

[녹취: 아침 점검 현장음]
"각방 차렷! 7동상 147명 점호 준비 끝!"
"수고하십니다."
"OO방, OO방..."

◇ 김현정> 아침 점호 소리에요?

안양교도소 내 수형자들이 수감된 각 거실
◆ 김정훈> 네. 오전 6시 30분쯤 교도소 내 풍경입니다. 묘사해 보자면, 교도소는 함께 생활하는 혼거실과 수형자가 홀로 머무는 독거실로 나뉘는데요, 이곳 안양교도소 혼거실의 경우 일반 교실 면적의 약 3분의 1되는 공간에 많게는 12명 정도가 함께 머뭅니다.

◇ 김현정> 그 안에서 꼼짝 않고 갇혀 있는 건가요?

◆ 김정훈> 아니요 그런 건 아니고, 생각보다 들고나는 일이 잦더라고요. 일과가 끝나는 5시 무렵까지 수형자들마다 맡겨진 일도 해야 하고, 간간히 운동도 하고, 면회도 가고요. 그렇게 움직이면 움직이는 대로, 갇혀 있으면 갇혀 있는 대로 교도관이 붙어 있어야 하는데 그뿐만이 아니더라고요. 수형자들이 복용하는 약 관리도 참 번잡했는데...

◇ 김현정> 약 먹는 사람이 많아요? 수형자 중에?

◆ 김정훈> 대단히 많습니다. 교도관의 말을 한번 들어 보실까요?

[녹취: 안양교도소 교도관]
"다량을 복용하면 생명에 위협이 있을 수 있으니까 개인별로 다 약을 주다 보니까. 한 사동에 보통 적게 하면 50명 많게 하면 100명씩 넘어가는 숫자가 있는데, 그걸 갖다 약을 분류하다 보니까… 근데 그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죠. 그렇다고 해서 자율적으로 약을 갖다 놓게 할 순 없고..."

◇ 김현정> 이게 섞이면 큰일 나는 거잖아요. 이걸 다 분류해서 신경 써서 갖다 줘야 하는 일이 만만치는 않겠어요?

◆ 김정훈> 한 명의 교도관이 하루에 관리해야 하는 약이 가방 한가득이었습니다. 위험성이 있는 약은 복용까지 하나하나 다 확인을 해야 하거든요.

◇ 김현정> 먹는 것까지. 어디 숨겨 놓진 않을까. 또 모았다가 큰일 저지를 수도 있으니까.

◆ 김정훈> 그럴 수가 있으니까요. 또 서신과 영치금 접수증 등을 전달해야 하죠, 수형자들의 각종 민원을 들어줘야 하죠, 그러다가도 시간에 맞춰 순찰도 돌아야 하죠. 이런 일들이 보통이 아닙니다.

◇ 김현정> 그리고 가끔 보면 말썽을 일으키는 수형자들도 있으니까, 그때마다 별도로 대응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 김정훈> 제가 근무했을 때도 야간에 수형자 사이에 다툼이 있어서 제가 긴장도 했습니다. 교도관을 위협하는 일 역시 종종 있죠. 엄청난 분량의 정보공개 신청을 해서 교도관을 괴롭히는 일은 빈번하고요. 최근엔 자해하는 수형자들이 적지 않아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하는데, 이 부분도 들어보시죠.

[녹취: 안양교도소 교도관]
"본인의 요구조건을 직원들이 해소를 못할 경우에 자해를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자해라는 것도 이물질 같은 거 먹는 경우라든지, 대표적인 예가 더 이상 이물질을 빼낼 수 없을 정도로, 배를 가를 수 없을 정도로 해서... 보통 기본이 9-12번 정도 되니까 병원에서도 이제 손댈 수 없는 경우가 많거든요.“

◇ 김현정>아니 근데 자해할 수 있을만한 날카로운 건 다 제거하는 것 아니에요?

◆ 김정훈>방송에서 얘기하긴 적절치 않은데요. 각종 이물질을 스스로 먹는다고 해요.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것들을 먹어서 자해를 한다고 합니다.

◇ 김현정>그러니까, 교도관들이 하는 일이 많네요.

◆ 김정훈>예. 많고 어렵고요.

◇ 김현정>그러면 병역거부자들이 교도소에 가서 대체복무를 하면 이분들의 이 많은 일을 덜 수 있는 겁니까?

◆ 김정훈>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진 않을 것 같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언급한 사례들은 수형자 관리 업무거든요. 교도관들은 관련 지식을 요구하는 시험에 통과해서 연수까지 받은 뒤에 현업에 투입된 공무원들입니다. 그런 교도관들의 일을 대체복무자들이 할 수가 있을까요?

◇ 김현정>그러면 교도관이 하는 일을 딱 하지 못해도 옆에서 보조처럼 할 순 있지 않아요?

◆ 김정훈>보조처럼 해도 직접 수형자를 대하고 보조적으로 관리하는 일조차도 맡기긴 어렵다는 게 제가 만난 교도관들의 일관된 입장이더라고요. 들어보시죠.

[녹취: 안양교도소 교도관]
"수형자마다 성향들이 다르고, 재판 진행 과정들이 다르고, 어떤 범죄이고,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고... 혹은 직원을 이용할 수도 있고, 누군가와 밖의 연락을 통해 증거를 인멸할 수도 있고 이런 가능성들이 많잖아요. 그런 각각의 수형자마다 대처하는 방법을 익히고 배우고, 전반적인 지식을 꿰고 있어야 대응할 수 있잖아요."

◇ 김현정>그러면 교도관이 하는 일 말고 다른 일들도 있을 거 아니에요. 청소하다든지 이런 잡무 같은 것들.

◆ 김정훈>그래서 이 때문에 일각에선 청소, 취사 이런 일들을 언급하고는 있습니다.

◇ 김현정>그런 거 하면 안돼요? 수형자 관리 일 아니더라도?

각 사동(舍棟)으로 이어지는 복도
◆ 김정훈>그런데 앞서 수형자들은 징역을 살면서 할당된 작업을 한다고 제가 아까 말씀드렸죠? 그걸 정역이라고 하는데 지금 말씀하신 청소나 취사는 정역 가운데 교도소 운영 지원 작업에 해당하는 일이에요.


◇ 김현정>그건 수형자들 몫이군요?

◆ 김정훈>예. 현재도 그렇고 과거부터 수형자들이 해왔던 일입니다. 양심적 병역거부의 무죄 판단이 내려지기 전까지 병역을 거부한 여호와의증인 신도 등은 징역을 살았잖아요. 그들이 주로 이런 일을 맡아왔습니다. 교도소 안에선 이걸 '사소', '과소'라고 하는데 수형자가 머무는 사동을 청소하는 인력, 또 각 부서 사무실을 청소하는 인력이 바로 이들이었던 것이죠.

◇ 김현정>그럼 지금 병역거부자들이 대체복무안의 하나로 교도소에 가게 되면 예전에 징역 가서 하던 일하고 비슷한 일을 하는 거네요?

◆ 김정훈>별반 달라지지 않을 수가 있고요. 그런데 또 기간은 오히려 늘어날 수 있죠. 병역거부자들은 대개 과거에 1년 6개월 정도의 실형이 내려졌거든요. 근데 앞으론 36개월 정도 그런 일을 하게 될 수도 있는 셈이잖아요. 그러니까 받아들이기 쉬울 수가 없습니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선언한 뒤에 헌법 소원을 냈던 홍정훈 씨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 양심적 병역거부자 홍정훈씨]
(취사나 방 청소 같은 업무들, 그런 업무가 주어진다는 논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런 차원이 징벌적인 성격을 지닌다고 주장하는 근거이기도 하고요. 교정시설에서 합숙을 36개월 동안 하라는 건 이전까지 병역 거부자들을 처벌했던 것이 단지 행정부로 처벌의 주체가 바뀐다는 면에서 징벌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고, 그래서 저희는 그걸 반대를 하고 있고요."

◇ 김현정>그러니까 '수형자들이 했던 일을 이젠 처벌이 아닌데 더 오랜 기간 동안 해야 된다고 하면 우린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런 주장인데 지금 청취자들의 문자도 들어옵니다만 '어쨌든 군대 가는 거 거부해서 빨간 줄 그어졌던 것보단 훨씬 나은 거 아니냐?' 이런 의견이 있어요.

◆ 김정훈>그분들 가운데는 그 전과를 무릅쓰고라도 그렇게 했던 분들이 많았으니까요. 전과를 붙이지 않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과거 수형자들이 했던 일을 이젠 2배 정도의 기간 동안 하라고 한다면 이게 쉽지 않은 것도 맞습니다.

◇ 김현정>전과 자체를 그렇게 두려워하지 않는 종교인들이 많았다는 거군요. 그러면 똑같이 갇힌 상황 속에서 더 오래 일을 하게 되는 거란 얘긴데, 자유가 주어지지 않아요? 수형자가 아닌데?

안양교도소 철창으로 바라본 하늘
◆ 김정훈>어느 정도 자유가 주어질 수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한 교도관이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10년 간수생활이면 5년 징역살이다' 아무리 교도관이라고 해도 수형시설 안에서는 휴대전화, 인터넷 사용이 불가능하고요, TV를 보거나 라디오를 듣는 일도 허용되지 않습니다. 제가 생활해보니까 참 답답하긴 하더라고요.

◇ 김현정>갇힌 상황이나 마찬가지다?

◆ 김정훈>예. 교도소 담장 안에 있다면 수형자나 교도관이나 답답하긴 마찬가지인 것 같은데 그래도 교도관은 출퇴근을 하긴 하죠. 그런데 최장 36개월까지 합숙생활을 해야 한다면 그것도 과거 수형자 일을 해야 한다면 대체복무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죠.

◇ 김현정>또 하나 안은 뭐였냐면 경비교도대라고 있잖아요. 내부에서 일하는 거 말고 외곽에서 경비 서는 것. 이걸 시키는 건 어때요?

◆ 김정훈>과거에 군복무를 그렇게 대체하기도 했는데 경비교도대가 6년 전에 없어졌거든요. 그 이후 지금 현재는 외곽경비 무인화가 완비돼 억지로 부활시키기도 어렵고 또 무기를 들지 않겠다는 병역거부자들에게 경비를 맡길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 김현정>그럼 가장 유력한 안이 교도소 근무인데, 김 기자가 숙박하면서 체험해본 결과로는 '대체복무자들한테 마땅히 맡길 만한 일이 딱 이거다' 싶은 일을 못 찾은 거예요?

안양교도소 정문
◆ 김정훈>이 얘길 드리고 싶은데요. 제가 마침 찾아간 날 정부의 공공 부문 단기 일자리 창출 정책에 따라서 이곳에서도 민간인 지원자들을 심사하고 있더라고요. 몇 사람을 어떻게든 받아야 하니까. 그래서 무슨 일을 시킬 건지 물어보니까 '사람을 뽑기는 뽑는데 시킬 일이 없어서 고민이다' 이런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병역거부자의 36개월 교정시설 대체복무안이 무턱대고 이런 상태로 확정된다면 이런 답이 없는 고민을 각 교도소들이 해야할 것 같은 상황입니다.

◇ 김현정>우리가 지금 누굴 두둔하자는 건 아닙니다. 다만 지금 헌법재판소가 이런 판결을 내렸기 때문에 무조건 대체복무안을 만들어야 돼요. 시간까지 정해져 있어요. 그리고 가장 유력한 게 교도소인데 가보니까 이게 진짜 맞느냐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죠. 부지런히 안들을 찾고 조율을 해야 되는 때인데 '교정시설 거기면 됐네' 이렇게 할 일을 아니란 말씀...

◆ 김정훈>현재 안으로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보이더라고요.

◇ 김현정>여러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조금 더 세밀하게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안을 만들어내야겠다, 고민을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취재에 협조해준 법무부, 안양교도소 측에도 감사드립니다. 김정훈 기자 고생 많이 하셨고요.

◆ 김정훈>감사합니다.

(사진=안양교도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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