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경사노위 불참을 선언하고 총파업을 벌인 민주노총을 향해 '달래기'와 '작심비판' 두 가지 화법을 섞어가며, 동행 의지를 밝히는 동시에 불편한 심기 역시 숨기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출범식 모두발언에서 "자기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투쟁하는 게 아니라 대화와 타협, 양보와 고통분담을 통해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합리적 대안 찾기는) 사회를 이끄는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가져야 할 시대적 소명"이라며 "그런 점에서 오늘 민주노총의 빈자리가 아쉽다"고 강조했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와 최저임금 속도조절, 광주형 일자리 모델로 인한 임금 하향평준화 우려 등으로 경사노위 불참을 선언한 민주노총을 직접 겨냥해 작심하고 비판한 셈이다.
특히 사회적 대타협 모델 출범식을 하루 앞두고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며 전날 서울 여의도와 전국 주요 도시에서 동시다발 총파업을 벌인 민주노총에 대한 '원망'도 일부 감지됐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경사노위 전체회의가 끝날 무렵 마무리 발언을 통해 "탄력근로제의 경우 경사노위가 이를 의제를 논의한다면 장시간 노동 등 부작용을 없애고 임금도 보전하는 장치를 마련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동계도 논의에 적극 참여해야한다"며 민주노총의 참여를 촉구했다.
필요하다면 국회에 요청해 여야 정치권이 올해 정기국회 내 합의를 약속한 탄력근무제 단위기간 확대 관련 법안 처리도 늦출 수 있다며 민주노총이 직접 합의안 마련 논의 틀로 들어오라는 뜻을 피력했다.
'뜨거운 감자'인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보완장치를 약속하며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대화와 고통분담을 통해 타협안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달래기에 나선 셈이다.
특히 지난 18일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문 대통령은 민주노총과 결별을 각오하고 노동개혁에 과감히 나서라. 민주노총은 경제발전의 과실을 과도하게 가져가는 가장 큰 기득권 세력"이라고 규정했지만, 문 대통령이 결별 대신 동행을 택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내년 1월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의 경사노위 참여 논의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청와대 내부에서는 문재인 정부와 여당 전체를 향해 날을 세우는 민주노총에 더이상 끌려다니면 안 된다는 단호한 기류도 곳곳에서 감지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동안 민주당과 청와대가 민주노총에 정책적 배려를 많이 한 것은 사실"이라며 "그런데 민주노총 내부 문제 등으로 강경하게 돌아서 경사노위 불참까지 선언한 것은 사회적 책임을 다 하지 못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민주노총과 관련해 국회에서 발언한 내용이 일부 과하다는 지적이 있지만 오히려 청와대 내부 기류를 정확히 말한 것"이라며 "자신들에게 부여된 사회적 책임을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6일 임 실장은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민주노총이나 전교조 등이 더 이상 사회적 약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부의 이러저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조금 더 책임 있는 자세로 사회적 책임을 나누는 결단도, 이제는 대기업 노조와 상위 노조들이 함께 해줘야한다고 생각한다"고 일침을 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