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신도들이 당시 교회 내에서 절대적 권위'를 가졌던 이 목사에게 심리적으로 종속된 상태였다고 재판부가 판단한 것으로, 사실상 '그루밍 성폭력'을 인정한 사례로 풀이된다.
그루밍 성폭력은 오랜 기간 정신적 세뇌를 통해 피해자를 길들인 뒤 성적으로 착취하는 범죄를 말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정문성 부장판사)는 22일 열린 이 목사 선고공판에서 "피고인은 어린 시절부터 교회를 다니며 반항하거나 거부하지 못하는 피해자들의 처지를 악용해 범행을 저질렀다"며 "20대 피해자들을 장기간 상습적 추행 간음했고 집단 간음을 하는 등 비정상적인 범행을 저지르기도 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해자들은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그룹 지도자에 대한 배신감으로 크게 상처받고 가장 행복하게 기억돼야할 20대가 평생 지우고 싶게 됐다며 피고인의 엄벌을 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의 쟁점 중 하나는 피해 신도들이 이 목사의 절대적 권위에 반항할 수 없는 '심리적 항거불능' 상태에 있는지였다.
이 목사 측은 "피해자들은 20세가 넘은 여성들로서 정상적인 지적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며 "피해자들의 태도 등에 비춰 볼때 피해자들이 심리적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는지를 입증할 뚜렷한 증거도 없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목사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목사의) 설교 내용은 피고인을 신격화하는 내용으로서 이를 청취해온 신도들 반응으로 미루어 볼 때 이 목사는 소모임 등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피고인을 신격화하는 취지로 신도를 가르쳐 온 것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이런 분위기 내에서 이 목사의 절대적인 종교적 권위에 복종하며 이 목사의 말에 순종하는 신앙생활을 했다고 충분히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목사는 자신의 교회 신도 8명을 48차례에 걸쳐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목사는 자신의 권력과 신도들의 신앙심을 이용해 피해자들을 심리적 종속상태로 만든 뒤 성폭행을 가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약 20분 간의 선고가 끝나자 신도들로 가득찬 법정은 눈물바다가 됐다. 신도들은 이 목사의 실형에 안타까워 하며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거나 통곡하기도 했다.
교회 측은 즉각 항소를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만민중앙교회 비서실은 "반박자료를 모두 제출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반대 측 진술만 믿고 판결했다"며 "진실을 밝히기 위해 항소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교회 내에서 그루밍 성폭력 범죄가 발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인천의 한 교회 청년부 김모 목사가 10대 여성 신도들을 상대로 그루밍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돼 지난 9일 경찰이 사건 파악에 나섰다.
피해자 측에 따르면 김 목사는 약 10년간 중·고등부와 청년부 신도를 상대로 그루밍 성폭력을 저지른 의혹을 받고 있다.
피해자 중 한명은 CBS 라디오<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피해자가 26명에 달하며 대부분 13세 미만이라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