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만 갖고 그래"…김기춘 판결로 본 임종헌

金"공범 많은데 왜 나만 기소"…檢공소권 남용 주장
사법농단 연루 100여명…유일하게 기소된 임종헌

'사법농단 핵심'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사법농단 혐의 재판에서 사건에 연루된 전‧현직 법관들 가운데 자신만 기소한 것은 검찰권 남용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펼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 전략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혐의 재판에서 주장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1심 법원이 이 같은 주장을 인정해 공소기각 판결을 내리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23일 임 전 차장의 공소장을 보면, 재판거래와 공보관실 운영비를 비자금으로 조성한 혐의 등 사법행정권 남용에 연루된 전‧현직 법관은 100여명에 달한다.


공범으로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차한성 전 대법관 등이 적시됐다.

검찰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상당수 전‧현직 법관들을 소환조사했고, 공범으로 적시된 이들은 수사를 토대로 기소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양 전 대법원장 소환시기도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가운데 임 전 차장은 현재까지 재판에 넘겨진 유일한 인물이다. 임 전 차장에 대한 1심 재판은 이르면 이번달 말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임 전 차장은 재판에서 "다수의 공범 관계에 있는 인물들 중에서 일부만 선별해 기소한 것은 검찰이 공소권을 남용한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임 전 차장은 검찰 수사 당시 주변에 사법농단에 대한 책임을 혼자 지는 것에 대해 억울함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법농단과 관련된 문건이 담긴 USB(이동식 저장장치)를 사실상 임의제출 했다.

따라서 공범들 중 자신만 기소한 것은 검찰이 공소권을 남용한 것으로,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이 침해됐기 때문에 공소기각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앞서 김 전 비서실장은 블랙리스트 혐의 재판에서 이 같은 주장을 내세웠다.

블랙리스트 문건을 작성하고 실행하는데 수많은 인물들이 연루됐지만, 자신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만 기소된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게 김 전 실장의 주장이다.

하지만 1심과 2심은 모두 김 전 실장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미 △피해자와 관계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 정황 등에 비춰 검사가 기소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재량권이 있다고 대법원에서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대법원은 검사가 특정 인물을 자의적으로 차별하지 않았다면, 공범 가운데 기소되지 않은 인물이 있더라도 헌법상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결국 검찰이 특정 사법농단 연루자에 대한 노골적인 봐주기를 하지 않는 이상 '왜 나만 기소했냐'는 식의 주장은 법원에서 기각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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