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는 21일 오전 화해치유재단 해산을 추진한다는 보도자료에 진선미 장관이 이런 말을 했다는 내용을 담아 출입기자단과 홈페이지에 배포했다.
A4용지 2쪽짜리 자료에는 잔여기금 10억엔에 대한 처리 방침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외교부가 일본 정부와 협의할 예정이라는 등 모두 6문장이 적혔다.
각계 비판에도 2년 4개월 동안 유지했던 재단을 없앤다는데 결정의 배경이나 당사자와 논의했는지 등에 대한 설명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
여가부는 장관이나 책임자가 공식 입장을 밝힐 계획이 없고, 하루 뒤 촬영이나 녹취 등을 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계획된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답하겠다고 밝혔다.
여가부의 한 관계자는 "여가부가 재단을 소관하고 있긴 하지만 이번 발표는 외교부나 일본 정부와의 외교적인 문제가 얽혀 있다. 그동안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등을 브리핑하기에는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사정을 설명했다.
최근 강제징용 배상 판결 등을 포함해 한일 양국의 감정이 격화된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피해자 중심의 원칙을 견지하면서도, 갈등의 골을 더 깊게 하지는 않겠다는 의사를 우회적으로 밝힌 것으로도 해석된다.
여가부의 이런 기조는 절제된 대응이었다는 평가와 함께, 주무부처로서 설립 허가를 내줬던 책임을 지기보다는 외교당국의 눈치만 보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동시에 받게 하기도 한다.
피해자 지원기관 '나눔의 집' 안신권 소장은 "지난 정권에서 재단 이사나 준비위원까지 인선했던 게 여가부가 아니었냐"며 "진 장관에게 책임지라는 건 아니지만 당시 실무자들 다 그대로 있는 상황에서 사과 없이 이렇게 쏙 빠지는 모습은 아쉬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외롭게 투쟁해오신, 살아계신 할머니들이 있는데 할머니 입장에서는 이렇게 자꾸 일본 눈치를 보는 모습이 얼마나 답답하시겠느냐"고 했다.
물론 당시에도 여가부는 피해자와의 면담 과정이나 예산 용처 등 곤란한 질문에는 '오프 더 레코드(비보도)'를 요구하며 답을 피했지만 진행 경과나 합의 성과에 대해서는 비교적 소상히 설명했다.
이와 별도로 재단 측 역시 김태현 전 이사장을 중심으로 일본 등 주요 외신이 대거 참여한 기자회견을 열고 위안부 합의의 성과와 재단의 역할 등을 홍보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랬던 여가부의 기조는 문재인 정부에서 위안부 합의를 재평가하고 화해치유재단의 힘을 빼면서부터 조용하게 진행했다.
여가부는 지난해 12월 박근혜 정부의 구체적인 지시로 재단이 설립됐다는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할 때도 촬영이나 녹취 불가를 전제로 한 기자간담회 형식을 취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