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치유재단은 한일 위안부 합의의 핵심 조항이다. 일본이 기금 10억엔을 출연하고, 이를 이용해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사업을 펼치겠다는 것이었다. 피해 할머니들과 피해자 단체는 진정한 사과없는 위안부 합의와 화해치유재단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섰다.
이후 문재인 정부 들어 합의파기나 재협상은 요구하지 않았지만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에 따라 위안부 합의는 사실상 무력화됐다. 이에 따라 화해치유재단 역시 일정 기간 후 해산 수순을 밟게 된 것이다.
이번 화해치유재단 해산 공표는 일본이 주장하는 '합의 이행'의 핵심조직이 사라진 것이어서 일본 정부의 반발은 격해질 것으로 보인다. 일단 화해치유재단 해산 발표 이후 아베 총리는 위안부 합의의 이행을 촉구하는 기존 입장을 재강조했고, 아키바 다케오 사무차관은 이수훈 주일 한국대사를 외무성으로 불러 우리 정부의 결정에 항의했다.
한일 위안부 합의 무력화 이후 일본은 이에 반발하며 줄곧 합의 이행을 주장해 왔다.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지난 1월 위안부TF의 검토 결과 발표 후 "합의는 1mm도 움직이지 않는다"고 말하는 등 우리 정부를 압박했다.
지난달 25일 조현 외교부 1차관은 아키바 다케오(秋葉剛男)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과의 회담에서 한일 위안부 합의에 기초해 설립된 화해·치유 재단을 해산할 뜻을 전했는데, 당시 아키바 사무차관은 '재단해산이 한일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우리 정부는 당장 일본이 출연한 기금 10억엔을 반환하는 방안을 일본 정부와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 과정 역시 일본 정부가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특히 이번 화해치유재단 해산 발표는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판결로 한일 갈등이 고조된 가운데 추가된 것이어서 여파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29일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하는 재판도 예정돼 있어 한일 관계는 역사문제를 둘러싸고 소용돌이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김창록 경북대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특히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의 경우 35년간의 일본의 한반도 지배가 불법 강점이라는 관점을 토대로 나온 것이어서 일본 입장에서 물러설 수 없는 문제"라면서 "덮어둔 역사 문제들이 한꺼번에 불거지는 심각한 대립상황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미래지향적 관계를 논하기 멋쩍은 상황이 왔지만 해결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단 한국 정부는 재단 해산 문제와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판결이 별개라는 입장이지만, 일본은 "합의도 지키지 않는 한국"이라며 두 사안을 연계해 국제사회에 여론전을 펼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앞서 유엔 강제적 실종 위원회가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일본의 보상이 불충분하다는 최종 견해를 표명하는 등, 국제기류도 일본에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상황이어서 공방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한 외교소식통은 "최근 한일관계가 경색되면서 한일 역사가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는데, 일본 역시 유리하지만은 않다. 다만 국제법 등 논리로 자신들의 논리를 설득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