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솜 "사랑에 정답은 없고, 사랑은 최고라는 걸 느꼈다"

[노컷 인터뷰] '제3의 매력' 이영재 역 이솜 ②

지난 17일 종영한 JTBC 금토드라마 '제3의 매력'에서 이영재 역을 맡은 배우 이솜 (사진=아티스트컴퍼니 제공)
내년이면 연기한 지 햇수로 10년이 되는 이솜은 작품 속 캐릭터와 실제 나를 분리하는 데 능숙해졌다. 지난 17일 종영한 JTBC 금토드라마 '제3의 매력'에서 어쩌면 쉽게 이해받지 못할 가치관을 가진 이영재 역을 연기하면서 깊게 가라앉은 감정을 표현했지만, 이렇다 할 후유증은 없었다.

주변 사람들은 우울한 감정이 들지는 않냐고 걱정했다. 그러자 이솜은 "전혀 아니"고 "그 정도는 아니"라고 답했다. 현장에서 감정적으로 힘든 장면을 찍다가도 어떤 재미있는 상황에 꽂혀 웃어버린다고. 예전보다 캐릭터와 나를 분리하는 게 좀 더 빨리 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캐릭터와 완전히 동떨어진 것은 아니었다. 목소리 크고 오지랖 넓고 활화산 같고 성격 급한 스무 살의 이영재를 연기할 때는 저도 모르게 장난도 많이 치고 선머슴 같은 모습을 보였다면, 스물일곱과 서른둘을 찍으면서는 그때의 감정에 젖어 들었다고 하니 말이다.

몇 개월을 같이 한 드라마가 끝난 지 3일째였던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이솜을 만났다. 의외로 손에 분명히 잡히지 않는 사랑 이야기로 시작했다가, 각자의 성장담으로 끝을 맺은 '제3의 매력'뿐 아니라 배우 이솜의 연기관까지 여러 이야기를 들었다.

(노컷 인터뷰 ① '제3의 매력' 이솜 "결말 만족… 엔딩 내레이션 가장 좋아")

◇ 호탕한 민우혁, 어른스러운 서강준

이솜은 '제3의 매력'에서 준영 역의 서강준, 호철 역의 민우혁과 연인-부부 사이를 연기했다. 이솜은 "민우혁 오빠는 성격이 정말 좋으시다. 호탕하고 에너지가 넘친다. '하하하' 이렇게 웃으시고 장난도 잘 친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어, "호철이라는 캐릭터가 되게 어렵지 않나. 준영이와 영재 사이에 있으면서도, 둘의 감정을 먼저 생각해주셨다. 그러기가 쉽지 않은데"라고 덧붙였다.

이번 작품에서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눈 사람 중 한 명인 서강준에 관해서는 "동생인데 굉장히 어른스럽고 이야기도 잘 통했다. 준영이가 섬세한 캐릭터인데 정말 섬세한 감정을 굉장히 디테일하게 보더라"라고 전했다.

또한 이솜은 절친 백주란 역을 맡은 이윤지의 프로 정신에 관해 들려줬다. 이솜은 "저는 누구 머리를 잘라본 적이 없는데 선배님 머리를 잘라야 해서 굉장히 긴장을 많이 했다. 부담도 됐고. 선배님이 (머리를) 자르기로 결정하셨고 전 그게 되게 멋있었다"고 밝혔다.

이솜은 극중에서 서강준, 민우혁과 연인과 부부 연기를 했다. (사진='제3의 매력' 캡처)
이어, "선배님이 마음먹고 오셨고 저를 더 다독여주신달까, 편안하게 해 주신달까. (주란이) 암인데 (제가 보여준) 감정이 맞는지 이 상황이 맞는지, 더 잘라야 되나 말아야 되나 싶었다"고 말했다.

극중 헤어 디자이너로 나오는 이솜은 이번 작품을 찍으면서 실습용 마네킹을 사서 롤을 말았고, 직접 헤어샵 직원들 머리를 감겨주며 준비했다. 해 보니 느낀 건 미용실 가위가 정말 날카롭다는 거였다.


그는 "한번 살짝 하면 (살이) 썰린다. 베이는 게 아니라"라며 "피 나고 많이 다쳤지만 또 잘 아물더라"라고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

오빠로 호흡을 맞춘 수재 역의 양동근이 화제에 올랐을 땐, 정말로 감탄하는 얼굴이었다. 눈빛이 말 그대로 '살아있어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연기에 빠져들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양동근이 워낙 연기를 잘하니, 본인은 거기에 맞추기만 했다는 겸손한 설명이 뒤따랐다. 두 사람은 각자 수재와 영재의 감정이 어떨지 이야기를 나누며 장면을 만들어갔다고. 로프 반동 장면 등 많은 부분이 애드립이었다고도 귀띔했다.

◇ 이솜이 생각하는 '사랑'

준영처럼 오랫동안 중요한 의미로 남은 첫사랑이 실제로도 있냐고 묻자 이솜은 "없다. 첫사랑은 기억도 안 난다"고 해 취재진을 폭소케 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오랫동안 한 사람을 사랑하고 기억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건지 새삼 또 느꼈다. 나를 그렇게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을까 싶기도 하고"라고 전했다.

자기 삶에 쉽게 지워지지 않는 자국을 남긴 준영과 함께한 장면 중에는 스물일곱 때 클럽에서 마주치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고 밝혔다. 이솜은 "그 많은 인파 속에서 서로 알아보는데, 그 연기를 하면서 '와, 이런 사람이 있을까' 하고 소름이 끼쳤다"고 고백했다.

'제3의 매력'을 사랑 이야기로 시작해 성장담으로 끝난 작품으로 받아들이냐는 질문에는 "그럴 수도 있겠다. 그렇다고 생각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어느 작품보다 '사랑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했을 텐데 사랑관에 변화는 없었을까. 이솜은 "사랑, 참 어렵다. 어려운 질문이다. 음… 사랑에 정답은 없고 사랑은 최고라는 걸 다시 느꼈다"며 웃었다.

배우 이솜 (사진=아티스트컴퍼니 제공)
이솜은 인터뷰에서 '도전'이라는 말을 자주 썼다. '제3의 매력'이 쉽지 않은 길이라는 걸 알면서 끝내 선택한 것도 자신이었다. 본인의 도전에 어느 정도 만족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그는 "저는, 저희는 현장에서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몇 시간씩 고민하고 얘기도 정말 많이 나누고 누구 하나 빠짐없이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후회는 없다, 정도인 것 같다"고 답했다.

"엔딩 내레이션은 준영-영재 얘기이기도 하지만, '제3의 매력'을 같이 한 감독님, 스태프, 우리 얘기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모든 인생이 순탄하다면 안주하지 않을까 싶고요. 그래서 도전하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힘든 것도 겪어야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마지막 내레이션으로 (작품이 하고 싶은) 얘기를 한 게 아닐까요."

◇ '요즘 사람의 얼굴'을 연기하는 이솜

이솜은 지난해 '이번생은 처음이라'에서 남들이 자기를 어떻게 보든 개의치 않는 공격적 비혼주의자 우수지 역을 맡았다. 올해 3월 개봉한 영화 '소공녀'에서는 월세가 없어 떠돌아다니지만 담배 한 개비와 위스키 한 잔은 포기하지 않는 미소 역을 맡았다. 그러고 나서 만난 게 '제3의 매력' 이영재였다.

결은 다 다르지만, 최근 세 작품에서 이솜이 연기한 인물은 공통점이 있었다. 자기 취향과 신념이 분명하기에, 남들이 뭐라고 수군거리건 신경 쓰지 않고 자기 길을 가는 사람. 현시대를 살아가는 요즘 사람들의 '얼굴'을 대변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원래 이런 역할에 끌리는지 묻자 이솜은 "원래 좀 끌리는 편이다. '소공녀' 같은 경우도 제가 적극적이었고 그런 캐릭터를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로 어떤 캐릭터가 들어오는지 묻자 "저는 주체적인 캐릭터를 하고 싶은데, (전작과) 비슷한 캐릭터도 많이 들어오고 되게 평범한 것들도 있다"고 전했다.

상업적인 성공보다는 도전적인 작품을 많이 했던 것 같다고 하니 "깊이 생각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재미있겠다 하면 했다. 지금까지는 캐릭터 위주로 선택했다. 제가 끌리는 것이나 안 해 봤던 것들로"라고 부연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제3의 매력' 이영재, '이번생은 처음이라' 우수지, 영화 '소공녀' 미소 역을 맡은 이솜 (사진=각 방송사, 배급사 제공)
이솜이 '도전'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만큼 배우는 게 많기 때문이다. 그는 "이번 현장에서도 어디서 배울 수 없는 걸 배웠다고 생각한다. 고생해서 힘든 촬영일수록 기억에 오래 남는 것 같다. 힘들 것 같아서 억지로 이 작품을 해야지, 하는 건 아니다. 이번은 대본도 영재 캐릭터도 재밌어서 했다"고 말했다.

1990년생인 이솜은 올해 29살이다. 20대가 가기 전에 하고 싶은 것을 묻자 "올해는 거의 쉬지 않고 일한 것 같다. 거기에 만족하고, 좋은 캐릭터와 사람들을 만난 것, 좋은 현장을 겪어서 좋았다"고 답했다. 본인 표현으로도 '쉬지 않고 일했다'면서 다음 작품도 빨리 들어가고 싶단다. 아직 결정된 건 없지만 재미있는 게 있으면 바로 할 거라고.

평소에도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하는 이솜은 드라마 촬영 중에도 틈날 때마다 극장에 가서 최신 영화를 섭렵했다.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역주행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보헤미안 랩소디'다.

마지막으로 그동안 몰랐다가 올해 새로 발견한 자신의 성격이나, 본인이 생각하는 자신의 '제3의 매력'이 무엇인지 질문했다. 다소 의외의 답이 튀어나왔다. 바로, 체력!

"현장을 정말 좋아하고 체력이 좋다는 걸 느꼈어요. 체력 좋은 건 어느 정도 알았지만. 촬영이 없을 땐 요가랑 PT를 해요. 촬영할 때는 밥심으로 있고요. 밥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밥을 잘 먹어야) 집중을 더 잘할 수 있거든요. 나의 제3의 매력은 체력 같아요. 밥, 밥! 밥이 보약이에요. (웃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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