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익명(피해자), 서승희(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죠, 일간 베스트. 일명 일베. 일베에 대해서 경찰이 압수 수색 절차에 돌입했습니다. 어떤 일인고 하니, 일베 회원들 사이에서 지난 18일 새벽부터 여친 인증. 이런 제목으로 여자친구 몰래 촬영한 사진들이 릴레이로 올라오고 있는 건데요. 노출이 상당히 심한 사진들이 상당수고요. 그 밑으로는 성희롱성 댓글들이 줄줄이 달리고 있습니다. 게다가 회원들이 이 사진을 다른 곳으로 퍼나르면서 2차 피해가 지금 일파만파입니다. 더 큰 문제는 지금 이 피해 여성들 중 다수는 자신이 이런 피해를 입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다는 겁니다. 저희가 여친 인증 사건의 피해자 한 분을 어렵게 수소문해서 만났습니다. 이분도 충격이 크지만 더 이상의 피해자는 없어야 한다면서 인터뷰에 응해 주셨어요. 신원 보호를 위해서 익명 음성 변조한다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나와 계세요. 안녕하세요?
◆ 피해자> 안녕하세요.
◇ 김현정> 일베 사이트에 본인의 사진이 올라와 있다는 걸 언제 어떻게 아셨어요?
◆ 피해자> 월요일에 제가 근무하다가 불법 촬영이라는 검색어를 보고 찾아보다가 보게 됐어요.
◇ 김현정> 그러니까 월요일부터 실시간 검색어에 일베 여친 인증. 이런 검색어가 계속 떴죠, 포털 사이트마다. 그걸 보고 '이게 무슨 일이지?' 하고 그 사이트에 들어가서 검색을 하다가 본인 사진을 발견하셨어요?
◇ 김현정> 게시판이 여러 개가 있고 막 올리면 그중에서 추천수 많은 순서대로 또 다른 게시판으로 이동되는 거군요.
◆ 피해자> 네.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올리는 게시판을 보니까 열몇 페이지까지 되게 많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한 개, 한 개 보다가 넘겨서도 보다가 하는데. 제가 지금으로부터 한 5년 전쯤에 사귀었던 남자친구가 찍었던 사진을 올렸던 거예요, 인증이라고.
◇ 김현정> 세상에. 아니, 거기에 그러니까 얼굴까지 있었으니까 금방 본인인 줄 아셨던 거군요.
◆ 피해자> 네. 자기 딴에는 얼굴을 조금 가린다고는 가렸는데 그게 완벽히 가린 사진도 아니었고 조금 가렸다 해도 제가 아는 사람이 봤으면 저를 다 알아볼 만한 수준의 사진이어서 보자마자 깜짝 놀라서.
◇ 김현정> 세상에, 얼마나 놀라셨어요. 딱 펼쳤는데, 설마설마했는데 내 얼굴이 거기에 딱 나타났을 때 얼마나 기가 막히셨어요.
◆ 피해자> 그때 진짜 놀랐고 상상도 못 했어요. 좀 무서웠던 건 지금 남자친구랑 남자친구 친구들이 있는데 그 사람들이 이제 이걸 보면 '야, 네 여자친구 여기 있더라.' 이런 식으로 또 소문이 퍼지는 것도 무서웠고.
◇ 김현정> 그 밑으로 지금 달린 댓글들. 그러니까 일베 회원들이 단 그 댓글들은 더 가관이더라고요.
◆ 피해자> 가렸는데도 '어디가 부족하다, 뭐가 좀 어떻다.' 이런 식으로 댓글 달고. 더 심한 댓글도 많고.
◇ 김현정> 그래서 그걸 발견하고 빨리 내려야 되잖아요. 어떻게 하셨어요?
◆ 피해자> 처음에는 경찰서에 신고를 했어요. '이런 사이트에 내 사진이 올라와 있다. 이걸 어떻게 내려야 되냐, 좀 지워달라.' 이런 식으로 요청을 했는데 경찰에서는 해 줄 수 없다라고 제가 직접 지워야 된다고.
◇ 김현정> 해 줄 수 없다고요?
◆ 피해자> 네. 아무래도 일단은 사귈 때는 서로 동의하에 찍은 사진이잖아요. 누가 몰래 찍었다면 그건 어떻게 조사를 해 주겠는데 몰래 안 찍었더라도 어쨌든 올린 건 잘못인데 그렇게 올렸다는 것만으로 처벌할 수 있는 법이 지금 우리나라에는 없다고.
◇ 김현정> 그러니까 여러분, 성폭력 특별법 14조에 보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 사진을 그 의사에 반해서 촬영하거나 혹은 촬영할 때는 동의 하에라도 후에 동의 없이 유포'하면 처벌이 됩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인터뷰하시는 분의 사진은 성적 욕망 혹은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그런 노출 사진은 아닌 종류였던 걸로 경찰은 본 거군요?
◆ 피해자> 네, 그 사람이 봤을 때는 그냥 같이 찍은 사진이니까 누가 거기에 댓글로 성희롱을 했든 어쨌든 사진 자체에는 그런 사진이 아니니까 이제 올린 사람을 처벌하고 싶으면 제가 직접 증거를 모아서 민사로 재판을 하든지 해야지 형사법상으로는 누가 내 사진을 함부로 올려도 처벌할 수는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 김현정> 그렇군요. '형사로는 해 줄 방법이 없다. 원하면 민사 소송을 해라.' 그러면 당장 지금 사진을 내려야 되는데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 피해자> 처음에는 거기 게시판을 다 뒤져가지고 이메일로도 보내보고 했는데 안 읽으시더라고요. 그래서 가입을 해서 밑에 문의 게시판에 글 주소랑 내 사진이라고 본인 인증을 하면 운영자가 삭제를 해 주더라고요.
◇ 김현정> 그사이에 이게 어디 퍼져나가지는 않았을까, 누가 보지는 않았을까. 별의별 생각이 다 드셨겠는데요.
◆ 피해자> 그래서 그것을 제 스스로 다운로드 받아서 구글에다가 이미지 검색으로 그 사진으로 계속 검색도 해 보고.
◇ 김현정> 누가 퍼갔을까 봐, 다른 데 옮겼을까 봐.
◆ 피해자> 네, 혹시나 또 요즘 그런 거 유행이잖아요. 다른 사람 얼굴도 합성해서 능욕하는 사진도 많으니까 그런 데 썼을까 봐.
◇ 김현정> 그렇죠.
◆ 익명> 그리고 누가 알아보고 혹시나 카톡이 오지 않을까. '너 전에 사귀었던 걔가 네 사진 올렸더라.' 연락 올까봐 좀 걱정되고.
◇ 김현정> 지금 인터뷰하시는 분은 노출 사진이 아니었음에도 이 정도 불안한데 지금 거기에는 아주 자극적인, 몰래 찍은, 몰래 찍은 그런 노출이 심한 사진도 상당히 올라와 있다면서요?
◆ 피해자> 네, 그런데 제가 처음에는 댓글로 삭제해 달라고 말을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제가 그게 열몇 개 글을 보면서 어떤 여성분이 그냥 셀카에다가 '이거 내 사진인데 지워달라.'라고 댓글 단 걸 봤어요. 그런데 그 밑으로는 '본인 등판했네. 이거 재미있다. 진짜 저게 본인이냐.' 이런 식으로 지워달라는 당사자한테 욕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무서워서 댓글로도 지워달라 말도 못 하고.
◇ 김현정> 알겠습니다. 이게 참... 피해 여성으로서 이 사건 어떻게 처리돼야 된다고 보세요?
◆ 피해자> 진짜 저는 좀 강하게 처벌을 해야 다음에 이렇게 안 올리게 될 것 같은데. 그런데 일베 게시판 보면 이제 압수 수색한다고 해도 이렇게 대답하면 자기는 빠져나갔다, 이런 방법도 오히려 공유하고.
◇ 김현정> 어떻게요? 어떻게 하면 빠져나간대요?
◆ 피해자> 어떤 사람이 후기를 썼는데 자기가 몰카 찍어서 (경찰)갔다 왔는데 얼굴을 가리고 올렸기 때문에 자기는 그냥 인터넷에서 퍼온 사진이다. 이 사람이 내 여자친구라는 증거가 있냐. 이런 식으로 우겼더니 무혐의가 떴다.
◇ 김현정> 이거 내 여친, 내 여자친구 몰래 내가 찍은 사진이 아니고 어디 그냥 인터넷 돌아다니는 거 퍼왔어요. 이렇게 해서 그냥 빠져나갔다고요?
◆ 피해자> 네, 이런 글이 추천 몇천 개 받아서 오히려 이렇게 하면 처벌 안 받으니까 계속 올려야지 하고 아직도 많이 올라오고 있는 것 같아요.
◇ 김현정> 참 심각한 문제네요, 심각한 문제네요. 이게 확실한 처벌이 뒤따라야 될 것 같고요. 그래서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벌어지지 않도록 이번 기회에 확실히 뿌리 뽑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오늘 용기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극우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죠. 일간 베스트 저장소, 일명 일베에 여친 인증이라는 제목으로 여성들의 사진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굉장히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사진들이 막 올라오고 있는데 그 피해를 당한 한 분의 얘기 직접 들어봤습니다. 도대체 어떤 심리일까요? 그리고 현행법상 어디까지 처벌이 가능한 걸까요? 전문가 한번 연결해 보겠습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서승희 대표 만나보죠. 서승희 대표님, 안녕하세요.
◇ 김현정> 이번 일베의 여친 인증 대란. 이런 일이 과거에도 종종 있었습니까?
◆ 서승희> 네, 그 이전에도 소라넷 같은 불법 포르노 사이트 등지에서 아내나 여동생 혹은 사촌누나 등과 같은 여자 지인에 대한 사진이 올라오는 경우가 계속 있어 왔습니다. 또 남초 사이트 같은 경우에는 명절에 '사촌 몰카'도 계속 있었고요.
◇ 김현정> 사촌 몰카요?
◆ 서승희> 네, 사촌이 친척집에 오게 되면 그때마다 몰래 촬영을 해서 올리는 것이죠.
◇ 김현정> 아니, 저는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그 심리가 뭔지 이해가 되지를 않아요. 자기 여자친구, 사촌, 여동생. 이런 사진을 왜 올려서 뭘 인증한다는 거예요?
◆ 서승희> 과시욕과 인정 욕구가 주된 심리 기제가 아닌가 생각이 되는데요. 그래서 본인이 소유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여성을 과시함으로써 인정받는다고 느끼는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그냥 사진도 아니고 이른바 야한 사진, 누드 사진이라든지 이런 사진을 올리는 건 어떤 심리입니까?
◆ 서승희> 이 여성을 그냥 아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소유하고 있는 내 소유의 여성인 것이다는 것을 과시하는 하나의 도구인 거죠.
◇ 김현정> 그렇군요.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마는 하여튼 그런 심리라는 것. 그런데 이번 일베 사건의 경우를 보면 동의하에 찍은 사진도 있고 동의 없이 몰래 찍은 사진도 있을 겁니다. 다만 사이트에 올릴 때는 당연히 동의 없이 찍은 게 거의 다일 거예요. 거기다가 일베 사이트에 내 얼굴 올리라고 동의한 여자친구 혹은 아내가 있겠습니까? 이런 경우에는 처벌이 어떻게 되는 건가요?
◆ 서승희> 성적인 촬영물의 경우에는 동의하에 찍어도 동의 없이 유포하면 성폭력 특별법 14조로 처벌이 가능합니다.
◇ 김현정> 찍을 때 동의하에 찍었더라도 올릴 때 동의를 안 했다면 무조건?
◆ 서승희> 네, 처벌을 할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다만 피해자분이 직접 고소를 하셔야 되는 사건이고요.
◇ 김현정> 아니, 잠깐만요. 직접 고소를 해야 된다는 얘기는 그러면 민사로밖에 안 된다는 건가요?
◆ 서승희> 아니요. 형사 사건이기는 한데 피해자분이 고소하셔야 되는 거죠.
◇ 김현정> 이게 친고죄는 아니고 형사가 인지하면 이거 형사법상 처벌을 할 수는 있는데 이게 동의하에 올린 건지 동의 없이 올린 건지 이걸 일일이 형사가 나서서 게시물마다 확인하는 작업을 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피해자 신고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 서승희> 네, 피해자 신고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이것이 동의하에 유포한 것인지 동의 없이 유포된 것인지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경찰이 인지 수사로 적극적으로 진행하기는 어려운 사건입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그러다 보니까 피해자들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이거 저예요, 저 피해 봤어요, 저 동의한 적 없어요' 라고 하는 사건에 대해서만 적발이 되고 있는 상황이란 말씀. 그런데 이게 피해자가 나선다고 하지만 이런 온갖 온라인을 돌아다니면서 내 사진이 있는지 없는지를 매일 보고 다닐 수도 없는 거고 참 이게 어려운 문제네요.
또 하나는, 성폭력 특별법 14조를 보면 '성적 수치심이나 성적 욕망을 유발하는 촬영물' 이렇게 되어 있더라고요. 그러면 앞에 연결한 여성분처럼 그냥 얼굴 사진이에요. 어떤 성적인 이른바 야한 사진, 은밀한 사진. 이런 게 아닌 얼굴 사진인데 '나는 얼굴 사진이 일베 사이트에 올라가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수치스럽다.' 이럴 수가 있거든요. 그런데 경찰에서는 '아니, 이건 성적인 촬영물이 아니기 때문에 해당 사항 없습니다.' 이렇게 얘기를 했대요. 이건 어떻게 보세요?
◆ 서승희> 성적인 촬영물이 아니라 그냥 셀카 사진의 경우에는 성폭력 특별법 14조로 처벌이 불가능합니다. 다만 그 사진이 어떤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사진이라면 명예 훼손죄 정도가 적용될 수 있을 것 같고요. 그리고 또 댓글을 단 사람들의 경우에는 모욕죄로 처벌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꼭 민사는 아니고 형사로도 가능하지만 일단 성폭력 특별법으로는 처벌이 어렵습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그런 한계가 있군요. 그러다 보니까 형사가 바로 발견하자마자 강제로 사진을 삭제한다든지 이런 행위에 들어갈 수 없는 이런 한계가 있네요.
◆ 서승희> 맞습니다.
◇ 김현정> 문제네요. 디지털 성범죄 특성은 버튼 누르는 순간 그냥 뭐 전 세계 곳곳으로 언제든지 퍼져나갈 수 있다는 이런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발견하는 즉시 막을 수 없다는 것. 이건 좀 큰 문제 아닌가요?
◆ 서승희> 네, 그렇기 때문에 인터넷 공간에서 이런 성적인 사이버 불링(괴롭힘)이나 사이버 성폭력 등이 일어나는 것에 대한 더욱더 상식과 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이 됩니다.
◇ 김현정> 어떤 대안들이 있어야 될까요, 대표님?
◆ 서승희> 일단 첫 번째로는 그런 촬영물을 이용한 성폭력이 있을 때에 성적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특정 신체 부위다, 아니다라는 판단 기준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성폭력의 판단 기준을 경찰이나 혹은 판사가 보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어떻게 느꼈는가 기준으로 바뀌어서 판결이 내려져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네, 사이버 성폭력이라는 건 남녀를 불문하고 이건 큰 문제라는 것. 이거 다시 한 번 우리가 상기해야 될 것 같고요. 철저하게 이번 일베 사이트 여친 인증 대란, 수사가 되고 처벌이 정당하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서 대표님.
◆ 서승희> 감사합니다.
◇ 김현정>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서승희 대표였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