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위)는 20일 대학로 시어터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는 연극 7편, 무용 9편, 창작뮤지컬 3편, 전통예술 3편, 창작오페라 2편 등 총 24편을 다음 달 21일부터 3개월간 대학로 일원서 공연한다"고 밝혔다.
올해의 신작은 제작부터 유통까지 공연예술 전 장르에 걸쳐 단계별(기획➝쇼케이스(무대화)➝본 공연) 연간 지원을 통해 우수 창작 레퍼토리를 발굴하는 예술위의 대표적인 지원 사업이다.
"이번 창작산실 키워드는 '역사 의식', '여성의 주체성'으로 꼽을 수 있다"고 한 예술위 공연지원부 차민태 부장은 "예술이 우리의 삶을 기록하고 무대 위에서 반추한다는 의미를 생각하면, 이번 공연이 우리의 삶을 기억하는 것들이 될 것이다"고 자신했다.
예술위가 밝힌 '역사 의식' 키워드에 들어가는 작품은 ▲연극 '세기의 사나이'(극작 : 차근호, 극단 명작옥수수밭) ▲연극 '가미카제 아리랑'(연출 : 정범철, 극발전소 301) ▲창작오페라 인형의 신전(예술감독·지휘 : 양진모, 영산오페라단)이다.
'세기의 사나이'는 기네스북 공인 최장수 기록을 경신한 125세의 박덕배의 삶을 다룬다. 우카시마호 폭침 사건, 청산리 전투, 한국 전쟁, 베트남 전쟁처럼 무대에서 보여주기 어려운 역사적 장면들을 기발한 만화적 스펙터클로 표현한다.
'인형의 신전'은 트로이의 전쟁을 소재로,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상실 앞에서 어떻게 무너지고 사라지는지, 또 그 너머에 만나게 되는 초월에 대한 이야기를 담는다. 세계화를 목표로, 서양인도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이야기에 우리만의 어법과 정서로 표현해낸다.
# 여성의 주체성
'여성의 주체성'이라는 키워드에 포함되는 작품은 ▲뮤지컬 '마리 퀴리'(연출 : 김현우, 라이브(주)) ▲연극 '배소고지 이야기; 기억의 연못'(연출 : 박선희, 프로덕션IDA) ▲무용 'Nutcrusher'(안무: 허성임)이다.
'마리 퀴리'는 여성 최초 노벨상 수상자이자 물리학상과 화학상을 동시에 받은 마리 퀴리를 화자로 라듐 발견이라는 빛나는 업적 뒤에 가려진 위험한 진실을 목도한 마리 퀴리의 인간적 고뇌를 그린다.
'배소고지 이야기; 기억의 연못'은 한국 전쟁 당시 전북 임실군 옥정호 인근의 배소고지에서 벌어진 양민학살 생존자의 구술기록을 토대로 창작되었다. 일반적으로 남성의 시선으로 그려지던 전쟁을 '지역'과 '여성의 목소리'에 주목해 풀어낸 점이 눈길을 끈다.
'Nutcrusher'는 여성의 신체화, 상품화, 몸이 조작되는 여러 가지 각도를 제안하고 탐구하는 과정을 보인다. 구조적 힘의 역동이 어떻게 시작되고 어떻게 저항하며 파괴되고 해체될 수 있는지에 대한 여정이다.
특별한 주제에 맞춰 공연들이 선정된 것은 아니다. 예술위 측은 "공연을 선정하고 나니 키워드로 묶인 것이지 애초부터 주제를 염두하고 작품을 고르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밖에 창작산실을 통해 2017년 초연, 2018년 재연한 뮤지컬 '레드북'이 '미투'라는 동시대의 화두를 정면으로 다뤄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낸 것처럼, 올해의 신작들도 현대상을 담고 있는 작품들을 대거 선보인다.
'분노 오디션' 프로그램을 소재로 거대한 권력 앞에서 좌지우지되는 현실을 묘사한 ▲연극 '분노하세요!' (연출:이은준, 극단 파수꾼), 전통 관례를 통해 현재 '결혼'의 의미, 나아가 한국적인 것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무용 댕기풀이(안무 : 이경옥, 이경옥무용단), 모두가 평등하게 동일한 출발선상에 있지만, 결국 게임의 법칙에 의해 조정되고 있다는 ▲무용 'Hidden Dimension'(안무:이나현, UBIN Dance), 고령사회로 접어든 우리의 현실을 담은 ▲창작 오페라 '검은 리코더'(작곡·지휘:나실인, (사)라벨라 오페라단)가 그 주인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