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식 #여성의 주체성…2018 '창작산실' 키워드

연극·무용·전통예술·뮤지컬·창작오페라 등 총 24편 작품
다음 달부터 내년 3월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등 대학로 일원서 공연

(사진=예술위 제공)
개막을 한 달여 앞둔 국내 대표적 공연예술 지원 사업 '2018 공연예술창작산실–올해의 신작'이 라인업을 공개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위)는 20일 대학로 시어터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는 연극 7편, 무용 9편, 창작뮤지컬 3편, 전통예술 3편, 창작오페라 2편 등 총 24편을 다음 달 21일부터 3개월간 대학로 일원서 공연한다"고 밝혔다.

올해의 신작은 제작부터 유통까지 공연예술 전 장르에 걸쳐 단계별(기획➝쇼케이스(무대화)➝본 공연) 연간 지원을 통해 우수 창작 레퍼토리를 발굴하는 예술위의 대표적인 지원 사업이다.

"이번 창작산실 키워드는 '역사 의식', '여성의 주체성'으로 꼽을 수 있다"고 한 예술위 공연지원부 차민태 부장은 "예술이 우리의 삶을 기록하고 무대 위에서 반추한다는 의미를 생각하면, 이번 공연이 우리의 삶을 기억하는 것들이 될 것이다"고 자신했다.

예술위 공연지원부 차민태 부장. (사진=예술위 제공)
# 역사 의식

예술위가 밝힌 '역사 의식' 키워드에 들어가는 작품은 ▲연극 '세기의 사나이'(극작 : 차근호, 극단 명작옥수수밭) ▲연극 '가미카제 아리랑'(연출 : 정범철, 극발전소 301) ▲창작오페라 인형의 신전(예술감독·지휘 : 양진모, 영산오페라단)이다.

'세기의 사나이'는 기네스북 공인 최장수 기록을 경신한 125세의 박덕배의 삶을 다룬다. 우카시마호 폭침 사건, 청산리 전투, 한국 전쟁, 베트남 전쟁처럼 무대에서 보여주기 어려운 역사적 장면들을 기발한 만화적 스펙터클로 표현한다.

가미카제 아리랑. (사진=예술위 제공)
'가미카제 아리랑'은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가미카제의 이야기이다. 옳고 그름을 떠나 피할 수 없는 운명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힘없는 조국의 아들로 태어난 가슴 아픈 삶의 단면을 통해 지금 우리가 잊고 있는 정신과 의미를 되찾고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역사의 궤적을 짚는다.

'인형의 신전'은 트로이의 전쟁을 소재로,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상실 앞에서 어떻게 무너지고 사라지는지, 또 그 너머에 만나게 되는 초월에 대한 이야기를 담는다. 세계화를 목표로, 서양인도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이야기에 우리만의 어법과 정서로 표현해낸다.

# 여성의 주체성


'여성의 주체성'이라는 키워드에 포함되는 작품은 ▲뮤지컬 '마리 퀴리'(연출 : 김현우, 라이브(주)) ▲연극 '배소고지 이야기; 기억의 연못'(연출 : 박선희, 프로덕션IDA) ▲무용 'Nutcrusher'(안무: 허성임)이다.

'마리 퀴리'는 여성 최초 노벨상 수상자이자 물리학상과 화학상을 동시에 받은 마리 퀴리를 화자로 라듐 발견이라는 빛나는 업적 뒤에 가려진 위험한 진실을 목도한 마리 퀴리의 인간적 고뇌를 그린다.

배우 김소향. (사진=예술위 제공)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 김소향은 "우리 시대에 이야기되는 사회적 문제도 다루고 있다"고 밝혀, 과학자이기보다 인간이자 여성으로서 겪는 당시 시대의 사회적 차별과 편견에 맞서는 이야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배소고지 이야기; 기억의 연못'은 한국 전쟁 당시 전북 임실군 옥정호 인근의 배소고지에서 벌어진 양민학살 생존자의 구술기록을 토대로 창작되었다. 일반적으로 남성의 시선으로 그려지던 전쟁을 '지역'과 '여성의 목소리'에 주목해 풀어낸 점이 눈길을 끈다.

'Nutcrusher'는 여성의 신체화, 상품화, 몸이 조작되는 여러 가지 각도를 제안하고 탐구하는 과정을 보인다. 구조적 힘의 역동이 어떻게 시작되고 어떻게 저항하며 파괴되고 해체될 수 있는지에 대한 여정이다.

Nutcrusher. (사진=예술위 제공)
이밖에 현대문학의 거장 요제프 클라인의 미발표 원고를 둘러싼 70대 노파의 30년간의 재판 이야기를 다룬 ▲창작뮤지컬 HOPE-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연출 : 오루피나, ㈜알앤디웍스)도 주목할 만하다. 여성을 화자로 주체적인 여상을 보여 창작뮤지컬의 주 관객층인 여성 관객의 선택을 받을 것으로 주최 측은 기대했다.

특별한 주제에 맞춰 공연들이 선정된 것은 아니다. 예술위 측은 "공연을 선정하고 나니 키워드로 묶인 것이지 애초부터 주제를 염두하고 작품을 고르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밖에 창작산실을 통해 2017년 초연, 2018년 재연한 뮤지컬 '레드북'이 '미투'라는 동시대의 화두를 정면으로 다뤄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낸 것처럼, 올해의 신작들도 현대상을 담고 있는 작품들을 대거 선보인다.

'분노 오디션' 프로그램을 소재로 거대한 권력 앞에서 좌지우지되는 현실을 묘사한 ▲연극 '분노하세요!' (연출:이은준, 극단 파수꾼), 전통 관례를 통해 현재 '결혼'의 의미, 나아가 한국적인 것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무용 댕기풀이(안무 : 이경옥, 이경옥무용단), 모두가 평등하게 동일한 출발선상에 있지만, 결국 게임의 법칙에 의해 조정되고 있다는 ▲무용 'Hidden Dimension'(안무:이나현, UBIN Dance), 고령사회로 접어든 우리의 현실을 담은 ▲창작 오페라 '검은 리코더'(작곡·지휘:나실인, (사)라벨라 오페라단)가 그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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