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공간과 생활 그리고 말투, 그런 게 있었어요. 감독님이 탈북민들과 함께 5년 동안 계셨기 때문에 감독님과 특히 소통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김아라씨라고 우리 영화에 나오는 북한 출신 배우가 계세요. 그 분을 많이 괴롭혀 가면서 사투리를 배웠어요. 톤이 강하지가 않고 디테일이 자연스러워서 좋더라고요. 촬영하기 전에 통화 한 번 꼭 하고 대사도 같이 많이 바꿨어요. 배우는 항상 다른 언어를 사용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번에는 보여지는 언어가 또 달라서 어려웠지만 재미있었어요."
이나영 정도의 스타급 배우라면 더욱 큰 규모의 예산이 들어간 영화의 시나리오 제안도 많았을 것이다. 왜 하필이면 생존의 최전선에 있는 탈북 여성의 삶을 그려야 했던 것일까. 이나영은 '관객에게 전하고픈 바람'이 가장 중요했다고 이야기한다.
"이런 먹먹한 톤의 영화를 제가 좋아해요. 아마 개인적으로 좋아해서 선뜻 할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해요. 시나리오가 상당히 얇았지만 그런 감정들이 많이 느껴졌어요. 어떻게 보면 담백하고 '시크'하기까지 했고요. 그런 표현을 관객들한테 전달하고 싶었어요. 예산이 크고 작고 그런 것들이 중요하게 작용하지는 않아요. 어느 정도 영화 안에서 이끌어 갈 수 있을지, 관객들과 얼마나 소통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요."
"너무 굴곡있는 삶이고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삶인데 어떻게 하면 진심을 담아내서 관객들이 이입을 할 수 있을지 계속 고민했어요. 10대는 고난을 겪어낸 어린 소녀였다면 20대는 좀 더 동물적이라고 생각했고 30대는 이 모든 것을 겪은 '엄마'가 어떤 태도와 표현을 사람들에게 보이게 될까 고민했어요. 강하게 연기해서 더 보이는 영화가 있는데 이 영화는 덜어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 여성의 삶이 어땠는지 한 순간도 잊으면 안될 것 같아서 매일 대본을 정독했던 것 같아요. 아들이 찾아와서 만났을 때도 감정이 동요한다면 왜인지 이 '엄마'라는 캐릭터와 맞지 않는 느낌이었어요. 이 캐릭터는 어떤 역경이 닥쳐도 결국 또 살아가야 하는 인물이거든요. 그냥 가만히 눈을 바라보는 것이 이 사람이 살아 온 방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오랜만에 현장에 나간 감상을 묻자 연기에 감정을 이입하느라고 무엇을 살펴 볼 겨를도 없었단다. 생각 외로 공백기가 길어진 이유에 대해서는 '원래 자신은 느린 사람'이라고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펼쳐 놓았다.
"대본이나 시나리오는 계속 봤어요. 그런데 제가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로 뵙고 싶더라고요. 시간을 짧게 하자고 또 애매한 걸로 찾아가면 혼날 거니까요. (웃음) 어떻게 보면 약간 속도의 차이인 것 같아요. 계획할 수 없는 제 감정 때문일 수도 있고, 영화계의 상황일 수도 있고 그런 차이죠."
[노컷 인터뷰 ②] 이나영이 '8년 공백기' 원빈에게 건네는 조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