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자의 쏘왓] "삼바의 분식회계=회계 산업의 '세월호'"

금융위 증선위, 삼성바이오 2012~14년까지 회계처리 위법 판단->검찰 고발
상장폐지 여부 찬반…"시장 영향·투자자 고려해야"vs "채용 때 허위서류낸 꼴"
삼바 분식회계 이면에 이재용 삼성 부회장 승계 이슈 숨어 있어 '주목'
삼성물산 합병 시 제일모직 비쌌던 건 삼바 가치 때문… '뻥튀기' 드러나
감리위원 "경제 잘되려면 자본시장 잘 작동해야, 자본시장 잘 되려면 근간인 회계 바르고 정확해야"

■ 방송 : CBS라디오 <임미현의 아침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00~07:30)
■ 진행 : 임미현 앵커
■ 코너 : 홍영선 기자의 <쏘왓(So What)>

◇ 임미현> 화요일 <홍기자의 쏘왓> 시간입니다. 우리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경제뉴스 알아보는 시간이죠? 홍영선 기자 나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떤 경제뉴스 준비했나요?

◆ 홍영선> 네 지난 주에 결론이 난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의 회계 조작에 대해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 임미현> 분식이란 말도 좀 어려워요. '분식'이란 말이 '화장을 해 흠을 가린다'는 의미잖아요? 그러니까 분식 회계는 '회계 조작'이란 말로도 바꿔 말할 수 있는거죠?

◆ 홍영선> 네. 회사의 실적을 좋게 보이기 위해 회사의 장부를 조작하는 것으로, 가공의 매출을 기록하거나 비용을 적게 계산해서 올리거나 누락시키는 것 등을 말합니다.

◇ 임미현> 그럼 간단히 지난 주에 결론이 난 삼성바이오의 분식 회계 결론을 좀 먼저 설명해주시죠.

◆ 홍영선> 결론부터 말하자면, 금융당국은 2012년부터 14년까지 삼성바이오의 회계 처리가 위법하다고 판단하고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 임미현> 삼성바이오는 계속해서 고의가 아니라고 해왔고 금융당국도 계속해서 판단을 미뤄왔는데 이렇게 판단한 근거는 뭐죠?

◆ 홍영선> 삼성바이오 회계 조작의 핵심 쟁점은 삼성바이오가 자신들의 기업 가치를 '고의로' 부풀렸는가 여부였습니다. 2012년부터 14년까지 삼성바이오는 자회사인 에피스를 '종속회사'로 규정했는데 2016년 갑자기 '관계회사'로 처리했습니다. 이게 고의냐 아니냐 판단했어야 했는데 이번에 '고의로' 회계 조작을 했다고 판단한 겁니다.

◇ 임미현> 종속회사가 관계회사로 달라지면 어떻게 되는데요?

◆ 홍영선> 자산 가치가 달라집니다. 종속회사일 때는 '장부가액'으로 계산된 자산 가치가 관계회사일 때는 미래가치를 반영한 '시장가액'으로 계산됩니다. 똑같은 회사지만 지위에 따라서 자산가치가 다르게 상정되는건데요. 이렇게 하니까 에피스는 종전 장부가액 2900억원에서 시장가액이 4조 8천억원이 됐습니다. 4년 연속 적자를 냈던 모회사 삼성바이오도 덩달아 1조 9천억원의 순이익을 낸 초우량기업이 된 겁니다.

◇ 임미현> 근데 관계회사로 달라지게 된 점이 석연치 않다고 해왔던 거고, 이번에 금융당국이 그걸 인정해 준거군요?

◆ 홍영선> 네 금융당국은 삼성바이오가 애초부터 관계회사로 회계 처리를 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습니다. 계약상 약정에 의해 지배력을 공유한 경우에 해당했다는 이유에섭니다.

◇ 임미현> 자 그렇다면, 쏘왓(So what)?! 이게 그래서 나랑 무슨 상관이야 하는 분들 있을 수 있습니다.

◆ 홍영선> 직접적으론 삼성바이오 투자자들이 아주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삼성바이오 주식을 가지고 있다가 금융감독원의 분식 회계 결론이 난 직후 손해를 봤거나 계속 가지고 있다가 거래 정지를 당한 투자자들인데요. 특히 소액투자자, 이른바 개미 투자자들은 약 8만명에 육박합니다.

삼성바이오 주식을 가지고 있다가 손해를 본 한 투자자의 말 들어보시죠.

"2월쯤 모아놓았던 결혼자금을 투자했는데 5월에 금감원 발표가 난 뒤 엄청나게 떨어지더라고요. 우선 다 팔았습니다. 그런데 이 결론이 분식회계라고 하니 참담합니다.

원래 투자라는 게 본인 책임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건 회사가 장사를 잘못해서 그런게 아니고 애초부터 사기를 준비했다는 거 아닙니까. 솔직히 말해서 소액투자자들은 뭘 믿고 투자를 합니까. 조그마한 중소기업도 아니고, 세계적인 초일류기업 아닙니까 삼성이..."

삼성바이오로직스(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홈페이지)
◆ 홍영선> 이 투자자들을 비롯해 200여명은 지금 집단 소송을 준비하고 있고요. 이달말 쯤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임미현> 거래 정지 직전까지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들은 앞으로 상장 폐지 실질 심사에 촉각이 곤두서 있을 거 같습니다.


◆ 홍영선> 네 실제로 투자자들은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절대로 상장 폐지만은 막아달라고 글을 잇따라 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고요.

◇ 임미현> 증권업계는 상장 폐지를 결정하는 재무적인 근거와 시장에 미칠 영향, 투자자 등을 고려할 때 상장폐지까지 가지는 않을 거라고들 하는데 어떤가요?

◆ 홍영선> 이번에 고의 분식회계로 결론을 낸 금융당국도 상장 실질심사 제도가 도입된 이후 16개의 회사가 심사 대상이 됐는데 한 곳도 폐지된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그 16개의 회사는 상장이 된 후에 회계 조작을 한 것이고, 삼성바이오는 상장을 하기 위해 회계를 조작했기 때문에 사정이 다르다는 반박도 나옵니다.

이번 분식회계 스모킹 건 역할을 한 삼성바이오 내부 문건을 공개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일하는 김성영 보좌관은 "삼성바이오 분식 회계는 채용 때 허위 서류를 낸 꼴"이라고 일갈했습니다."

◇ 임미현> 삼성바이오에 투자한 분들이 아니더라도 삼성바이오가 속한 바이오주에 투자한 분들도 걱정이 많다고 하는데요.

◆ 홍영선> 네 처음엔 좀 그랬는데요. 삼성바이오가 빠진 바이오 업종은 사흘 연속 상승세를 타면서 그런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습니다. 삼성바이오의 분식 회게가 바이오 업종 전체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거래 정지가 오히려 불확실성 해소라는 면에서 시장에 긍정적이라고 증권업계는 보고 있습니다.

◇ 임미현> 그건 다행이네요. 주식을 안하는 사람들이라면, 상관 없는 뉴스 아니냐 나랑 무슨 상관이냐 하실 수도 있겠죠? 그런데 또 관련이 있다고요?

◆ 홍영선> 네 바로 삼성 때문입니다. 삼성은 우리 경제를 좌우하는 최고 기업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 삼성 일이라면 더 큰 관심이 몰리는데요. 특히 이 삼성바이오 분식 회계 문제의 이면에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승계 이슈가 있기 때문에 더욱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 임미현> 삼성바이오와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 어떻게 연관이 있습니까?

◆ 홍영선> 삼성의 지배구조를 아주 간략히 얘기해보자면요. 삼성의 핵심인 삼성전자를 지배하기 위해선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을 지배해야하는데요. 이 부회장은 삼성생명을 이미 갖고 있었고요. 삼성물산은 한 주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 부회장은 최대 주주인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합병하면서 '통합 삼성물산'을 통해 지배 구조를 확고히 하려고 했는데요.

이때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이 1대 0.35로 제일모직이 삼성물산보다 세 배 가량 비쌌습니다. 제일모직을 갖고 있던 이 부회장에게 상당히 유리한 상황이겠죠?

◇ 임미현> 2015년 합병 당시 제일모직이 삼성물산보다 비싼 게 논란이 됐었는데, 그 이유가 바로 삼성바이오의 가치 때문이었어요.

◆ 홍영선> 그랬었죠. 근데 이번에 이게 '뻥튀기'라는 게 드러난 겁니다. 이 때문에 삼성물산의 감리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거고요.

◇ 임미현> 삼성을 죽이려 하느냐 이런 프레임으로 보는 분들도 많으실텐데, 사실 회계 조작은 상당히 중대한 범죄입니다. 미국의 경우 엔론의 분식회계 사건 당시 CEO는 수십 년간 징역형에 처해졌고, 담당 회계법인인 아서앤더슨은 소송에 시달리다 결국 파산하지 않았습니까.

◆ 홍영선> 네 미국 경제가 세계 최고 경제대국으로 자라난 데는 이러한 자본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분식회계나 주가 조작에 대해 강력한 응징을 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14일 정례회의에서 삼바의 2015년 회계처리에 대해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 지분에 대해 '종속회사'를 '관계회사'로 바꿔 장부가격이 아닌 시장가격으로 평가해 4.5억 원의 이익을 낸 부분은 잘못이라고 판정했다 (사진=금융위 제공)
금융위 증선위의 자문기구인 감리위 위원 중 한 명으로, 이번 사안을 다룬 이한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렇게 소회를 남겼습니다.

"삼성바이오와 삼정회계법인은 한 번 더 생각해 볼 모든 지점에서 브레이크를 밟기는 커녕 엑셀을 밟고 진실과 반대로 역주행했다. 그래서 회계 산업의 세월호 사건이라고 한 거다. (중략) 대한민국경제가 잘 되려면 자본시장이 잘 작동해야 하고, 자본시장이 잘 되려면 그 근간인 계약, 그리고 그 근원정보인 회계가 바르고 정확해야 한다고 주장할 뿐입니다"라고요.

이번 삼성바이오의 분식 회계 규모는 4조 5000억원에 이릅니다. 미국 엔론의 분식액의 세 배 수준인데요. 우리 자본시장은 과연 어떤 방향으로 갈 지 이번 사건이 가늠자가 되어주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 임미현> 네 지금까지 홍영선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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