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먹인 MVP' 김재환 "제 눈물만은 진짜입니다"

'이 눈물은 진짜입니다' 두산 김재환이 19일 르메르디앙 서울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 시상식에서 MVP로 선정된 뒤 소감을 밝히다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 박종민 기자
수상 소감 첫 마디부터 울먹였고, 말하는 동안 눈물이 글썽거렸다. 엄청난 노력을 쏟아붓고 또 그만큼 엄청난 성적을 냈어도 씻기지 않는 '주홍글씨' 때문일 것이다. 또 수많은 악성 댓글은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며 본인과 가족들을 괴롭혔을 것이다.

두산 외야수 김재환(30)이 프로 데뷔 10년 만에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선수로 뽑혔다. 김재환은 19일 서울시 역삼동 르메르디앙서울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 리그 시상식에서 정규리그 MVP의 영예를 차지했다.

한국야구기자회 소속 언론사와 각 지역 매체 취재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투표에서 김재환은 888점 만점에 487점을 얻었다. 팀 동료 에이스 조시 린드블럼(367표)을 넉넉히 제쳤다.

김재환은 올해 두산 4번 타자로 139경기를 뛰며 타율 3할3푼4리(527타수 176안타) 44홈런 133타점 104득점으로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홈런과 타점 2관왕에 올랐는데 가장 넓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선수 중에는 타이론 우즈(1998년 42홈런) 이후 21년 만의 홈런왕이 됐다. MVP 역시 잠실 타자로는 우즈 이후 처음이다.

KBO 리그 최초 기록도 세웠다. 3년 연속 타율 3할-30홈런-100타점-100득점과 3년 연속 300루타다. MVP에 손색이 없는 성적이었다.

그럼에도 김재환은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약물 꼬리표' 때문이다. 김재환은 2군에서 뛰던 2011년 야구월드컵에 출전했다가 금지약물 복용이 적발됐다. KBO의 징계를 받고 복귀했지만 여전히 김재환의 기사에는 빠짐없이 '약재환' '약한 남자' 등비아냥 섞인 댓글이 쏟아진다.


19일 르메르디앙 서울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 시상식에서 MVP로 선정된 두산베어스 김재환이 트로피에 입 맞추고 있다. 박종민 기자
그렇기에 김재환의 MVP 수상 소감에는 그동안의 마음고생이 진하게 묻어났다. 수상 뒤 김재환은 "정말 감사합니다"는 첫 마디부터 울먹였다. 이어 "감사합니다는 말 외에는 다른 말은 떠오르진 않는다"면서 "팀에 워낙 좋은 선수들이 많아서 이런 상이 왔고 앞으로 좋은 모습만 보일 수 있도록 더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하면서도는 눈가에 눈물이 반짝였다.

약물 논란을 의식한 듯 김재환은 "정말 짊어지고 가야 할 책임 같은 것들을 더 무겁게 가지고 남은 인생 좀 더 성실하게 좋은 모습만 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많은 응원을 해주는 팬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성실하게 좋은 모습만 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사회자가 팬들에 대한 한 마디를 부탁한 데 대해서도 김재환은 "팬들을 위해 야구장 안팎으로 성실한 모습만을 보이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시상식 뒤 인터뷰에서도 김재환의 속죄는 이어졌다. 김재환은 "정말 앞으로 좀 더 책임감 있는 모습으로, 생활적인 면에서 반성하는 의미에서 주신 거라 생각한다"면서 "정말 좋지 않은 말들이 많지만 앞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내가 열심히 살고 있구나' 이런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또 힘주어 말했다.

이어 취재진과 만나서도 김재환은 "(약물 문제는) 지금도 후회를 하고, 단 하루도 후회하지 않은 날이 없다"고 지난날을 돌아봤다. 김재환은 또 "최근 3년 야구가 잘 풀려서 기쁘면서도 너무 괴로웠고, 바깥 출입도 자제해야 했다"고 털어놨다.

눈물을 글썽인 데 대해서 김재환은 "나보다 나와 같은 심정으로 있을 가족들 생각이 많이 나서 조금 그랬던 것 같다"고 말했다. 4살 쌍둥이와 2살 등 세 딸의 아빠인 김재환은 "야구 선수 아내 분들이 정말 쉽지 않을 것 같다"고 고마움을 드러내면서도 "너무 고마운데 앞으로도 더더욱 내조를 잘 해줬으면 좋겠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부상으로 받은 3300만 원 상당의 승용차는 기부할 생각이다. "성실하게 살겠다"는 말을 수 차례나 반복한 김재환. 주홍글씨는 쉽게 지워지기 어렵지만 그 눈물만큼은 약물이 아닌 진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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