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교육청, 유치원 '처음학교로' 꼼수 걸러낼 장치 없다

일부 유치원 소수 원아만 '처음학교로'로 선발하는데
시교육청은 사립유치원 '처음학교로' 원아모집 인원 수 알 수 없어

오는 21일 일반원서접수를 시작하는 처음학교로 홈페이지 캡쳐
일부 부산지역 사립유치원에서 이미 현장 추첨으로 원아를 모집해 놓고, 시교육청의 지원금 중단을 피하기 위해 나머지 소수 인원만 온란인 입학관리시스템 '처음학교로'로 선발하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

하지만, 부산교육청이 이런 사립유치원을 걸러낼 제도 장치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교육청이 지난 1~15일 기간연장을 통해 사립유치원의 '처음학교로' 참여를 독려하는 사이, 일부 유치원들은 기존의 현장 추첨으로 원아를 모집했다. 그런데 해당 유치원들은 처음학교로에 버젓이 '원서접수가 가능한 유치원 목록'에 올라와 있다. [관련기사 11.14 부산CBS·노컷뉴스= "현장에선 꼼수 부리는데" 부산 '처음학교로' 참여율만 껑충 ]


시교육청은 이런 유치원이 포함된 것을 알면서도, '처음학교로' 최종참가율이 61.6%로
전국 평균치를 웃돈다고 밝혔다.

부산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후 5시 처음학교로 참가신청을 마감한 결과 부산지역 사립유치원 300곳 중 185곳이 동참했다.

처음학교로에 동참한 유치원에 전화 한 통만 걸어 봐도 알 수 있는 원아 모집 여부를 부산교육청은 아직까지 실태 파악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같은 문제점을 지적하자 시교육청은 참여 등록을 마쳤더라도 처음학교로를 통해 원아를 선발하지 않은 유치원에 대해서는 지원금 중단 등 강력한 제재를 하겠다고 해명했다.

문제는 이미 현장 추첨으로 대다수 원아를 뽑아놓고, 일부만 처음학교로로 선발하는 유치원들이다.

시교육청은 이런 유치원을 걸러낼 제도적 장치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처음학교로를 관리하는 곳은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으로 이곳에서는 시교육청에 유치원이 처음학교로 선발에 참가했는지 여부만 알려주고 있다.

시교육청은 유치원이 처음학교로로 원아를 100명을 뽑았는지, 1명을 뽑았는지 알 수 없는 셈이다.

처음학교로를 통해 얻게 될 각종 통계로 유치원들의 서열화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에 교육부가 비공개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부산교육청 담당자는 "시교육청 차원에서 현재 시스템으로 일부 원아만 처음학교로로 선발하는 사립유치원을 거를 수는 없는 게 사실이다"면서 "이런 부분에 대해 교육부에도 건의를 했지만, 당장으로서는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담당자는 "지역 사립유치원에 대한 제재는 교육부가 아닌 시교육청의 업무"라면서 "다만 올 9월부터 이미 원아모집을 시작한 사립유치원이 늦게라도 처음학교로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텐데, 무조건 '강 대 강'으로 나갈 수는 없다. 내년에는 이런 혼란을 최소화하도록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시교육청은 미참여 유치원에 대한 강력한 제제를 예고하고 있지만, 반쪽짜리 참여는 파악조차 할 수 없는 상황. 처음학교로만 믿고 유치원 입학을 기다리는 학부모들은 일반원서접수가 시작하는 21일, 이미 선발이 끝났거나 전체 정원의 소수만 남은 유치원 목록을 울며겨자먹기로 받아들여야 할 처지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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