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 우리은행의 통합 7연패의 열쇠를 쥔 김소니아(25·176cm)다. 한때 아픔만을 안고 떠났던 한국 무대에 독기를 품고 돌아왔다.
김소니아는 지난 3일 개막한 '우리은행 2018-2019 여자프로농구'에서 쏠쏠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4경기 18분여를 뛰면서 5점 8리바운드 1.8도움 0.8가로채기를 기록 중이다.
득점 등 다른 기록은 평범하지만 리바운드가 눈에 띈다. 국내 선수 중에는 196cm 최장신 박지수(청주 국민은행)의 12.8개, 김소니아와 같은 혼혈 선수인 김한별(용인 삼성생명)의 11.5개, 베테랑 곽주영(인천 신한은행)의 8.4개에 이은 4위다.
하지만 김소니아는 이들의 절반 정도만 뛰고도 이 기록이다. 박지수는 평균 33분56초, 김한별(178cm)이 34분29초, 곽주영(183cm)이 31분37초를 소화하고 있다. 이들 중 가장 작은 선수가 김소니아다.
사실상 센터가 없는 우리은행에 김소니아의 가치가 빛나는 이유다. 김소니아는 크리스탈 토마스의 13개에 이어 팀내 리바운드 2위다. 덕분에 우리은행은 팀 리바운드에서 평균 42.3개로 박지수의 국민은행(44.6개)에 이어 2위다.
다른 유럽 리그를 거쳐 돌고 돌아온 김소니아는 달라졌다. 혹독하기로 국내 최고인 우리은행의 훈련을 군말없이 소화하고 있다. 김소니아는 "예전에는 어리고 경험이 없었지만 이젠 나도 나이가 있잖아요"라고 웃는다.
특히 채식까지도 포기했다. 김소니아는 "3년 전부터 소화기관이 좋지 않고 동물을 좋아해서 채식을 했다"면서 "그러나 우리은행에 다시 와서는 육류와 해산물을 먹는다"고 했다. "감독님이 워낙 뭐라고 하시는 데다 훈련이 힘들어서 고기를 안 먹을 수 없다"는 귀띔이다.
위 감독은 "김소니아가 비빕밥만 먹어서 체력이 달리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김소니아는 "닭고기와 달걀, 해산물을 먹는다"면서 "한국 음식도 너무 맛있다"고 위 감독의 걱정을 일축했다.
올 시즌 김소니아의 팀내 역할은 크다. 외국 선수가 2명에서 1명으로 준 데다 2쿼터는 국내 선수만 뛰기 때문이다. 더욱이 우리은행은 토종 빅맨이 사실상 없는 상황. 김소니아가 필요한 이유다.
시작부터 좋았다. 김소니아는 3일 신한은행과 개막전에서 19분20초를 뛰며 득점은 없었지만 9리바운드를 걷어냈다. 14일 OK저축은행과 원정에서도 17분38초를 뛰며 9리바운드를 올렸고, 6점과 3도움을 보탰다.
위 감독은 "아직 한국 농구에 서툴러 전술 이해도는 떨어진다"면서도 "그러나 신체적 능력이 좋아 개인 기술은 습득이 정말 빠르다"고 김소니아의 가능성을 인정했다. 이어 "얼굴도 예쁘지만 마음이 정말 예쁜 선수"라면서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한다"고 칭찬했다.
앞으로 출전 시간도 늘려줄 계획이다. 위 감독은 "사실 2쿼터를 위주로 봤는데 국민은행에 8점을 넣지 않았다면 지는 경기였다"면서 "이렇게만 해준다면 더 많이 뛰게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의 다음 경기는 19일 삼성생명과 용인 원정. 김소니아 이전 혼혈 선수로 맹위를 떨치고 있는 김한별이 뛰고 있는 팀이다. 신장과 힘에서 김소니아보다 한 수 위. 그러나 김소니아는 젊음의 패기와 탄력으로 맞선다. 과연 김소니아가 국민은행전의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