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 "연결고리 많다" vs 이 지사측 "결정적 증거 없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및 명예훼손 등 혐의로 입건된 이 지사의 부인 김혜경씨를 19일 수원지검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할 예정이다.
이제 공은 검찰로 넘어갔다. 하지만 공직선거법의 공소시효(12월13일)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검찰이 경찰의 수사결과를 뒤집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더욱이 공직선거법의 경우 수사 착수부터 진행까지 검찰이 직접 지휘할 수 있어 검찰은 수사 과정 전반을 세세하게 알 수 있다.
실제로 앞서 경찰 수사팀은 검찰에 김씨에 대해 기소 의견을 냈고, 지난 16일 검찰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라'고 수사지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를 검찰이 기소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이유다.
결국 검찰과 이 지사측과의 법정 다툼은 불가피해 보인다.
재판은 '혜경궁 김씨=김혜경' 혹은 '혜경궁 김씨≠김혜경'을 어느 쪽이 더 설득력 있게 증명하는냐에 달려 있다.
기소 의견 송치 사실이 알려지자 언론에서도 그동안 제기돼 왔던 정황 증거들만을 쏟아내고 있다.
휴대전화번호 뒷자리, 학력과 가족관계 등 신상정보가 일치하다든지, 해당 계정주와 김혜경씨가 안드로이드폰에서 아이폰으로 바꾼 시기가 2016년 7월로 일치하다든지, 해당 계정과 김씨의 카카오스토리에 비슷한 시간에 이 지사의 대학입학사진 등 가족만이 입수할 수 있는 사진이 업로드 됐다는 등의 얘기들이다.
이에 대해 경찰은 "수사와 관련된 증거 관계와 구체적인 내용들은 확인해 줄 수 없다"면서도 알려진 내용보다 많은 증거들을 확보했음을 암시했다.
경찰 관계자는 "(혜경궁 김씨와 김혜경씨를) 연결시킬 것(증거)들이 많다"며 "단편적으로 하나하나는 반박할 수 있을 진 모르지만, 종합해 봤을 때 (아니라고) 설명하기에는 경험칙상…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여론전에 강한 이 지사의 반박에 일일이 대응하면서 휘말리기보다는 확실하게 법의 판단을 받겠다는 심산이다.
◇ "무혐의 받는다면…대선 과정 등 향후 국면서 반전 기회 올 수도"
법조계에선 미국 트위터 본사가 해당 계정의 주인을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에서, 양쪽 다 정황(간접) 증거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봤다.
한 변호사는 "검찰이 기소하는 지 안 하는 지를 봐야 한다"며 "검찰이 기소한다면 또 다른 확실한 증거가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서 김씨를 경찰에 고발한 이정렬 변호사 역시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은 따로 있다. 차분히 기다려달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정황 증거만으로 혜경궁 김씨와 김혜경씨를 동일인으로 판단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또 다른 판사 출신 변호사는 "'혜경궁 김씨' 사건은 사실 관계에 대한 평가의 문제지, 법리의 문제는 아니다"면서 "지금까지 나온 정황 증거들, 예를 들어 시간적인 근접성만 가지고 두 계정을 동일인이라고 속단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이 '혜경궁 김씨'를 김혜경씨로 특정한 것도 법정에선 이 지사에게 유리할 수 있다. 혜경궁 김씨가 올린 글들의 내용으로 볼 때 이 지사의 주변인물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이 지사의 노림수도 바로 이 지점이다. '결정적 증거'가 없다는 것.
같은 맥락에서 이 지사측은 전날 SBS를 통해 "김씨가 2016년 안드로이드폰에서 아이폰으로 바꿨고, 올해 4월 아이폰을 또 다른 휴대전화로 바꿨는데, 기존에 사용하던 안드로이드폰과 아이폰 모두 지금은 가지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스모킹건'이 될 수 있는 또 하나의 증거도 존재하지 않음을 내비친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도 최종적으로 재판에서 이 지사가 혐의를 벗을 경우 차기 대선 과정 등 향후 국면에서는 이 지사가 다시 한 번 재기를 노려볼 수도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정치평론가)는 "이 지사는 민주당내에서 소득불평등이나 소득격차, 한국사회의 개혁 등에 대해 가장 명확한 메시지를 주고 있는 사람"이라며 "이런 기조로 경기도정을 꾸준히 이어가다보면 젊은 지지층들을 중심으로 팬덤 현상이 일어나면서 이 지사가 대선에서 반전을 노려볼 수 있는 기회가 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