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당분간은 '신임 사령탑' 이강철 감독에게 시선이 모일 수밖에 없다.
kt는 18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이강철 감독 취임식을 열었다.
생애 처음으로 kt 유니폼을 입은 이 감독은 곧바로 공항으로 떠났다. 일본 미야자키에서 마무리 훈련을 소화하는 선수단을 만나기 위해서다.
kt는 지난달 20일 이강철 신임 사령탑 선임 소식을 전했다. 그러나 이 감독은 두산 베어스 수석코치로 한국시리즈 일정을 모두 소화해야 했다.
"두산 구단과 팬들께 정말 감사하다"고 말한 이 감독은 "이제 kt만을 위해 일할 수 있다"고 했다.
2005년 10월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이 감독은 13년 동안 코치로 일했다. 당연히 '감독'의 꿈도 키웠다.
하지만 그는 '돋보이는 감독'이 되지 않으려고 한다.
이강철 감독은 "나의 지식만을 믿지 않겠다. 전문가의 조언을 경청하고 코칭스태프, 프런트와 협업하겠다. 구단과 선수가 함께 성장하는 팀을 만들겠다"고 강조하며 "선수가 실수해도 자극적인 말을 절대 하지 않겠다. 모든 선수가 주인공이 되는 구단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물론 '성적'은 감독의 숙명이다. kt는 2015년 1군 무대에 뛰어든 뒤 3년 동안 최하위(2015∼2017년)에 그치고, 올해는 9위에 머물렀다. 이 감독은 "젊은 팀은 큰 경기를 치러야 더 성장한다. 꼭 가을야구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다음은 이강철 감독과의 일문일답이다.
-- kt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 것인가.
▲ 세 가지를 강조하고 싶다. 도전과 협업, 시스템이다. kt가 1군에 진입하고서 4년 동안 성적이 좋지 않다 보니 선수들도 자신감을 잃은 것 같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정신이 필요하다. 나도 초보 감독이지만 과감한 도전을 시도할 것이다. 자신감을 쌓고, 승리가 쌓이면 가을야구도 할 수 있다. 변화하는 과정에서 나의 지식만을 믿지 않겠다. 전문가의 조언을 경청하고 코칭스태프, 프런트와 협업하겠다. 모두가 동반 성장하는 분위기를 만들겠다. 프로 구단은 주어진 환경에서 최상의 결과를 내야 한다. 나는 선수 개개인의 장단점을 분석해 장점을 극대화하는 시스템을 만들고자 한다. 선수에게 최적화한 역할을 맡겨, 강팀의 행보를 밟아나가겠다.
-- '이강철 야구'는 어떤 색인가.
▲ 감독이 너무 많은 계획을 세우는 팀은 되지 않을 것이다. 코칭스태프보다 선수가 주도하는 야구를 하겠다. 나는 코치진, 프런트와 함께 선수들의 강점을 끌어내도록 돕는 조력자 역할을 하려고 한다. 선수들이 실수해도 절대 자극적인 말을 하지 않겠다. 모든 선수가 주연이 됐으면 한다. 맞지 않는 옷을 입었던 선수들에게는 맞는 옷을 주겠다.
-- 밖에서 본 kt는 어떤 팀이었나.
▲ 아직 팀을 파악할 시간이 부족했다. kt는 미래가 있는 젊은 팀이다. 시즌 초 좋은 분위기를 시즌 끝까지 어떻게 유지할지가 관건이다. 스프링캠프를 시작하기 전에, 코치 등과 상의해서 구체적인 훈련법을 정하겠다. 외국인 선수 영입은 이숭용 단장과 상의해서 정할 것이다. 멜 로하스 주니어와는 재계약을 추진 중이다. 새로운 선수 한 명과도 곧 계약을 마칠 것 같다. 코치진 구성도 곧 마칠 것이다. 오늘 당장 마무리 캠프로 건너가 1군과 백업 선수들의 기량 차이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고 싶다.
-- 가을야구를 목표로 정했는데.
▲ kt는 젊은 팀이다. 젊은 선수들이 빠르게 성장하려면 포스트시즌 경험이 필요하다. 그래야 성취감을 느낀다. 최대한 빨리 시스템을 완성해서 꼭 가을야구를 하겠다. 팬들의 열정적인 성원에, 화답하는 방법도 포스트시즌 진출이다. 안주하지 말고 목표를 더 높게 잡겠다.
-- 지도자로서 롤 모델이 있는가. 타 구단 감독들과의 라이벌 구도도 형성할 텐데.
▲ 그동안 모셨던 모든 감독의 장점을 모아서 새로운 모델을 만들고 싶다. 코치로 모셨던 김태형 두산 감독, 염경엽 SK 와이번스 감독, 고교 후배인 김기태 KIA 타이거즈 감독, 대표팀 룸메이트였던 류중일 LG 트윈스 감독 등 타 구단 감독과 인연이 깊다. 하지만 승부의 세계는 냉혹하다. 항상 도전하는 마음으로 좋은 성과를 내고자 노력하겠다.
-- 두산 수석코치 출신인 한용덕 한화 감독이 첫해에 좋은 성적을 냈다.
▲ 한화는 원래 좋은 팀이었다. 한 감독님이 잘 준비하셨고, 선수들에게 역할 제시를 잘 해서 좋은 성적을 냈다. 나도 선수들의 역할 분담을 잘 해서, kt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뤄내고 싶다.
--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어떻게 지냈나.
▲ 꼭 우승하고 싶었는데, 준우승에 그쳐 안타깝다. 김태룡 두산 단장, 김태형 감독, 선수들 모두 나를 배려해주셨다.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두산 팬들께도 감사 인사를 하고 싶다. 이후 정신없는 일주일을 보냈다. 이제부터는 정말 kt만을 위해 일할 시간이다.
-- 감독 제안을 받았을 때 어떤 생각을 했나.
▲ 코치로 오래 일하면서 '이제 감독이 될 준비는 됐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감독 제의를 받으니 허무한 감정까지 밀려왔다. 그러나 곧 설렘과 책임감을 느꼈다. 더 큰 꿈을 꾸기 위해 준비를 더 잘하겠다.
-- FA 시장이 곧 열린다.
▲ 내부 FA는 잡아주셨으면 한다. 하지만 나는 완성형 팀을 이끄는 것보다 새로운 팀을 만들어가는 걸 원했다. 외부 영입보다는 육성 쪽에 무게를 두고 싶다. 물론, 좋은 FA를 잡아주시면 감사하다. 하지만 이미 나는 kt로부터 '감독'이란 큰 선물을 받았다.
-- 선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 아직 선수들과 만날 기회가 없었다. 언론을 통해 선수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방법은 쓰지 않으려고 한다.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면 직접 하겠다. 일단 선수들에게는 '원리원칙에 따라 팀을 운영한다'고 알리고 싶다. 사적인 영역은 존중할 것이다. 야구장에서는 최선을 다해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