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출제본부는 과목별 출제 방향을 밝히며 항상 "대학에서의 학업에 필요한 능력을 확인하는 문제를 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수능을 풀어본 대학생들은 이 말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교육혁신단체를 표방하는 '프로젝트 위기'는 17일 송파구 송파중학교에서 대학생이 올해 수능을 풀어보는 행사를 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다.
대학생 모의수능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진행됐다. 대학생들은 실제 시험장과 유사하게 꾸며진 교실에서 국어·수학·영어영역을 풀었다.
국어영역을 푼 5명의 평균점수는 67점이었다. 입시업체들이 내놓은 예상 등급 커트라인으로 4등급에 해당했다.
수학영역 가형을 푼 1명의 점수는 40점, 나형을 풀어본 2명의 평균점수는 67.5점이었다. 각각 6등급과 4등급을 받을 점수다. 가형은 자연계열, 나형은 인문계열 수험생이 주로 응시한다.
영어영역 응시생 4명의 평균점수는 73.25점으로 3등급이었다.
각 영역 응시생들이 응시하지 않은 영역에서도 같은 성적을 받았다고 가정했을 때 현재 다니는 대학에 올해도 합격할 것 같은 이는 2명에 그친다고 프로젝트 위기 측은 분석했다.
프로젝트 위기 측은 결시생을 포함해 이번 모의수능에 도전한 15명의 대학 평균학점이 3.57점이라고 밝혔다. 대학에 합격했다고 공부를 '손에서 놓았던' 학생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들 중 13명은 이른바 '상위권 대학'을 포함해 서울시내 대학에 다닌다고도 했다.
국어영역에 응시한 오동운(24)씨는 "문제와 지문을 일부러 꼬아서 끼워 맞추는 느낌이 들었다"면서 "대학에서 충분히 공부했음에도 점수가 떨어지는 것을 보면 수험생들이 '문제풀이 연습'만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 오씨는 대학전공이 국어교육이다.
교육학과에 다니는 배수연(23)씨는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이수했다고 해서 수능을 제대로 풀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응시생 중 가장 최근에 수능을 봤다는 이승현(20)씨는 수학영역을 풀어보고 "몇몇 개념을 까먹었다"면서 "대학에서 배우지도 않고 단 몇 달 (공부를) 쉬었다고 잊히는 것을 3년간 공부했다니 허망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외국대학에 다니는 김문섭(23)씨는 "영어영역을 풀어보니 영어 실력과 관계없이 짧은 시간에 (지문과 문제를) 얼마나 빨리 정확하게 읽어낼 수 있는지가 관건인 시험 같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