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 수시 최저등급은 맞췄는데, 바랐던 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아서 아주 속상해요. 논술을 많이 준비했는데 여전히 떨리네요. 새벽 댓바람을 맞으며 성균관대까지 왔는데 시험을 꼭 잘 보고 싶어요."(고3 수험생 이형석(18) 군)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끝내고 맞은 첫 주말인 17일 연세대, 서강대, 성균관대, 경희대, 건국대, 숭실대 등 서울 주요 대학에서 수시 논술 전형 시험의 막이 올랐다.
학교를 향하는 수험생들은 다소 쌀쌀한 날씨 속에 긴장을 늦추지 않는 모습이었다. 손이 얼어 글을 제대로 쓰지 못할까 봐 핫팩을 주물럭거리거나, 언덕길을 오르면서도 논술 대비 교재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수험생들이 눈에 띄었다.
국어 영역에서 6개 문항을 틀려도 1등급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올 정도로 수능이 어려웠던지라 각 대학 논술고사장을 향하는 수험생들은 수시 논술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는 의지로 가득한 표정이었다.
올해로 두 번째 수능을 쳤다는 권모(19·남) 씨는 "국어 영역을 너무 못 봐서 정시로는 성균관대에 못 갈 것 같다"며 "오늘 논술을 꼭 잘 봐서 원하는 학과에 붙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3학년생인 이모(18) 양은 "수능을 망쳐서 너무 속상하다"며 "오늘 아무리 논술을 잘 봐도 수시 최저등급을 맞추지 못하면 모든 노력이 물거품 되는 것 아니냐"고 울상을 지었다.
친구들과 함께 대학을 찾아온 수험생들은 입김을 호호 불며 "최저 맞췄냐", "나는 간당간당하다"며 서로에게 성적을 묻거나, 고사장 앞에서 헤어지기 전 시험을 잘 보라고 외치며 격려하기도 했다.
논술 시험에 늦지 않기 위해 전날 지방에서 올라와 대학 인근 숙소에서 1박 하느라 여행용 가방을 끌고 온 수험생 가족도 있었다. 어머니는 울퉁불퉁한 인도에서 힘겹게 가방을 끌면서도 딸의 손을 꼭 잡고 놓지 않았다.
학부모들은 고사장 안으로 들어가는 아들, 딸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며 건승을 빌었다. 한 어머니는 아들을 보내고 나서 함께 온 아버지에게 "문제가 생겨서 갑자기 나올 수 있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