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못해요. 그런데 같이 공감할 수는 있을 것 같아요. 남동생이랑 친구들도 게임을 좋아하는데 비슷한 관심사를 얘기하면 좀 더 친해지는 것 같더라구요." (유가희·20)
16일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 2018'이 열리고 있는 부산 벡스코를 남자친구와 함께 찾은 김윤지(22·서울)씨는 넷마블 부스에서 신작게임 '더 킹 오브 파이터즈 올스타'를 시연해보고 나오며 배시시 웃었다.
처음 지스타를 찾았다는 윤지씨는 남자친구와 부산여행을 계획하다 지스타가 열리는 일정에 우연히 맞추게 됐다. 윤지씨는 "게임하면 중독과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는데 막상 와보니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가득한 축제 장소 같다"고 말했다. 윤지씨는 기회가 되면 내년에도 오고싶다며 바로 옆 카카오게임즈 부스의 배틀그라운드 실시간 40인 매치 중계를 보러 걸음을 옮겼다. 남자친구는 씨익 웃어보였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매년 지스타에 참여했는데 여성 관람객의 수가 해마다 늘어나는 것 같다"며 "전에는 말 그대로 '관람'이었다면 요즘은 직접 게임을 해보는 '체험' 비중이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또다른 게임사 관계자는 "최근에 여성 게임 유저들의 비중이 늘고 있는데 시연대에 오른 한 여성 관람객은 모바일 MMORPG 게임 실력이 뛰어난 '고렙'자여서 다들 깜짝 놀란적도 있다"고 귀띰했다.
친구와 지스타를 찾은 하영은(가명·21)씨는 유명 스트리머의 실시간 대전 중계가 진행되고 있는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 부스에서 당나귀를 타고 우스꽝스런 움직임으로 상대편을 잡으려다 죽자 친구를 붙잡고 웃음을 터뜨렸다.
넥슨 부스에서 유명 PC게임의 모바일 버전 '테일즈위버M'을 해본 나주은(가명·22)씨는 "게임스토리는 잘 모르지만 조작이 어렵지 않고 예전에 PC게임에서 본듯한 느낌이었다"며 "오래는 못해봤지만 해보는 재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PC온라인과 콘솔 게임의 경우 특정 장소에 한정돼 몰입하는 방식이라면 모바일게임은 다양한 장르와 시간과 장소 등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쉽고 빠르게 즐길 수 있어 게임을 즐기는 여성 유저들이 크게 늘고 있다.
과거에는 캐주얼 게임을 즐기는 비중이 높았지만 최근에는 FPS나 MMORPG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게임을 직접 하지 않아도 유튜브나 아프리카TV, 트위치 등 유명 스트리머의 게임 스트리밍 중계를 보며 게임을 관찰하고 즐기는 트렌드도 이런 변화를 뒷받침하고 있다.
여성 응답자 중 PC게임 이용률은 27%에 그친 반면 모바일게임 이용률은 59.1%에 달했다. 남성응답자는 59.6%였다. 인터넷 접속 기기도 여성응답자의 73.2%가 스마트폰이라고 답해 남성(59.2%)보다 모바일 기기 환경에 친숙했다.
박세진 넷마블 홍보이사는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늘어나고 여권이 신장되면서 남성의 전유물로 인식되어왔던 야구나 축구 등 스포츠에 여성팬층이 크게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며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가 확산되고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게임시장에도 여성 유저의 관심과 유입이 늘어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