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소속사, 티셔츠 논란에 원폭 피해자 찾아 공식 사과

원폭 피해자협회 "日, 전범 가해자로서 사죄는커녕 적반하장"

그룹 방탄소년단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16일 경남 합천의 원폭 피해자들을 찾아 멤버 지민이 과거 착용한 티셔츠를 두고 불거진 최근 논란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합천은 한국 원폭 피해자 70%의 출신지여서 '한국의 히로시마'라고 불리는 곳이다.

빅히트에서 운영총괄을 맡은 이진형씨는 이날 오후 1시께 합천 원폭 자료관에서 한국원폭피해자협회 관계자들 10여명을 만나 비공개 간담회를 하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이씨는 20여분간 진행된 간담회에서 "피해자분들 마음에 상처를 입은 부분이 있을 수 있어 찾아뵙고 말씀드리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다. 의도치 않았지만 (원폭 투하 그림이 있는 티셔츠로) 마음에 상처를 입으신 분들이 있다면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고개 숙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언론을 대상으로 한 자리가 아니라 협회와 피해자께 직접 말씀드리기 위한 자리"라며 취재진에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협회 측은 간담회가 끝난 뒤 "원폭 피해자들은 일련의 사태를 이해하고 공감한다"며 입장문을 낭독했다.

이규열 협회 회장은 "방탄소년단 멤버가 입은 티셔츠의 원폭 투하 그림을 문제 삼아 일본이 전범 가해자로서 사죄는커녕 세계 유일의 핵 피해국인 것처럼 코스프레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역사의식 없는 몰지각한 일본의 일부 언론이 자국의 침략 역사부터 반성하는 여론을 조성하기는커녕 오히려 방탄소년단의 방송 출연을 정지하는 등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이는 데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원폭으로 광복이 됐다는 생각보다는 원폭의 반인류성에 대해 우리 모두 생각해봤으면 한다"며 "일본 당국과 언론은 더는 여론을 호도, 왜곡하지 말고 방탄소년단의 순수한 활동을 방해하지를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또 "방탄소년단 소속사의 사과를 혐한, 반한 여론을 조장하는 데 이용해서도 안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티셔츠 논란은 최근 일본의 한 매체가 방탄소년단 멤버 지민이 지난해 착용한 티셔츠에 원자폭탄이 터지는 그림이 있는 것을 두고 "반일 활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불거졌다.

미국 유대인 인권단체로 알려진 '시몬비젠탈센터'는 성명을 통해 "방탄소년단이 일본 나가사키 원폭 희생자들을 조롱하는 티셔츠를 입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빅히트는 지난 13일 SNS를 통해 공식 입장을 내고 "원폭 피해자분들에게 상처를 드릴 목적으로 제작된 의상이 아니다"며 "원폭 피해자분들께 의도하지 않게 상처를 드린 점은 물론 당사 아티스트가 원폭 이미지와 연계된 모습에 불편함을 느끼신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해명한 바 있다.

해당 티셔츠는 한 국내 브랜드가 광복절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었다.

광복을 맞아 만세를 부르는 사람들 모습과 더불어 애국심(PATRIOTISM), 우리 역사(OURHISTORY), 해방(LIBERATION), 코리아(KOREA) 등 영문이 담겼다.

국내에서는 '원폭 티셔츠'가 아닌 '광복절 티셔츠'라며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의견과 원폭을 광복 상징으로 사용하는 것은 자칫 핵무기 비윤리성에 둔감해지게 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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