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조작사건은 재판거래라는 바다의 일부분을 구성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먼저 원세훈 전 원장을 요즘 일과를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원 전 원장은 우여곡절 끝에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돼 수감됐습니다. 그런데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원 전 원장은 아직도 계속 서울중앙지법에서 계속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형사재판만 모두 8개입니다. △야당 정치인 제압문건 △국가발전미래교육협의회 동원 정치공작 △민간인 댓글부대 운용 △MBC 장악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불법사찰 △이명박 전 대통령 반대세력 불법사찰 △국정원 자금으로 호화공관 마련 △이 전 대통령에게 뇌물제공 등 입니다.
원 전 원장을 변호하는 변호인단은 모두 3개의 로펌에서 15명의 변호사로 구성돼 있구요. 사건을 심리하는 재판부만 3개입니다.
원 전 원장의 재판이 많게는 하루에 3개도 진행됩니다. 마치 컨베이어벨트처럼 쉴 새없이 돌아가다보니 하나만 삐끗해도 파행되기 일쑤인데요.
실제로 지난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순형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야당 정치인 제압문건 작성 혐의 재판도 그랬습니다.
이날 증인이던 박원동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이 자신의 재판을 받느라 너무 힘들다는 이유로 불출석하자 재판이 약 15분 만에 끝났습니다.
더 문제는 원 전 원장이 받고 있는 재판이 너무 많아서 다음 재판 날짜를 잡기조차 어려웠습니다. 재판부보다 더 바쁜 원 전 원장의 변호인단의 일정에 맞춰야 했거든요.
결국 재판은 해를 넘기게 됐습니다. 다음 재판 날짜는 내년 1월 11일. 재판부는 "(1월 11일 재판의 증인인) 신승균(전 국정원 국익전략실장)도 안나오면 심각한 상황"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남색 양복을 말끔하게 차려입고 피고인석에 앉아있던 원 전 원장은 익숙한 풍경인 듯 담담한 표정이었습니다. 재판이 끝나자 교도관들과 함께 여유있는 모습으로 법정을 빠져나가기도 했습니다.
옛말에 '남의 눈에 눈물 내면 제 눈에는 피눈물이 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각종 정치공작으로 보수정권의 앞잡이 노릇을 한 원 전 원장은 겉으로는 여유를 부리지만 속으로는 피눈물을 흘릴지도 모릅니다.
1심 재판만 8개다 보니 유‧무죄가 모두 확정되기까지 얼마나 걸릴지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1951년 생인 원 전 원장의 나이는 만으로 올해 67세입니다. 최종 유죄판단을 받은 만큼 징역을 살아야하죠.
이번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살펴볼까요. 임 전 차장도 마찬가지입니다. 대체로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임 전 차장 입장에서는 구속된 게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재판거래 피해자만 해도 한둘이 아닙니다.
소송을 낸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9명 가운데 8명이 눈을 감았고,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240명 가운데 생존자는 이제 겨우 27명 뿐입니다.
이들 피해자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 양승태 대법원은 정의의 여신 '디케'의 눈을 가렸습니다. 이름도 개념도 생소한 '상고법원'을 도입하기 위해서 입니다.
물론 임 전 차장에 대한 법원의 유‧무죄 판단이 내려진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재판에 넘겨졌다고 해서 끝난 것도 아니죠.
검찰은 임 전 차장의 '윗선' 수사에 불을 당겼고, 임 전 차장의 추가 기소도 예고한 상태입니다.
피고인석에 애써 담담히 앉아있던 원 전 원장에게서 임 전 차장의 미래가 보였다면 너무 과장된 이야기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