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천명한 '경제건설'의 성과를 내기 위해 '대외 투자 유치와 경협 불씨살리기' 총력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국제대회 참석차 남측을 방문한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위) 부위원장은 15일 성남 판교의 제2 테크로밸리를 찾아 자율주행 기술을 체험했다. 경기도농업기술원도 방문해 스마트팜 등 첨단 농업시설도 참관할 예정이다.
특히 리종혁 부위원장은 아태위 모자를 쓰고 나왔다. 아태위는 북한의 대외 이미지 개선을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지만 2000년 대 초반에는 금강산관광 사업 등 남북 민간교류와 경협 업무를 중점적으로 해오다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활동이 뜸해졌다.
그러나 이번 경기도 고양에서 열리는 국제대회 참석을 계기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정부는 "이번 행사가 관광재개와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금강산 관광 사업을 주도했던 북한 아태위와 현대그룹 수장이 만나는 만큼 관광 재개를 비롯해 현대의 대북사업 문제가 어떻게든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15일 오후에는 세계한인상공인총연합회(세총) 소속 기업인 97명이 중국 선양을 통해 대거 방북했다. 김덕룡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도 세총 이사장 자격으로 동행했다.
이들의 방북 목적은 '2018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해외동포 기업인 평양대회' 참가다. 그런데 아태위와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 등이 이들을 초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경련도 아태위와 함께 대표적인 경협 창구였다. 내각 산하의 공식 기구로 무게감이 더 있다. 민경련이 운영하는 삼천리총회사와 광명성총회사 등이 주된 대북 창구역할을 해왔다.
그런 만큼 이번에 방북하는 한인 상공인들과 경협이나 투자 문제 등을 논의할 가능성이 높다.
경상대 박종철 교수는 "중국의 주요 기업 임원들도 산업시찰과 부동산 조사 등을 목적으로 대거 방문하고 있다"며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 때문에 즉각적인 투자는 이뤄지지 못하고 있지만 미국의 곡물 업체도 비공식적으로 방북하는 등 물밑에서는 보이지 않는 투자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북한은 갑자기 항공 실무 회의를 갖자고 먼저 제안해왔다. 16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개최된다.
국토교통부와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5월 한국 관할 공역을 거쳐 제3국으로 운항할 수 있는 새로운 항공노선을 열어달라고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요청했다. 이 문제를 포함해 서울-백두산 직항로 개설 등 기존 남북 합의 사항들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북한의 움직임은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4월 핵-경제 병진노선을 종결하고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하겠다고 선언했음에도 주민들에게 내세울만한 경제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조급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은 국가경제 발전과 인민의 질 향상을 새로운 전략 목표로 내세웠다. 지난 2013년 경제특구와 경제개발구 22개를 지정하고 2016년에는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발표하는 등 경제 발전에 상당한 공을 들여왔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정은 위원장의 경제분야 활성화 의지는 정말 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대외 개방과 협력이 필수적이지만 대북 제재가 계속 발목을 잡고 있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빨리 비핵화 협상을 끝내고 제재 해제나 완화를 이끌어 내고 투자 유치 등을 통해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약속을 지키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제재를 지속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고, 우리 정부에도 속도조절을 요구하면서 철도·도로 연결 등 남북경협도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박종철 교수는 "비록 연말까지 가시적인 경제적 성과를 올리지는 못하더라도 북한은 많은 기업인들의 방북과 관련국들과의 대화를 통해 투자 유치와 경제협력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주민들에게 앞으로 경제가 나아질 것이라는 심리적인 안정을 제공하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