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 행정관은 올해 6월 "맞지도 않는 옷을 너무 오래 입었고, 편치 않은 길을 너무 많이 걸었다. '잊혀질 영광'과 '사라질 자유'"라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며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첫눈이 오면 놓와주겠다"며 사의를 반려했다.
당시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과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등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이라는 정세 변화 속에 가을 남북정상회담 때까지는 탁 행정관의 뛰어난 기획력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임 실장 뿐 아니라 청와대 내부에도 팽배했다.
하지만 9·.19 평양 남북정상회담 이후에도 청와대 내부에서는 문 대통령 메시지를 적재적소에서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탁 행정관의 기획능력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여전히 감지된다.
특히 문 대통령 역시 탁 행정관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내년 정부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준비하는 '3·1 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행사'에 역할을 해줄 것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탁 행정관에게 더 남아 3·1운동 100주년 기념식까지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다른 청와대 관계자 역시 "과거 불미스런 일들로 탁 행정관에 대한 호불호가 있는 것으로 알지만 내부에서는 그보다 능력에 대한 평가가 더 높다"며 청와대 내부 기류를 전했다.
앞서 지난 6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한 임 실장도 "탁 행정관은 조금 더 자유로운 삶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데 제가 붙들었다"며 "조금 더 고생해달라고 만류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탁 행정관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주요 행사와 의전을 총괄하며 뛰어난 기획력을 보여주며 "역시 탁현민이다"라는 호평을 받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1년차였던 지난해 현충일 기념식에서는 국가유공자와 순국선열 유족들을 행사장 맨 앞줄에 앉게 하고 정치인들을 뒤에 착석하도록 해 국가행사의 본질을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올해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서도 '한반도의 봄'을 예고하듯 '도보다리 회담'을 성사시켜 전세계의 관심을 끌었고, 당일 남북 정상 내외의 모습을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 집' 외벽에 빔 프로젝트로 이미지화해 북측을 놀라게 했다.
탁 행정관은 과거 저서에서 여성을 비하하는 표현을 여러차례 사용해 여성단체와 야권에서 거센 사퇴 요구에 시달렸다. 이에 탁 행정관은 지난해 5월 페이스북에 "불편함을 느끼고 상처를 받으신 모든 분께 죄송한 마음을 표한다"고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