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동서식품 커피믹스가 한강의 기적 일궈"

"이제는 한국의 커피문화가 한국인들 가치관까지 바꿨놨다"

대부분의 동아시아 국가에서 커피라는 '서양 문물'의 의미는 굉장히 특수하다. 산업화나 현대화된 삶에 대한 우리의 모든 '상상력'이 압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커피라는 것이 현대 산업사회에서 다양한 역할을 하고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커피는 근로자들의 흐릿한 정신을 깨우는 꽤나 '쓸모 있는' 음료인 동시에 도시의 여유로운 소비문화를 상징하는 '아이콘'이기도 하다.

이런 두 가지 역할은 각 사회가 처한 상황에 따라 의미가 부각되기도, 퇴색되기도, 혹은 공존하기도 한다.

그래서 커피는 우리 사회의 변화를 투영하는 일종의 거울 역할을 하기도 한다.

1976년 동서식품은 전세계 최초로 커피, 크리머, 설탕을 하나로 합친 커피믹스 제품을 선보였다.

믹스커피 가루에 크리머와 설탕을 일정 비율로 섞어 커피 맛이 언제나 일정하게 유지되도록 한 것이다.

이런 믹스커피는 1980년대 한국 경제가 고속성장기에 접어들면서 절정의 인기를 누렸다.

당시 한국은 경공업 위주의 산업 구조가 중공업 중심으로 대체되면서 그동안 일본의 뒤를 좇던 삼성전자 등의 기업들이 본격적인 기술 독자개발에 나서던 시기였다.

마침 이 시기 서울의 강남지역에도 고층빌딩들이 하나 둘씩 들어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1988년 서울올림픽 때 한국은 불과 30년 만에 이룩해 낸 눈부신 성과를 전세계 앞에 내보이며 '한강의 기적'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여기에는 수많은 평범한 한국인들의 땀과 희생은 물론이요, 며칠 밤이고 이어진 근로자들의 밤샘 작업에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 준 탕비실의 믹스커피가 있었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경제발전의 과실을 누린 대부분의 한국인들에게 믹스커피는 지나치게 달고 자극적인 인스턴트 식품에 불과했다.

더 높은 삶의 질을 원했던 당시의 사회 분위기 탓에 믹스커피 시장은 점차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고, 이와 거의 동시에 한국에는 토종 커피전문점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다.

처음 가장 빠른 확장세를 보인 곳은 카페베네였다.

필자도 한국에서 석사 과정을 하던 시절 친구와 함께 카페베네를 자주 방문하곤 했었다.

다른 점포에 비해 가격은 조금 비쌌지만 넓은 매장과 유럽풍의 아늑한 실내 인테리어, 편안하고 널찍한 소파의자 등이 인상적이었다.

커피를 한 잔 주문해 놓고 한나절 동안 앉아 있노라면 매장 안에서 커피를 홀짝이는 사람들과 유리창 밖 네온사인 사이를 총총대며 지나가는 도시의 행인들이 묘하게 어우러져 뉴욕, 런던이나 파리 등 여타 국제적인 대도시와 전혀 다를 바 없는 풍경이 펼쳐지곤 했다.


이런 광경은 그 무렵부터 빠르게 성장한 한국 드라마·영화 등의 작품에도 그대로 담겨 저 멀리 바다 건너 해외로까지 퍼져 나가기도 했다.

카페베네는 한류 붐을 타고 중국과 미국 등 해외 시장으로 활발히 진출하며 한때 한국식 카페 문화의 상징으로까지 여겨졌다.

하지만 지난 몇 년 간 심각한 경영난으로 스타벅스 같은 글로벌 커피브랜드로 성장하는 데 실패해 수많은 한국 커피매니아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현재 한국의 커피시장은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로 접어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의 밥 한 끼 가격에 맞먹는 핸드드립 커피 전문점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고, 다양한 음료와 MD상품을 판매하는 스타벅스는 커피 체인점계의 절대적인 강자로 떠올랐다.

편의점에서 파는 저렴한 원두커피나 각양각색의 믹스커피도 많은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처럼 요란하면서도 꾸준히 성장하는 커피 업계의 양상은 개인주의 의식이 뚜렷해지고 가치관도 날로 다양해지는 한국 사회의 새로운 모습을 은연중에 반영하고 있는 듯하다.

결국 한국의 커피 문화는 한국의 격동적인 산업화, 현대화의 역사와 함께 성장해 왔다고 할 수 있다.

각성효과를 지닌 기호음료에서 출발해 삶을 여유롭게 즐기는 방식으로까지, 커피는 시기별로 자신의 역할을 달리해 가며 조금씩 한국인들의 일상으로 들어왔다.

이제는 한국인들이 먼저 커피를 찾아 마시게 된 것인지, 아니면 외부 환경의 변화로 커피를 받아들이게 된 것인지 그 기원을 따지기도 어렵다.

왜냐하면 한국에서 커피는 이제 매일매일 마시는 한 컵의 물처럼 '일상의 습관'이 된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본 기사는 중국 인민화보사에서 제공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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