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14일 정례회의를 열고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가 회계기준을 "고의로 위반했다"고 밝혔다.
"제시된 증거자료와 회사 정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회사가 2015년 지배력 변경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회계 원칙에 맞지 않게 회계 기준을 자의적으로 해석 적용하면서 고의로 위반했다"는 것이다.
증선위의 이같은 결론에 따라 당장 주목을 받게 되는 것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추진했던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과정이다.
합병 당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1대0.35로 합병비율이 정해졌는데 제일모직의 가치가 실제보다 부풀려졌다는 지적이 있었다.
당시 이재용 부회장은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한 대주주였고, 제일모직은 삼성바이오 지분 46%를 갖고 있었다.
결국 삼성바이오의 기업가치를 부풀려서 모회사인 제일모직의 기업가치를 높이고 대주주인 이 부회장 등이 삼성물산 주주들보다 유리한 합병비율을 적용받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삼성바이오의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에피스를 회계상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회계방식을 바꾸면서 삼성바이오에피스이 가치는 장부가액 2905억원에서 공정가액 4조8806억원으로 수직상승했고, 4년 동안 적자였던 삼성바이오는 2015년 당기순이익 1조9049억원의 흑자기업으로 변신했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이같은 회계처리 방식의 변경에 삼성물산과 당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연루됐다는 내부 문건을 지난 7일 공개했다.
박 의원은 그러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제일모직 주가 적정성 확보를 위해 삼성바이오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회계처리 방식을 변경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같은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삼성물산에 대한 감리에 착수해야 하지 않느냐'는 박 의원의 질의에 "일리가 있다"고 답했다.
김용범 증선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삼성물산 재무제표가 다소 변경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그 내용들을 면밀히 분석해 삼성물산에 대한 감리 필요성은 추후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를 고의로 부풀린 것으로 판단했냐'는 질문에는 "이번 감리는 회사가 합병된 뒤 2015년 말 재무제표를 확정한 회계처리 과정의 적정성에 대해서만 판단했다"며 "공정가치평가의 적정성에 대해서는 별도로 논의하거나 다루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삼성물산에 대한 회계감리가 이뤄질 경우 제일모직과 옛 삼성물산의 합병 과정이 재검토되면서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의 적절성이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